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국 눈치 보느라 말 못하는 증권사들

▲ 지난 27일 금융투자협회를 방문해 주요 증권사 사장단과 간담회를 가진 은성수 금융위원장(제공=연합뉴스)

[일간투데이 장석진 기자] 주식시장에 온 국민의 관심이 쏠리면서 그간 개인투자자 입장에서 아쉬웠던 여러 제도들이 손질되고 있다. 금융당국이 적극 나서 행정지도에 나서면서 목소리가 커진 개인투자자의 의견이 반영되는 모습이다. 하지만 일각에선 과도한 포퓰리즘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1일 카카오게임즈 상장에 따른 공모주 개인 청약이 시작되면서 경쟁률 과열에 따른 개인배정물량이 작다는 의견이 나오는 가운데 전일, 은성수 금융위원장이 이를 손볼 것을 시사해 시장의 관심이 모이고 있다.

은 위원장은 31일 열린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더불어민주당 이광재 의원이 개인들의 공모주 청약시 배정 비율을 신축성있게 바꿀 수 없냐는 질문에, “투자자들과 증권업계와 협의해 일반 투자자에게 배정하는 20% 물량을 금액에 따라 배정하는 부분이 소액투자자들에 불리한 부분이 있어 그 부분을 고쳐보려고 논의하고 있다”며 시정 가능성을 내비췄다.

상장 후 주가가 올라갈 것으로 기대되는 인기 공모주의 경우 경쟁률이 수백 대 일을 호가하는 경우가 많아 소액투자자 입장에서 가용할 수 있는 자산의 한계상 큰 재미를 보지 못하는 상황을 개선하겠다는 취지다.

한 증권사 IB부문 임원은 “자본의 규모에 의해 안분 배정되는 것은 지극히 자본주의 논리에 부합하는 방식인데 어떻게 손보겠다는 것인지 궁금하다”며, “이러한 조치는 상장 후 무조건 주가가 올라간다는 가정이 있을 때 가능한 것인데, 만약 그렇게 했다가 손해를 보면 이것도 증권사가 물어줘야 하는 거 아닌지 모르겠다”고 쓴웃음을 지었다.

이에 앞선 지난 27일에는 은 위원장이 여의도 금융투자협회에서 나재철 금투협회장과 5개 주요증권사 대표들과의 간담회 자리에서 신용거래융자의 금리 인하 필요성을 언급했다.

이 자리에서 은 위원장은 “한국은행이 올해 기준금리를 0.75%포인트 인하하는 동안 신용융자 금리를 전혀 변동시키지 않은 증권사들이 있다고 한다"며, "이를 두고 개인투자자들이 불투명성과 비합리성을 지적하며 개선을 요구하는 것은 당연한 권리"라고 투자자를 편들었다.


이날 대표가 참석한 5개 증권사는 미래에셋대우·한국투자증권·삼성증권 등 주요 대형사 3곳과 개인고객 거래 30%를 담당하는 키움증권, 나재철 금투협회장이 몸담았던 대신증권이었다.

금융위원장의 지적에 이날 참석한 미래에셋대우와 대신증권은 곧바로 신용거래융자 금리 인하조치를 취했다.

미래에셋대우는 간담회 다음날인 28일, 오는 9월 28일부터 지점개설이 아닌 온라인계좌에 대해 신용거래융자 금리를 기존 9.0%에서 50bp 인하한 8.5%로 적용한다고 공지했다. 대신증권도 오는 10일부터 온라인(다이렉트)계좌에 대해 신용거래융자 금리를 기존 10.5%에서 8.5%로 하향할 것을 밝혔다.

기타 다른 증권사들도 금리 인하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개인들에게 주식관련 대출을 통해 이자수익을 거두는 것이 핵심 비즈니스인 키움증권 등은 인하 시 줄어들 수익이 적지 않아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금융위원장 간담회에 대표가 참석한 한 증권사 소속 리테일본부장은 “신용대출 관련 금리는 연중, 금리 인하 이벤트가 있을 때마다 검토된 사안으로 때마침 조정안을 검토중이었다”며 금융위원장의 언급과는 무관하다고 선을 그었다.

금융위는 조만간 금리산정의 투명성과 합리성 제고를 위해 업계와 공동으로 TF를 구성해 신용거래융자 금리산정의 개선방안을 신속 마련한다는 입장이다.

한편 지난 28일 라임자산운용 무역금융펀드를 판매했던 판매사들이 펀드 가입 피해자들에 대한 배상을 100% 해주기로 결정한 것을 두고도 뒷말이 무성하다.

일부 판매사는 100% 배상 결정을 알리는 과정에서 회사의 공식 입장과는 차이가 있을 수 있음을 분명히 했다. 한 판매사 마케팅본부장은 “투자자 보호라는 대 원칙에는 공감하지만 법리상 금융당국의 권고안에 대해 동의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해 금융당국의 권고안에 마지못해 동의하는 듯한 인상을 강하게 남겼다.

나재철 금투협회장도 31일 간담회에서 사모펀드 사태에 대한 당국의 분쟁 조정안에 우려를 표명하며 자기 책임하에 투자를 하지 않아도 된다는 모럴헤저드 가능성을 나타낸 바 있다.

한 증권사 대표는 “공매도 금지 연장, 사모펀드 피해 100%보상, 신용융자 금리 인하, 공모주 개인배정물량 조정에 이르기까지 최근 재기된 일련의 감독당국 행정지도가 선을 넘는다는 증권사 사장들의 의견이 있지만 누구 하나 나서서 문제제기를 할 수 없는 형편”이라며, “부동산 시장 사례에서 보았듯 시장의 메커니즘이 아닌 인위적인 조정으로 시장을 움직일 수 있다는 믿음이 포퓰리즘으로 이어지지 않을지 우려스럽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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