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9일 더불어민주당은 새로운 당 대표로 이낙연 의원을 선출했다. 추미애 이해찬 대표 때보다 당원과 국민의 지지도가 예상보다 높은 가운데 집권 여당의 선장이 됐다. 이낙연 대표는 현재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 방역수칙에 따라 자가격리 중에 치러진 전당대회였고 때문에 당 대표 수락 연설도 자택에서 화상으로 발표하는 집권 여당 전당대회치고는 여러 면에서 지금 우리가 어느 시대에 살고 있는지를 실감 나게 했다.

자택 격리 중 화상 중계를 통해 ‘5대 명령’이라는 수락 연설에서 당 대표로서 당을 어떻게 이끌 것인지에 대한 구상을 소상히 밝혔다. 격리 기간 동안 비대면 상황에서 코로나 19가 미친 파장을 몸소 겪으면서 준비한 것으로 볼 때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첫 일성은 코로나 전쟁에서 승리하겠다고 했다. 코로나 전쟁 속에는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해치는 불법행위, 불공정행위, 집단이기주의, 가짜뉴스 등을 거명하며 단호히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정부의 방역수칙을 준수하지 않는 밀집 집회와 터무니없는 코로나 관련 가짜뉴스를 양산하는 현재 상황에 당 차원에서도 적극적으로 대응하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어 국민의 삶을 지키겠습니다고 다짐했다. 코로나 19의 피해가 특히 노동자를 포함한 취약계층, 자영업자, 소상공인, 중소기업 등은 타격을 더 크게 받고 있다면서 고통에 직면한 민생을 돕기 위한 당정 협의를 조속히 본격화하겠다고 덧붙였다. 국민의 고통과 불안을 덜어 드리도록 국난극복위원회와 당정 협의, 그리고 국회를 통해 전방위로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그러면서 코로나 이후의 미래를 준비하겠다고 이어갔다. 코로나는 세상을 새로운 기준, 새로운 질서로 바꾸는 대전환의 시대로 인류를 몰아넣어 우리의 선택은 대전환의 시대에 어떻게 살아남을 것이냐는 문제뿐입니다라면서 한국판 뉴딜을 통해 미래를 준비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네 번째로 통합의 정치를 통해 국민의 힘을 모아 국난 극복과 미래를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국민의 힘을 모으는 일에 여야와 진영이 따로 없다는 것을 통합의 정치로 규정했다. 원칙 있는 협치를 통해 여야와 대화를 통해 합의가 가능한 문제들을 찾아 입법화를 서두르겠다고 했다. 5대 명령 중 다섯째로 혁신을 가속화하겠습니다에서 대전환이 선택의 대상이 아닌 것처럼, 혁신도 선택의 대상이 아닙니다라고 밝혔다. 여기에 정치와 경제 등 모든 분야의 혁신을 강조했다.

코로나 19 와중에 치러진 지난 415 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 공동선거대책위원장을 맡아 압승을 거두는 데 힘을 보탠 이후 이제 당 대표를 맡았기 때문에 역대 어느 대표보다 막중한 소임이라는 것을 5대 명령으로 표현한 것으로 보인다. 그만큼 현 시국이 간단치 않기 때문이다. 문재인 정부 출범과 함께 국무총리를 맡아 문재인 정부 전반기 행정부의 군기반장이란 별칭을 얻을 정도로 정부를 보좌했지만, 이번에는 5대 명령을 입법화하는 집권 여당 대표로 또다시 악역마저도 찾아서 맡아야 할 어쩌면 운명일지도 모른다. 당 대표 경선에서 이낙연 후보에게 붙여진 또 다른 별칭은 ‘어대낙’(어차피 대표는 이낙연)이었다. 당 대표 임기가 2년이지만 이낙연 대표는 차기 대선 출마를 위해 내년 3월 9일 이전까지 6개월이라는 짧은 시간 안에 5대 명령을 가시적으로 구체화해야 하는 짐을 진 셈이다. 당 대표 재임 기간에 그 짐을 어떻게 내려놓느냐에 따라 그 앞에 놓인 또 다른 짐을 질 기회가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곧 문재인 정부가 약속한 공약을 함께 당정이 풀어가야 하는 공동의 짐이라는 점에서 당 대표가 당을 어떻게 지혜롭고 슬기롭게 이끌어가느냐에 달려있다. 문재인 정부 집권 후반기 레임덕을 차단하는 길은 거대 집권 여당을 이끄는 당 대표의 책임도 함께한다는 점에서 그렇다.

지금은 코로나 19라는 전대미문의 위기에 봉착해 있다. 이낙연 대표가 정치에 입문한 이후 낸 여러 책 내용 중 ‘지름길을 모르거든 큰길로 가라’라는 대목은 어쩌면 지금을 두고 한 말일 수 있다. 큰길도 모르겠거든 직진하라. 그것도 어렵거든 멈춰 서서 생각해 보라는 초보운전자를 위한 격언을 인용했던 점을 기억할 것이다. 이낙연 대표의 성장사는 대한민국의 압축 성장처럼 폐허에서 가난을 딛고 정치, 경제, 문화 등을 세계 속에 일등국으로 성장시킨 역사라 볼 수 있다. 빈농에서 자라 뛰어난 수재로 대한민국 엘리트 코스를 거쳐 세상을 보는 기자로 사회에 참여한 뒤 정치 행정가에서 이제는 집권 여당을 책임지는 대표로 역대 대표가 가보지 못한 길을 가고 있다. 큰길로 그리고 직진했고 코로나 19라는 자가격리 중 멈춰 서서 생각하기도 했다. 그 축적된 지혜를 당 대표로서 보여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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