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품검증능력 구멍…직접 운용사 인수 검토

▲ 여의도 신한금융투자 사옥 전경(제공=신한금융투자)

[일간투데이 장석진 기자] 신한금융지주가 신한금융투자, 신한은행 등 판매사들의 잇딴 사모펀드 관련 리스크관리 실패에 따라 고객 상품제공 능력을 배가하기 위해 운용사 인수에 나선 것으로 관측된다. 업계에서는 이를 두고 지주에서 투자자 신뢰 제고를 위한 자체 상품 검증 및 운용 능력에 문제를 제기한 것으로 보고 있다.

1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신한금융지주가 운용사 인수 검토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이미 운용자산(AUM) 기준 업계 5위권의 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을 보유하고 있는 신한금융그룹 입장에서 다소 새로운 행보다. 신한금융지주 관계자는 사실관계를 묻는 질문에 “중장기적으로 검토에 들어간 것은 맞다”면서도 “시장에서 회자되는 것과는 달리 아직 구체적인 인수 대상 등을 특정한 것이 아니므로 보도에 신중을 기해주길 바란다”고 답변했다.

지난 2018년 ING생명(현, 오렌지라이프) 인수 이후 별다른 인수합병 움직임이 없었던 신한지주의 움직임에 업계는 다양한 해석을 내놓고 있다.

한 국내 대형운용사 마케팅본부장은 “최근 금융그룹들이 낮아지는 이자율 때문에 예대마진이 줄면서 비이자수익 증대에 대한 고민이 커졌고 이것이 적극적인 사모펀드 판매로 이어졌지만 상품 검증에 실패하면서 자체 운용능력을 높여야 한다는 자성이 나오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그러면서 “신한금융투자는 당초 올해 초대형IB 진출을 통해 그룹의 주력 판매사로서 위상을 새롭게 하려했으나 라임자산운용 사태에 이어 최근 젠투파트너스까지 수천억원에 이르는 사모펀드 판매 부실이 연이어 발생하고 당초 계획들이 좌절되자 지주에서 직접 나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신한금융투자가 사모펀드 사태로 휘청대는 사이 기회는 경쟁관계에 있는 하나금융투자로 넘어가는 모양새다. 리서치부문에서도 호각세로 경쟁관계에 있는 하나금융투자는 지난 3월 이진국 대표가 사장에서 부회장으로 승진하며 그룹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고 있다. 증권사 대표를 거친 김정태 회장과 비즈니스 호흡이 좋은 이진국 부회장의 지휘하에 자본 여력을 넓힌 하나금융투자는 초대형IB 등극을 위한 준비를 마친 상태다.

한편 인수 대상으로 특정 회사들이 언급되면서 해당 회사들은 황당하다는 입장이다.

이날 인수후보로 거론된 T사 고위임원은 “인수 대상으로 거론된 이유가 경쟁력을 갖춘 회사 중 인수 조건에 부합하는 독립 운용사이기 때문인지는 모르겠으나, 당사는 매수제의를 받은 적도, 매각 의사도 없다”며 항간의 소문이 사실이 아님을 분명히 했다.

또 다른 후보로 거론되는 F사도 최근 S운용, K운용 등의 인수검토 좌절 후 매각 대상으로 알려져 회자될 뿐 아직까지 구체적인 움직임은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신한금융지주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신한BNP파리바는 지분관계가 얽혀 있는 만큼 신규 상품 기획부터 운용까지 생각이 다를 경우 이견을 조율하는데 상대적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며, “시장의 흐름에 맞는 경쟁력 있는 상품을 적시에 공급하기 위해 운용능력이 검증된 추가적인 운용사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신한금융지주 내 한 관계자는 “지주에서 인수하고자 하는 대상은 현재 거론되는 회사들보다는 외국계 운용사쪽을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그룹의 위상에 걸맞은 운용능력과 트랙레코드를 갖춘 회사를 찾는 작업이 단시일 내에 이뤄질 일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증권사 사장은 “신한지주는 고객의 신용과 관련된 크레딧 리스크와 관련해서는 타협을 하지 않는 조직인데 먼저 난 상처가 아물기도 전에 연속 사고가 나 지주의 인내심이 한계에 달한 것 같다”라며, “신규 운용사 인수 검토는 판매사인 신한금융투자의 상품 검증능력과 계열 운용사의 상품 공급 능력 모두에 회의적이라는 뜻”이라고 분석했다.

한편 업계에서는 실질적인 인수 여부보다는 금융감독 당국에 신한금융지주 차원의 사모펀드 사태에 대한 문제인식의 진정성을 보여주기 위한 액션이 아니냐는 의견도 나온다.

금융당국은 20일 예고한 바와 같이 전문사모운용사 233곳을 향후 3년간 전수 조사하는 금융감독원 특별검사단을 출범하고 초대 단장에 김정태 한국거래소 파견실장을 임명했다. 검사단은 금감원 인력 20여명과 예보, 예탁원, 증권금융 등 유관기관 인력 10여명등을 합해 30여명 규모로 꾸려질 것으로 보인다. 이들은 8월 중순부터 오는 2023년까지 본격적인 검사에 들어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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