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미래산업을 이끌어가고 있는 삼성, 현대, SK, LG그룹 3~4세대들이 최근 잇따라 각각의 핵심 산업현장을 교차 방문해서 협력 방안을 찾고 있다는 소식이다. 미래산업을 선도할 전기차와 자율주행차 분야에서 상호 협업할 분야를 도모하고 있다는 점에서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비대칭 경쟁 분야에서 국내 기업 간 상생을 통해 국내 산업을 한 단계 도약시키고자 하는 이들 재벌 3~4세대들의 행보는 뭉치면 할 수 있다는 통 큰 모습으로 평가할만하다.

2년 전 일본의 엄혹했던 대한 반도체를 포함한 소재부품 수출규제 때 삼성과 SK는 국내 소재 산업을 발굴해서 국산화로 전환한 바 있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이 창궐 시에는 마스크 생산에 어려움에 부닥친 국내 중소기업에 대기업의 생산 노하우를 지원해서 마스크 공급 대란을 해소하는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상생을 선도한 바 있다.

이른바 생산시설 국내 이전을 뜻하는 리쇼어링을 국내 대기업간,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협업을 통해 하는 셈이다. 교토삼굴(狡兎三窟)이라는 말처럼 토끼는 어려움을 피하고자 3개의 굴을 파놓는다는 전략이라 할 수 있다. 한때 국내 기업들은 미국과 일본 기술을 베끼기에 여념이 없다가 어느 날 독자 기술 축적시대에서 이제는 선도기술로 치고 나가고 있다. 전통제조업인 조선산업과 반도체에 이어 이제는 전기차와 자율주행차로 이어지고 있다.

한일 간 논란의 중심에 서고 있는 일제 강점기 강제 노역을 당했던 한국인 근로자들의 임금 체불의 진원지 중 하나인 일본 미쓰비시중공업은 우리에게 산업계의 극일의 상징적 기업이다. 바로 현대중공업이 일본 미쓰비시중공업을 추월했기 때문이다. 한국 조선업은 이미 수주량과 선가 면에서 세계 1위를 순항 중이다. 최근 카타르가 100여 척의 액화천연가스(LNG)선 물량 거의 전량을 현대중공업을 포함한 국내 조선소에 발주한 것도 국내 조선기술이 세계 최고라는 것을 인정했기 때문이다.

지난 1970년대 울산 앞바다에 조선소를 조성할 때만 해도 현대중공업은 일본 미쓰비시중공업이 우상이었다고 한다. 어떻게 하면 일본 미쓰비시중공업을 배울 수 있을까 했지만, 그로부터 30년 후인 2000년대 들어 더는 미쓰비시중공업은 우상이 아니라 더 배울 게 없는 기업이었다고 당시 현대중공업을 지휘했던 민계식 회장은 회고했다. 반도체와 가전 역시 세계 시장에서 삼성과 LG가 일본 자리를 대체시켰다.

해외로 나가지 않고도 국내 기업 간 협업을 통한 상생을 모색할 수 있는 신종 국내 기업 간 리쇼어링을 국내 기업들은 꾸준히 이어가고 있다. 이번 코로나 19 여파로 미국 제조업의 민낯을 우리는 보고 있다. 소비재 산업을 통째로 중국에 의존하는 바람에 마스크 대란에 속수무책을 당하는 꼴을 보면서 싼 인건비와 싼 기술의 역습이 얼마나 치명적인지를 코로나 19 확진자와 사망자를 통해 목격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부랴부랴 해외에 나가 있는 자국 기업들을 각종 세제 혜택과 규제 완화 등을 통해 자국으로 불러들이는 정책을 남발하고 있지만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에도 바쁜 형국이다.

한국과 중국의 기술 축적의 시간은 충분했기 때문에 어떤 상황에서든 이제는 할 수 있다는 증표만 남기고 떠났다.

코로나 19를 전후로 한 국내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협업을 통한 상생은 미래기업의 모델을 구축하는 일이기도 하다. 국제간 공급망을 확보하는 것 못지않게 국내 대기업간 그리고 중소기업 간 협업은 교토삼굴의 전략이기도 하다.

포스트 코로나는 4차 산업혁명을 어느 산업이 주도하느냐를 놓고 각국, 각 기업이 치열하게 선도하겠다고 절치부심 중이다. 이 마당에 국내 대기업간,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기술공유와 협업은 더 많을수록 더 자주 모색할수록 스스로 경쟁력을 확보하는 메이드 인 코리아이다.

한국인으로 중국에서 화장품과 건강식품으로 성공한 한 기업인은 이제는 메이드 인 코리아로 생산해야 중국에서도 통하기 때문에 한국에 역으로 투자를 하고 있다는 소감을 들은 바 있다. K-방역이 이를 세계에 입증했다시피 이제는 K-산업이 뒤이을 차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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