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시대 비대면 펀드투자 고심

▲ 삼성카드 앱 금융 카테고리 삼성자산운용 펀드직판서비스 R2(알투) 소개화면(사진=모바일 앱 캡처)

[일간투데이 장석진 기자] 코로나19시대의 투자 채널이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이동하면서 펀드를 운용하는 자산운용업계에도 직판 바람이 불고 있다. 다만 각 자산운용사가 가진 특징과 계열 판매사와의 관계 등을 고려해 이에 대처하는 방식은 조금씩 상이하게 나타나고 있다.

2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자산운용사들이 투자자와 직접 만나는 펀드 직판에 대해 그 방향성을 두고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일 뜨거운 직접투자 시장과는 달리 한때 전국민의 재테크 수단이었던 공모펀드 시장이 사모펀드 열풍과 주식투자의 뒷전으로 밀린 상황에서, 넘치는 자산의 유동성이 공모펀드 시장으로까지 흘러들기를 기대하는 움직임이다.

대형 운용사 중 펀드 직판에 처음 불을 붙인 것은 삼성자산운용이다.

삼성운용은 지난 해 12월 삼성카드 앱 내 금융 섹션에서 R2(알투,알고 투자하자)라는 직판브랜드를 런칭하고 고객이 직접 펀드에 가입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기존에 펀드에 가입하려면 주요 증권사, 은행, 보험사 등 해당 판매사를 직접 방문하거나 각 사의 홈페이지에서 펀드에 가입하는 방식이 주류였다. 하지만 코로나19 시대를 맞아 비대면 펀드투자가 활성화되면서 자산운용사들이 펀드 직판을 본격적으로 고민하고 나섰다. 지난 16일 금융투자협회장 주최 하계 기자간담회에서도 나재철 협회장은 공모펀드 시장 활성화 방안 중 하나로 비대면을 통한 펀드의 온라인 판매를 적극 지원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펀드 직판에 대한 접근은 각 운용사가 그룹 내에서 처한 상황과 전략에 따라 다른 모습으로 나타나고 있다.

대표적으로 미래에셋자산운용의 경우 이미 펀드문화를 선도한 입장에서 관계사인 미래에셋대우와 미래에셋생명은 물론 왠만한 주요 판매사에 자신들의 상품을 걸고 있는 입장이라 펀드 직판에 대한 필요성을 진지하게 고민하지 않는 분위기다.

한국투자신탁운용의 경우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한투운용 관계자는 “강력한 판매계열사인 한국투자증권을 보유하고 있고, 시장 확대에 대한 필요성에 검토는 하고 있으나 그 방법을 펀드 직판에서 찾지는 않고 있다”고 선을 그었다.

KB자산운용 관계자는 “국민은행과 KB증권 등 WM분야 경쟁력이 높은 관계사가 있고, 공모펀드 강화를 위해 판매사들의 온라인 판매 강화를 위한 시스템 지원은 진행중이지만 독자적인 직판 채널에 대한 고민은 없다”고 전했다.

하지만 삼성운용의 경우 상황과 추구하는 전략이 다르다. 계열에 1등 보험사인 삼성생명이 있지만 변액보험 등 투자형 상품에 익숙한 미래에셋생명과 달리 종신형보험 상품 위주의 영업형태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삼성자산운용 입장에서 공모펀드 판매에 있어서는 크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

주력 계열 판매사라 할 수 있는 삼성증권 입장에서도 ELS나 랩 등의 투자상품 대비 펀드 판매를 우선시 해야 할 이유를 PB들이 느끼지 못하는게 현실이다.

강남소재 삼성증권 한 PB는 “증권사를 찾는 고객들은 기본적으로 은행 등에서 안정형 상품에 가입한 상황에서 투자 상품과 포트폴리오 구성을 위해 찾는데 최근 펀드 상품이 매력적인 수익률을 제시하기 어려운 상황이고, 장기 투자를 유도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어 판매 우선순위에서 밀리기 쉽다”고 설명했다.

한 운용사 마케팅본부장은 “삼성자산운용은 강력한 판매 계열사와 별도로 지금 당장을 위해서가 아닌 미래 시장 선점의 차원에서 R2를 키워가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삼성카드 앱을 활용하기 때문에 기존 삼성카드 고객과의 접점에서 시너지를 낼 수 있어 비교적 적은 비용으로 높은 효과를 기대하는 전략”이라고 설명했다.

삼성자산운용과 같은 행보를 보이는 곳은 또다른 빅3 운용사인 한화자산운용이다.

한화자산운용 관계자는 “하반기 내에 독자적인 펀드직판 채널을 개발 완료한다는 목표로 구체적인 로드맵을 그리고 있다”고 밝혔다. 그 전 단계로 한화자산운용은 주요 매니저와 상품 담당자들을 유튜브 등 SNS채널에 등장시켜 고객과 친밀도를 높이는 전략을 펼치고 있다.

한 대형증권사 WM센터장은 “펀드는 중장기 투자를 위해 중요한 상품임에도 불완전 판매를 막기 위해 판매 과정에서 많은 노력이 필요하기 때문에 오프라인 판매가 점점 힘들어지고 있다”며, “이미 펀드를 경험한 고객들은 알아서 온라인 가입을 하고 궁금한 점만 응대를 해주는 문화가 자리잡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점에서 펀드 가입을 위해선 수수료(Commission)와 보수(Fee)가 더 들게 마련이고 궁극적으로는 이것이 고객의 투자 결과에 영향을 주기 때문에 온라인화는 대세”라며, “그런 관점에서 각 계열 판매사에만 의존하지 않고 경쟁력있는 온라인 채널 선점이라는 측면에서 운용사들의 펀드직판 고민은 더 커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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