정부에 세금 납부 기한 늦춰달라 'SOS'

▲ 석유화학공단.사진=연합뉴스

[일간투데이 권희진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올해 1분기 사상 최악의 적자를 기록했던 정유업계가 정부에 세금 납부 기한을 늦춰달라고 요청했다.

정유업계는 정부가 상반기에 유예해줬던 세금을 한꺼번에 납부하게 결제한다면 유동성 악화에 직면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12일 정유업계에 따르면 코로나19로 정부가 상반기에 유예했던 대규모 원유 관련 세금들이 대부분 이달까지 처리해야 한다.

앞서 정부는 코로나로 인한 산업 현장의 어려움을 덜어주기 위해 4∼6월분 석유수입부과금(산업통상자원부)을 각 3개월씩 연장했고, 원유 관세와 수입부가세(관세청)는 3월 납부분의 경우 5월 말로, 6∼8월분에 대해서는 각각 3개월씩 미뤄주기로 했다.

이 결과, SK이노베이션(SK에너지·SK인천석유화학), GS칼텍스, 현대오일뱅크, 에쓰오일 등 정유 4사는 1조4천억원에 달하는 4월분 교통·에너지·환경세와 월 400억원 규모의 4월 석유수입부과금 유예분을 이달 말까지 나부해야 한다.

정유업계는 회사별로 국세청 등에 세금 납부 추가 유예를 건의했다. 일시 유예가 불가능하다면 분할 납부라도 허용해달라고 요청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요청에 대해 정부는 세수 부족을 우려, 난색을 표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정유업계의 한 관계자는 "1분기 초대형 적자에도 불구하고 버틸 수 있었던 것은 정부의 세금 유예로 유동성 위기를 모면할 수 있었기 때문"이라며 "코로나 사태가 잦아들 기미를 보이지 않는 가운데 2분기 이후에는 어떻게 버텨야 할지 고민이 크다"고 말했다.

석유협회 관계자는 "코로나 팬데믹 여파로 석유 판매가 급감한 상황에서 일부 기업들은 세금 납부를 위해 회사채까지 발행하고 있다"며 "정부의 추가 지원이 필요해 보인다"고 전했다.

이런 가운데 지역 관세청은 현재 정유사들과 9∼11월분 관세의 추가 유예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울산세관은 최근 SK에너지의 9∼11월 원유 관세를 12월15일까지 유예해주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유사들은 세금 납부 부담을 토로하며 한꺼번에 납부할 세금으로 인한 유동성 위기 가능성까지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싱가포르 크랭킹 정제마진의 경우 지난 3월 셋째 주 마이너스(-) 전환 이후 14주 만인 지난달 셋째 주 배럴당 0.1달러로 플러스(+)로 돌아섰으나 지난주 다시 마이너스로 떨어졌다.

정제마진은 최종 석유제품 가격에서 원유 가격과 수송·운영비 등 비용을 뺀 것으로 배럴당 4달러는 돼야 정유사들이 수익을 내는 것으로 알려졌다.

증권업계는 2분기에도 SK이노베이션과 GS칼텍스·현대오일뱅크 등 대형 정유사들은 최대 수천억원의 적자를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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