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과대학 정원 확대 등 정부 의료정책에 반발해 인턴, 레지던트 등 종합병원 전공의들이 21일 무기한 순차 파업에 들어 간 데 이어 오는 26일에는 지역 개인병원들이 대거 참여한 대한의사협회(의협)도 파업 대열에 합류한다는 소식이다. 우선 먼저 한 가지 묻고 싶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이 전국에 동시다발로 창궐하고 있는 시점에 꼭 파업으로 맞서야 하는지. 우리는 코로나 19가 지난 1월 이후 수차례 강약을 반복하는 동안 의료계의 사투에 가까운 헌신으로 위기를 극복해가고 있음을 잊지 않고 있는 마당에 의료계의 파업 카드는 선뜻 동의하기 어렵다.

양의에서 '의학의 아버지' 혹은 '의성(醫聖)'이라고 불리는 고대 그리스의 의사였던 히포크라테스는 바로 의사들이 의료계에 첫발을 내디딜 때 다짐하는 양심선언이라고 들었다. 그 선언을 보면 의업에 종사하는 일원으로서 인정받는 이 순간에, 나의 일생을 인류 봉사에 바칠 것을 엄숙히 서약한다를 시작으로 나의 의술을 양심과 품위를 유지하면서 베풀겠다고 이어진다. 나는 환자의 건강을 가장 먼저 배려하겠다. 나의 환자에 관한 모든 비밀을 절대로 지키겠다. 나는 의업의 고귀한 전통과 명예를 유지하겠다. 나는 동료를 형제처럼 여기겠다. 나는 종교나 국적이나 인종이나 정치적 입장이나 사회적 신분을 초월하여 오직 환자에 대한 나의 의무를 다하겠다. 나는 생명이 수태된 순간부터 인간의 생명을 최대한 존중하겠다. 어떤 위협이 닥칠지라도 나의 의학 지식을 인륜에 어긋나게 쓰지 않겠다. 나는 아무 거리낌 없이 나의 명예를 걸고 위와 같이 서약한다 등의 소위 히포크라테스 선서이다.

저 선서 어디에도 환자를 볼모로 대응하라는 구절은 없다. 정부 정책과 대책은 시대에 따라 상황에 따라 얼마든지 바뀔 수가 있다. 그때마다 이해충돌 사안에 대해서는 협의 과정이 필요하고 입법을 통해 타협점을 모색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의료계가 단기간에 먼저 극약처방이나 다름없는 파업으로 맞서는 것은 정당성을 얻기 어렵다.

의료계는 지난 7일 집단 휴진과 14일 의협 1차 총파업, 26일부터는 의협 주도의 총파업을 사흘간 예고했다. 이미 의료계는 의과대학생부터 조직적으로 정부 정책에 반발해 왔고 이를 주도하고 있는 의협 회장은 반정부 투쟁을 주도하고 있다. 신문 방송 등을 통해 전해지는 의협 회장의 언행은 그가 과연 의사인지를 의심케 하는 집단 지성의 수장이라고 보기 어렵다. 막말과 거친 행위로 반정부 투쟁을 주도하고 있고 이를 따르는 의료계의 이번 총파업 사태는 그래서 안타까움이 더하다.

전쟁도 특별한 이슈가 생기면 휴전도 하는 마당에 수도권을 중심으로 코로나 19 대유행에 따른 비상한 시국을 최전선에서 진정시켜야 할 의료계가 진료를 못 하겠다고 하면 그건 본인들이 의료인으로 다짐했던 히포크라테스 선서를 스스로 저버리는 것이다. 모든 분야에 첫발을 내디딜 때는 그 분야에만 면면히 내려오는 다짐이 있다. 이 때문에 전문성이 지켜지고 이어져 오고 있다. 의료인도 이와 다르지 않았기 때문에 수천 년간 인류의 생존을 떠맡아왔다. 정부가 의료계의 입장을 받아들여 당분간 의과대학 정원 증원을 유보한 이상 유보 기간에 충분히 미래 대안은 없는지를 협의하는 기간으로 삼기 바란다. 그 협의 기간만이라도 파업을 유보하고 코로나 19에 따른 국민 불안감을 해소하는데 나서주기 바란다.

지난 15일 광화문 반정부 집회와 사랑제일교회 내에서 집단 발발한 확진자가 전국에서 동시다발로 퍼지고 있는 상황에서 의료계마저 나는 모르겠다고 파업에 나선다면 국민은 누구를 믿겠는가.

정부의 의료정책을 세우는 것도 의료인들이 주도한 것인 만큼 더 세밀하게 논의를 거쳐 대안을 제시하는 선에서 타협점을 찾기 바란다. 우리 사회 집단 지성의 최고 계층으로 인정받고 있는 의료계가 거리에 나서 정치 투쟁을 주도하고 파업으로 국민의 생명을 위협하는 모습은 선뜻 동의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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