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내년도 예산을 올해보다 8.5% 늘린 555조8천억 원으로 편성했다. 올해에 이어 500조 예산 시대를 이어갔다. 예산안을 뜯어보니 정부 예산으로 각 분야 마중물에 투입하는 대목이 눈에 띄지만, 복지와 일자리 예산에 전체의 1/3이 넘게 투입된다는 점에서 소비형 예산으로 보인다. 분야별 재원 배분을 보면 보건·복지·고용 분야가 199조9천억 원으로 200조 원에 육박한다. 이 중 일자리 예산은 30조6천억 원에 달한다. 내년 지출 증가율로 보면 산업·중소기업·에너지가 22.9%, 일자리 20.0%, 환경이 16.7%로 상위권을 형성하고 있다. 경기 대응과 한국판 뉴딜이 반영된 분야이기 때문이라는 게 정부 측 설명이다.


세계에서 가장 가파른 속도로 초고령 사회로 진입한 현실이 실감 나는 예산 편성안이라 할 수 있다. 일자리 200만 개 유지·창출 그리고 청년 취업·주거 등 복지·일자리 예산으로 200조 원 이상을 투입했다. 이를 위해 90조 원의 적자 국채를 발행한다.

1일 국무회의에서 내년 예산안을 정부안으로 확정했고 이날부터 개원하는 정기국회에서 다소 가감이 있을 수 있겠지만 전례로 볼 때 정부안에 큰 변동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정부가 내놓은 내년 예산안을 보면 확장적 재정정책으로 인해 내년 국가채무는 945조 원까지 불어난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이 46.7%까지 오르고 GDP 대비 관리재정수지 적자비율은 5.4% 수준이 된다. 국가채무가 900조 원이 넘고 국가채무비율이 46.7%, 관리재정수지 역시 5.4% 적자를 감내하면서까지 확장적 예산인 만큼 정기국회에서 예산안이 적정하게 편성돼 있는지를 따져봐서 소비형 예산을 생산형 예산으로 재조정하는 방안도 찾기 바란다.

올해 예기치 못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 사태로 본 예산외에 3차 추경까지 해가면서 코로나 19가 일으킨 블랙홀을 차단하는데 상당 부분 투입돼 예산 본연의 생산성이 모자란 만큼 포스트 코로나에 따른 경제·사회 구조 대전환을 대비하는데 마중물을 넘어 순환형으로 돌게 해야 한다.

정부가 내년 예산에서 가장 공을 들인 부분이라고 설명하는 분야가 한국판 뉴딜이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선도국가로 도약하고자 디지털 뉴딜에 7조9천억 원, 그린뉴딜에 8조원, 사회·고용안전망 강화에 5조4천억 원, 1조 원 상당의 뉴딜 투자펀드 조성 등 국비만 21조3천억 원을 투입한다. 국비가 투입된 만큼 그에 걸맞은 민간투자를 유도해야 산업 생태계를 확장할 수 있다. 하지만 200만 개 이상의 일자리를 유지하거나 새로 만드는데 8조6천억 원을 투입하는 것은 정부 예산으로 일자리를 버티게 하는 소모성이라는 점에서 좀 더 면밀한 분석이 필요해 보인다. 정부가 한국판 뉴딜이라는 정책을 내놓은 이상 산업 생태계가 변화하면 그와 함께 기존 산업의 구조조정이 불가피한 마당에 일자리 재생과는 관계없는 세금으로 고용을 유지하는 정책을 바꾸지 않는다면 밑 빠진 독에 물 붓는 꼴이 될 수 있다. 일자리와 복지 예산은 현재 우리 사회의 초고령화로 볼 때 앞으로 눈덩이처럼 불어날 수 있다는 점에서 초고령화 사회의 산업구조 재편에 정책 목표를 둬야 한다. 50대 이후 세대들이 새로운 산업구조에 재투입할 수 있도록 일자리 창출에 초점을 맞춰야 할 대목이다.

눈에 띄는 대목은 사상 최대규모의 확장적 예산안에서도 10조 원 수준에 달하는 기존 지출을 구조조정을 했다는 점이다. 공무원·공공기관이 사용하는 경상경비는 5% 이상 감액했고 내년 공무원 처우 개선율을 최저임금 인상률보다 낮은 0.9% 수준으로 조정하는 효과라지만 다른 분야에서도 지출 구조조정이 더 필요한지를 이번 정기국회에서 따져봐야 할 대목이다.

혈세가 이번 코로나 19사태로 인해 엉뚱한 데로 쓰이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라도 그렇다. 국가 방역지침을 조롱하면서까지 n 차 감염 전파자들에게까지 정부가 솔선수범해서 찾아내고 검사 후 사후관리까지 혈세로 투입되는 것을 차단해야 한다. 혈세는 국민의 피와 땀과 눈물로 조성한 공동체를 위한 것인 만큼 공동체를 이탈하는 이들에게 낭비되는 요소를 지출구조 조정을 통해 정착화시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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