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건설산업팀 구성헌 기자

현대건설 인수전이 속된 말로 ‘진흙탕 개싸움’ 일보 직전이다.

업계맏형의 새주인을 찾는 현대건설 인수·합병(M&A)은 업계의 지각 변동을 불러 일으킬 수 있어 건설업계는 물론 그 파급효과로 인해 재계·사회계까지도 큰 관심을 모아왔다.

당초 현대건설 인수전은 처음부터 압도적인 현금보유력을 자랑하는 재계 2위 현대차그룹의 우위를 점치는 이가 압도적으로 많았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과감한 배팅을 한 현대그룹을 채권단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하며 의외로 쉽게 승부가 갈리는 듯 했다.

하지만 현대차그룹은 예비협상대상자로 선정된 이후 끊임없이 현대그룹에 대한 비판과 함께 채권단에 대한 딴지도 서슴지 않았다. 특히 주거래은행을 바꾸겠다며 채권단을 압박한 사례는 글로벌 기업으로서는 부끄러울 정도로 치졸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현대그룹 역시 목적달성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밀어붙이기만 하는 대기업이라는 오명을 짊어지게 됐다.

특히 원리원칙없이 급하게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하고 그 뒤 여론의 비난이 있을 때마다 등에 떠밀리듯 행동하는 채권단이야 말로 이번 매각을 엉망진창으로 만든 주인공으로 부르기에 부족함이 없다.

여기에 채권단과 기업들과의 이해 관계에 얽혀 불러주는 대로 받아적으면서 혼란을 가중시킨 언론들의 책임도 적지 않다.

현대건설이 일개 사기업이라면 누가 사가든, 사가는 과정이 어떻든 아무 상관도 관심도 없을 것이다. 하지만 현대건설은 지난 2001년 워크아웃에 들어간 이훠 3조원이라는 국민의 혈세가 투입된 국민 기업이기 때문에 절대 쉽게 넘어갈 수 없는 것이다.

이처럼 진흙탕 싸움이 계속되면 가장 손해를 보는 곳은 매각 당사자인 현대건설이 될 수 밖에 없다. 현재 다른 건설사들이 대부분 인사를 마무리짓고 내년 사업계획 수립에 여념이 없지만 현대건설은 소문만 무성할 뿐 아직 인사도 마무리짓지 못하고 있다.

겉으로는 굳건히 업계 1위를 자리를 놓치지 않고 해외시장에서도 선전하고 있지만 계속되는 폭풍에 언제 흔들릴지 모를 일이다.

업계의 발전을 위해서, 그리고 매각에 참여하는 당사자들을 위해서, 그리고 천문학적인 비용을 감당하고도 묵묵히 지켜보고 있는 국민들을 위해서라도 현대건설 매각은 신중하면서도 신속하게 진행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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