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앞에 떨어진 발등의 불이라는 점은 의심할 바 없는 상황이다. 그 발등의 불을 끄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발등의 불에 휘발유를 뿌리는 사람들이 있다. 지금은 발등의 불을 꺼야 다시 화상을 치료하고 걸을 수 있지만, 휘발유를 뿌려 발이 전소될 경우 평생을 목발에 의족으로 버터야 한다. 백신과 함께 더욱 검증된 치료제가 나오기까지는 어떻게 하든 발등의 불을 끌 수 있는 게 바로 사회적 거리 두기와 방역수칙이다. 우리가 현실적으로 할 수 있는 유일한 선택일 뿐이다.
서울특별시가 오죽했으면 9월 6일까지를 '천만 시민 멈춤 주간'으로 정했다고 밝혔겠는가. 서울시는 서정협 서울시장 권한대행 명으로 1주일은 일상을 포기한다는 각오로 생활방역에 철저히 해주시기를 간곡하게 부탁드린다고까지 당부했다.
사회적 거리 두기 3단계는 자영업자뿐만 아니라 산업계 전체에 경제활동을 강력하게 제한한다는 점에서 그 여파는 이미 코로나 19를 겪고 있는 미국과 독일에서도 수치로 증명하고 있다. 미국과 독일은 국경봉쇄와 주간 거리 두기로 분기 성장률이 –10% 언저리로 떨어진 것으로 보도되고 있다. 지난 27일 발표된 미국의 2분기 성장률은 -31.7%(전기대비·연율)까지 추락했다. 전년 동기 대비로는 –9.5% 수준이다. 이 같은 2분기 성장률 하락 폭은 미국 정부가 1947년 관련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이래 가장 큰 것으로, 글로벌 금융위기였던 2008년 4분기(-8.4%)의 4배에 이른다. 코로나 19 확산 방지를 위한 자택대비 명령에다 상점·기업 문을 닫는 경제·사회적 봉쇄(셧다운) 조치로 사람들이 집 밖으로 나오지 않으면서 미국 경제의 3분의 2 이상을 차지하는 소비가 극도로 위축됐기 때문이다. 미국 뿐만입니다. 비교적 코로나 19 방역에 성공적으로 대처했다고 평가받는 독일도 2분기 GDP는 1분기보다 9.7% 감소해 1970년 통계 집계 이래 가장 큰 폭의 하락률을 기록했다. 독일은 지난 3월 중순 이후 국경을 폐쇄하고 공공생활을 통제하는 강력한 사회적 거리 두기를 해오고 있다.
우리도 3단계 거리 두기에 들어가면 사실상 모든 활동과 경제행위가 중단될 수밖에 없으므로 굳이 해외 사례와 통계를 들먹이지 않고도 우리 일상에서 현실화할 수밖에 없다. 3단계로 가지 않고 최소한 낮은 2단계까지 낮춰야 발등의 불을 끌 수 있다.
방역 당국이 아닌 경제연구소와 경제학자들까지 지금은 재난지원금 같은 소비 진작책이 시급한 게 아니라, 정부가 모든 보건 역량을 집중해 2단계 거리 두기 단계에서 코로나 확산을 막는 것이 가장 중요하고 효과적 경제 정책이라고 조언할 만큼 사회적 거리 두기가 최대한의 경제 정책이라는 게 현실이 되고 있다.
방역수칙을 조롱하는 가운데 집회와 종교의 자유를 들먹이면서 코로나 19 확산에 나서는 이들이나, 코로나 19로 병상에서 죽어가는 환자를 외면하고 거리로 나서는 일부 의사집단에 묻고 싶다. 그대들은 대한민국 국민인가?
최종걸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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