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도급업체, 기술유용 후 단가인하·거래 중단돼
송갑석 의원, "갑질 근절 제도·법률정비 등 지속 추진"

▲ 문종숙 공정거래위원회 기술유용감시팀장이 지난 24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피스톤 국산화 업체의 기술자료를 유용한 현대중공업 제재'와 관련해 브리핑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일간투데이 이욱신 기자] 현대중공업이 하도급업체의 핵심기술을 탈취하는 등 갑질을 일삼아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10억원 가까운 과징금을 부과받았다.

공정거래위원회는 26일 하도급 업체 A사의 기술자료를 유용한 현대중공업에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9억7000만원을 부과했다고 밝혔다. 기술자료 유용행위에 대한 과징금으로는 역대 최고 규모다. 공정위는 앞서 지난해 10월 동일한 사안에 대해 현대중공업과 임직원을 검찰에 고발했다.

공정위에 따르면 현대중공업은 지난 20여년간 핵심부품(디젤엔진에 사용되는 피스톤)을 국산화하는 과정에서 긴밀한 협력관계를 유지해 온 하도급 업체로부터 강압적으로 기술자료를 취득했다.

A사에게 '제품에 불량이 있음'을 언급하거나 요구목적을 언급하지 않고 작업표준서 등을 요구하면서 이에 응하지 않을 경우 '양산 승인이 취소될 수 있다'고 압박하는 식이었다. 기술자료를 요구하면서 법정 서면도 교부하지 않았다. 이어 자사 비용절감을 위해 해당 기술자료를 제3의 업체(B사)에 제공하는 방식으로 피스톤 생산을 이원화했다.

생산 이원화과정에서 A사에게 관련 사실을 전혀 알리지 않은 현대중공업은 이원화가 완료된 후 A사에게 단가 인하 압력을 가해 3개월 동안 약 11%를 인하시켰다. 단가 인하에도 불구하고 이원화 이후 1년 내에는 A사와 거래를 일방적으로 중단했다.

공정위 관계자는 "해당 하도급업체는 지난해 일본수출규제에 대응해 중소기업벤처부에서 선정한 '소재·부품·장비 강소기업 100'에 선정될 정도로 기술력을 인정받은 업체였다"며 "'한국판 뉴딜' 정책에 발맞춰 기술력을 갖춘 강소기업이 새로운 기술을 개발하고 그에 대한 정당한 대가를 받음으로써 우리 사회의 새로운 성장 기반이 될 수 있도록 앞으로도 첨단 기술분야에 대한 기술유용 행위 감시와 제재를 강화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편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더불어민주당 간사인 송갑석(광주 서구갑) 의원은 이날 공정위 발표에 대해 "현대중공업의 기술탈취·거래단절은 대기업의 대표적인 갑질 사례"라며 "최대 과징금 결정을 내린 공정위의 결정을 환영하며 21대 국회가 끝날 때까지 갑질 근절을 위한 제도정비와 법률지원 등 가능한 모든 조치를 지속적으로 강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송 의원은 지난 2018년과 2019년 국회 국정감사에서 현대중공업을 대상으로 중소기업 기술탈취 문제를 강력히 질타하고 조속한 해결을 촉구한 바 있다. 그러나 현대중공업은 이후 피해기업과 단 3차례 만난 뒤 지금까지 무대응으로 일관하며 연락을 중단했다.

이에 송 의원은 지난 15일 국회에서 '대기업 갑질 피해사례 발표 및 근절방안 정책토론회'를 개최하고 현대중공업을 비롯해 롯데건설·삼성중공업·LG전자 등 대기업들로부터 갑질 피해를 입은 중소기업 관계자들과 피해사례를 공유하며 대기업 갑질 근절을 위한 강한 의지를 보였다.

또한 송 의원은 올해 국정감사에서 현대중공업·롯데건설 등 대기업 총수들을 증인으로 소환해 중소기업에 대한 부당한 갑질 실태를 낱낱이 밝혀내겠다고 예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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