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8일 미국의 월스트리트저널은 미 국방부가 지난 3월 백악관에 주한미군 감축 옵션을 제시했다고 보도했다. 이 같은 보도는 미국이 주한미군 주둔비 협상을 위해 한국 측에 방위비 대폭 증액을 압박하기 위해 주한미군 감축 카드까지 내민 것 아니냐는 해석을 할 수 있다.

현재 주한 미군은 2만6천184명으로 일본 5만5천165명, 독일 3만4천674명에 이어 해외 파병 미군 중 3번째이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독일주둔 미군을 9월까지 9천500명을 철수시키라고 명령한 바 있다. 독일과 주둔비 협상이 여의치 않자 철수 명령을 내린 것이다.

해외 파병 미군의 경우 우리가 3번째로 많은 주한 미군을 유지하고 있지만 지난 90년대부터 부담하고 있는 주한 미군 주둔비는 꾸준히 인상을 해오고 있고 이번 협상에서는 전례 없는 방위비 증액을 요구하는 바람에 현재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이런 시점에 주한 미군 감축옵션론이 불거지고 있어 다분히 협상을 위한 전략일 수도 있지만, 독일의 사례가 있는 만큼 협상이 결렬 시 감축 카드는 얼마든지 현실화할 여지가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독일주둔 미군 감축을 결정한 배경을 설명할 때도 독일의 국방비 지출이 적다는 불만을 강하게 표하면서 독일만 얘기하는 게 아니라고 말해 비슷한 협상을 해오고 있는 우리나라도 예외가 아니라는 뉘앙스를 풍겼다.

한미 방위비 협상단은 지난 3월 말께 한국이 현재보다 13% 인상하는 안에 잠정 합의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이를 거부하고 무려 50% 가까운 인상안을 요구하고 있다. 이 마당에 감축 카드론이 나왔다.

이 같은 감축 카드 보도는 이미 존 볼턴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의 최근 회고록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해 한 내부 회의 석상에서 한국에서 주둔비용으로 50억 달러를 받지 못하면 미군을 철수하라는 취지로 언급했다고 폭로한 바 있다.

2020년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논란은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국 정부에 주한미군 방위비를 기존 1조 원에서 6조 원으로 늘리라고 요구하면서 한국인 근무자들의 무급휴가 처리에 이어 이번에는 감축론까지 협상의 압박 수위를 높여가고 있는 셈이다.

방위비는 한미상호방위조약에 따라 지난 1966년 한미 정부가 체결한 주한미군지위협정(SOFA)을 근거로 1991년 방위비분담협정을 맺었다. 한국은 1991년부터 주한미군의 주둔비용 일부를 부담해왔다. SOFA 제5조 1항은 한국이 주한미군에 시설과 구역을 제공하면 미국은 주한미군 유지 경비를 부담하도록 했다. 1980년대 이후 미국의 재정 적자 누적 및 동맹국의 경제성장으로 인해 미국은 미군 주둔비용 분담을 동맹국에 요청했다. 이에 일본은 1987년부터 협정을 체결했고, 한국은 1991년 이후 2~5년 단위로 방위비분담협정을 체결해 분담금을 지급해왔다. 우리는 2014년부터 유효기간 5년의 제9차 방위비분담 특별협정 합의사항이 적용되고 있다.

과거 미국 정부는 주한미군 주둔에 필요한 비용은 2조 원이고, 한국과 미국은 반반씩 각각 1조 원을 부담한다고 수차례 설명한 바 있다. 미국 정부가 2019년 1조 389억 원의 5배가 넘는 약 50억 달러(약 6조 원)를 한국 정부가 주한미군 방위비로 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고, 1년에 1조 원을 낸 한국에게는 1년에 5조 원, 1년에 2조 원을 낸 일본에는 1년에 10조 원을 내라고 압박하고 있다.

올해 3월 13% 정도 오른 수준에서, 유효기간을 1년에서 5년으로 늘리는 방안에 잠정 합의안을 마련했지만,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를 거부하면서 최종 타결에는 이르지 못했다.

방위비 분담금은 상대적으로 미군의 부담을 덜어주는 동맹국의 지원 성격이라는 점에서 마냥 올릴 수 없는 상대적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주한 미군의 주둔보다 더 강한 군사력을 유지하기 위해 국방비를 꾸준히 늘리고 있어 오히려 미군의 지원부대 역할을 해오고 있기 때문이다.

감내할 수 없는 수준의 요구는 차라리 그 비용으로 우리의 자주국방으로 투입하는 기회라는 점에서 감축론도 대비해야 할 시점이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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