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수조사와 자율규제…컨설팅 지원 강화
증권거래세, 펀드기본공제 등 시장의견 반영 보완 기대

▲ 기자간담회에서 두 손을 모으고 각 사업부 대표들의 질의응답을 경청하는 나재철 금투협회장(사진=장석진 기자)

[일간투데이 장석진 기자] “일련의 사태에 대해 금융투자업계 회원사를 대표하는 사람으로서 투자자들께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나재철 금융투자협회장은 16일 오전, 서울 여의도 전경련회관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사모펀드시장의 건전화와 자본시장 신뢰 회복을 하반기 중점 과제로 내세웠다.

120여명의 금융투자협회 출입기자 대상으로 열린 이날 간담회에서, 나 회장은 상반기 경과와 하반기 계획에 대해 발표하기 위해 연단에 섰다.

그는 일련의 사모펀드 사태와 관련해 “조만간 업계 입장 발표가 있을 것”이라며, “유사사건 재발 방지를 위해 제도 개선과 자율규제를 강화하고 지속적으로 구체적 실천방안을 추진해갈 계획”이라고 운을 뗐다.

이날 모두 발언은 업계의 입장을 대신하는 대변인이자, 전년까지 사모펀드 사태의 진앙지인 라임자산운용 펀드를 주력 판매한 대신증권의 전임 대표이사로서 책임감을 통감한 발언으로 읽힌다.

나 회장은 하반기 중점 추진 사항인 사모펀드시장 건전화 방안으로 “전문사모운용사의 내부통제를 위한 매뉴얼과 체크리스트를 제작, 배포하고 이행 내역을 전수조사해 취약점 발견시 협회 차원의 컨설팅에 들어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 밖에도 “사모펀드 PBS 및 판매사의 전문사모운용사 상호 감시, 견제 강화방안을 금융당국과 지속 협의해나가겠다”며, “가능한 모든 방법을 동원해 시장건전화와 자본시장 신뢰회복에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전했다.

한편 나 회장은 하반기 또다른 주요 과제 중 하나로 모험자본 공급을 위한 장외유통시장 활성화 방안을 내세웠다.

금융투자협회가 성공적으로 운영하고 있다고 자평하는 K-OTC 시장이 연말까지 코넥스 시장과 같은 등록 기업수와 거래대금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판단, 정부가 추진하는 모험자본 육성에 발맞춰 일익을 담당하겠다는 취지다.

협회 관계자는 “현재 K-OTC에 137개 기업이 거래중인데 연말께는 200개에 이를 것으로 예상한다”며, “과거 사설업체를 통해 거래를 할 때는 거래 안정성도 떨어지고 세금 징수의 경로를 명확히 파악하기 어려운 단점이 있었다”며, “협회가 이 시장을 양지로 끌고 나와 세수도 명확히 파악할 수 있게 되어 정부당국도 이 시장의 확대를 반기는 분위기”라고 설명했다.

협회측은 K-OTC로 일궈낸 성과를 현재 시행 준비중인 기업성장집합투자기구(BDC) 제도를 통해 중소기업 특화 증권사 등의 외부 자금 조달 능력을 높이는데 시너지를 내겠다는 계획이다. 이를 통해 중소벤처기업에겐 자금공급의 채널을 다양화할 수 있도록 하반기에 이에 대한 세부 아이디어를 정부당국에게 제시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한편 협회 관계자는 ‘뜨거운 감자’로 떠오른 증권거래세 문제에 대해 “현재 알려진 내용들은 의견을 수렴하는 과정에서 나온 가안이고 기재부에서도 여론과 시장 의견을 반영해 합리적으로 조정할 것으로 안다”며, “다만 세수 문제가 민감한 문제인 만큼 정부 예산에 심대한 타격이 가는 안을 내놓기도 어렵고, 동시에 이중과세 논란을 안고가기도 어렵기 때문에 합리적인 우회방안을 제시할 것으로 믿는다”고 의견을 피력했다.

이날 간담회는 Q&A 질문을 사전에 받아 각 질문에 해당 사업부 대표가 나서서 발표하는 방식을 취했다. 지난 1월 나회장의 신년인사 겸 취임을 기념해 열린 간담회에선 나 회장이 아직 업무파악이 되지 않았다며 질의응답 자체를 생략해 언론사들로부터 지적을 받은 바 있다.

협회는 이를 의식해 이번에는 질의를 사전에 받고 이를 각 사업부 대표들이 답변케 해 공식 간담회에서는 이례적인 권한이양을 보이는 파격을 보여줬다.

이를 두고 한 협회 관계자는 “회장님께서 권위적인 모습을 보이기 보다 기존 본부장들이 각 사업부 대표로 격상된 것에 맞춰 실질적인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조치로 보인다”고 해석했다. 실제로 이날 공식 간담회 이후 이어진 오찬 자리 헤드 테이블에도 성인모 전무가 그림자처럼 수행하며 기자들의 질문 응답을 전담하는 모습을 보였다.

나 회장을 오랜 기간 지근 거리에서 지켜본 대신증권 한 임원은 “협회장님께서는 타고난 영업맨으로 사람들과 커뮤니케이션을 즐기시지만, 여러명이 모인 공식 석상에서 발언하는 것을 즐기는 타입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날 간담회에 참석한 한 기자는 “업계와 열린 대화를 통해 의견을 청취하고 이를 금융당국과 협의하셔야 하는 위치에 계신데 너무 소극적이신거 아니냐”는 소감을 남기기도 했다.

이날 간담회에선 현장에 참석한 기자 1명에게만 추가 질문이 허락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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