될성부른 나무 찾아 분주한 투자자들

▲ 카카오게임즈 로고

[일간투데이 장석진 기자] 개인들의 투자대기 자금이 넘치면서 과거엔 활성화되지 않았던 비상장 주식거래시장이 활기를 띠고 있다. 특히 일부 기업공개 예정 기업들의 대박예감 속에 수백대 일의 경쟁률을 피해 우량주를 입도선매하려는 투자자들이 비상장주식 거래에 적극 나서는 것으로 보인다.

“SK바이오팜의 전철을 밟지 않겠습니다.”

지난달 2일 상장한 SK바이오팜 공모주 청약에 참여했던 A씨는 28일, 첫날 따상(상장 당일 공모가 2배의 시초가 형성 후 상한가 진입)에도 불구하고 저조한 수익금의 씁쓸함을 곱씹으며 다가올 카카오게임즈 상장에서의 필승을 다짐했다.

A씨는 최근 장외에서 6만5000원에 카카오게임즈 주식 200주를 매수했다. 공모가 밴드가 2만원~2만4000원임을 감안하면 녹녹치 않은 가격이다. 하지만 28일 끝난 기관 수요예측에서 이미 1000대 1이 넘는 경쟁률이 나왔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A씨는 공모주에 직접 청약해 배정받는 것보다 몇십배의 수익을 얻을 것을 자신했다.

청약 증거금으로 31조라는 돈이 모인 SK바이오팜 일반 청약에서 323대1의 경쟁률을 뚫고 개인들이 손에 쥔 주식은 허무한 수준이었다. 쉽게 말해 1500만원이 넘는 돈을 넣어봐야 간신히 한주의 주식을 배정받게 돼 따상 후 몇번의 상한가가 이어지더라도 화려한 수익률 대비 수익금액 관점에선 한숨이 나오는 결과가 주어진다.

31일 공시에서 정확한 숫자가 나오겠지만, 현재 분위기로 카카오게임즈의 공모가가 밴드 최상단인 2만4000원에서 결정될 경우 일명 ‘따상’ 현상이 일어나면 이론적으로 첫날 6만2400원까지도 바라볼 수 있다.

코로나19 상황에서 강력한 플랫폼 모기업 카카오를 기반으로 집콕 수혜주인 카카오게임즈가 자금 수혈로 미래성장성을 제시하면 주가가 고공행진 할 거라는 기대에 장외주식 고가 매수 투자자들의 꿈도 영글고 있다.

한 증권사 법인영업본부장은 “증권업계 게임 담당 애널리스트들이 3만원대 초중반의 목표가를 제시하고 있지만, 이는 주가가 안정화됐을 때 이야기고 초반 승부는 상황이 다르다”고 말했다.

사설회사들이 이끌던 장외주식 거래는 현재 금융투자협회의 K-OTC가 주도하고 있다. 별도의 시스템을 갖출 필요없이 모바일로 MTS에서 거래가 가능한 점도 활성화에 기여하고 있다. SK바이오팜 사례에서 학습효과를 얻은 투자자들은 주요 IPO시즌이 다가올 때마다 거래량을 늘려가고 있다. 지난 12일에는 일 거래량이 100억원 수준에까지 이르기도 했다.

금융위는 점차 확대되는 장외거래 시장 활성화를 위해 사업자 세 곳의 시스템을 금융혁신서비스로 지정해 문을 확대하고 있다.

대표적인 곳이 두나무가 운영하는 ‘증권플러스비상장’, 판교 기술기업 중심의 ‘판교거래소(PSX), 코스콤이 운영하는 ‘비마이유니콘’이다. 증권플러스비상장은 삼성증권과 연계해 앱으로 거래가 가능하고, 판교거래소도 신한금융투자와 협업으로 오는 10월 연계서비스 런칭을 준비중이다.

코스콤은 아예 자체서비스를 운영중이다. 장외거래의 문제점으로 지적돼온 결제 안정성을 위해 하나은행과 안전결제 에스크로 서비스를 구축했다. 주식만 넘겨주고 대금을 납입받지 못하거나 대금을 납입했는데 주식을 넘겨받지 못하는 상황을 원천봉쇄했다. 또 신용평가기관과 연계해 거래 기업의 신용과 기술평가자료를 소개한다. 기술보증기금에서 등록된 기업지적재산의 보증서를 발급하고 온라인 양수도 계약서 지원을 위해 법률 IT 전문기업 아미쿠스렉스가 사업에 참여했다.

비마이유니콘 서비스 가입을 희망하는 기업들은 전용홈페이지에서 가입신청을 할 수 있고, 투자자들은 모바일 앱(bemyunicorn)과 홈페이지에서 서비스 가입 후 이용 가능하다.

코스콤 관계자는 “현재 20여개의 기업이 등록된 상황으로, 코스콤이 가진 40여년간의 금융IT노하우와 공공기능 수행으로 안정성을 높여 벤처 스타트업의 마중물 역할을 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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