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에셋대우 독주 속 키움과 하나금투 약진

▲ 상반기 대형사 중 유일하게 전년 동기 대비 순이익 두자릿수 성장을 일궈내며 순이익 톱5를 이끈 하나금융투자 이진국 부회장(제공=하나금융투자)

[일간투데이 장석진 기자] 최근 마무리된 주요 증권사 2분기 실적 발표 결과 상당수 증권사가 역대 최고의 분기 실적을 갈아치우며 1분기 실적 쇼크를 만회하고 정상 궤도로 돌아왔다. 하반기에 접어들며 본격적인 실적 경쟁이 펼쳐지는 가운데, 코로나19라는 전대미문의 외생변수가 가져온 변화가 2017년부터 전년까지 3개년간 변함없던 증권사 순이익 순위에도 변화를 줄지 관심이 모인다.

지난 14일까지 주요 증권사들이 2분기 실적 발표를 마친 결과, 지각 변동을 일으킨 1분기 혼조세가 2분기 실적 회복으로 재정비되는 모양새다. 다만 지난 3년간 순위변동 없던 증권사 순이익 빅7의 자리바뀜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2017년부터 2019년까지 순이익 부동의 1위는 한국투자증권이다. 뒤를 이어 미래에셋대우, 메리츠증권, NH투자증권, 삼성증권, 키움증권, KB증권이 2~7위를 변함없이 그대로 유지해왔다.

소위 증권사의 규모를 나타내는 척도인 자기자본기준 순위는 이와는 조금 다르다. 자기자본 9조원에 육박하는 미래에셋대우가 월등한 1위, 뒤를 이어 5조 전후를 기록중인 NH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 삼성증권, KB증권, 4조대의 신한금투와 하나금투가 빅7을 이룬다.

전년까지 3개년간 순이익 1위의 자리를 놓치지 않았던 한국투자증권이 1분기 적자전환하며 주춤한 사이 미래에셋대우는 1분기 순이익 1078억원 선방에 이어 2분기에는 3007억원으로 역대 최고 기록을 갈아치웠다. 늘어나는 거래량 속에 위탁거래 수익이 국내와 국외에서 고루 증가하고, 트레이딩 실적이 급증한데다 해외부문까지 선전한 결과다. 반기 순이익은 전년 3854억원보다 오히려 6% 증가해 4085억원을 기록했다.

한국투자증권은 1분기의 아쉬움을 2분기에 한꺼번에 만회했다. 2분기 순이익 2958억원으로 반기 합산 1619억을 기록, 뒷심을 발휘하며 최고의 수익력을 재확인시켰다. 2분기 순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무려 56.2%나 증가한 역대 최고 실적이다. 브로커리지와 IB 모두에 강점을 가진 회사답게 동학개미운동의 수혜뿐 아니라 부동산 PF와 대체투자(AI)에서 발군의 실력을 입증했다.

올 상반기 기준 순이익 2위는 2617억원을 기록한 NH투자증권이다. 사모펀드 이슈 등 악재 속에서도 2분기 발군의 실적을 보이며 리스크를 모두 상쇄시켰다. 지난 3년간 4위의 자리를 지켜왔던 NH투자증권은 2분기 트레이딩 부문에서만 2349억원을 벌어 강한 회복탄력성으로 리스크관리에 성공했다. 하반기 들어 주요 기업들의 IPO를 연이어 주관하며 IB부문 강자의 모습도 이어가고 있다.

순위변동이 없는 회사는 상반기 3위를 기록한 메리츠증권이다. 지난 3년간 지켜온 자리를 변동성 장세에서 유지하고 있다. 타 대형사 대비 WM부문의 지원이 약해 거래량 증가의 수혜를 크게 입지 못했음에도 트레이딩과 강점인 IB부문의 견조한 실적으로 톱3에 이름을 올렸다. 특히 자기자본 또한 채 4조원이 되지 못하지만 효율적 운영으로 2분기 자기자본이익률(ROE) 12.3%를 기록했다.

상반기 순이익 4위는 동학개미운동의 최대 수혜자 키움증권이다. 1분기 95억원으로 예상밖의 저조한 실적을 기록했으나 2분기 2199억원의 순이익으로 개인 위탁거래 점유율 30%의 위용을 과시하며 전통의 순위 6위에서 2계단이나 점프했다.

올해 상반기 가장 눈에 띄는 순위는 8위권에 있던 하나금융투자의 5위권 안착이다. 상반기 467억원의 순이익으로 선방했던 것에 이어 2분기에도 1258억원을 기록, 상반기 합산 1725억원으로 톱5에 이름을 올렸다. 전년 동기 대비 12.9% 성장으로 대형사 중 유일하게 두자릿수 성장을 기록했다.

한 증권사 대표는 “증권사들이 지난 몇 년간 시장 변동성이 크지 않은 상황에서 IB위주로 수익구조의 무게중심이 이동하면서 이익 실현 능력이 크게 변화하지 않았고, 이는 대체로 회사의 자본 규모와도 비례했다”며, “하지만 올해는 IB의 축소와 더불어 개인들의 투자 참여 확대에 따른 WM부문의 수익 증가로 균형잡힌 수익 포트폴리오를 가진 회사가 유리한 국면으로 흐르고 있다”고 분석했다.

증권업 분석을 담당하는 한 베스트 애널리스트는 “평온한 시기에는 각 증권사들의 실력이 잘 드러나지 않지만, 변동성이 확대되는 위기 국면에서 리스크관리 능력이 나타난다”며 “특히 투자의 지향점이 브로커리지든 IB든 해외로 향하는 가운데, 어떤 회사가 새롭게 투자 영역에 뛰어든 투자자들에게 해외투자 파트너로 낙점되는지가 중요한 분기점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저작권자 © 일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