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그룹의 경영권 불법 승계 의혹과 관련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또다시 재판에 넘겨졌다. 국정농단에 이은 주가 시세 조작 등에 의한 불법경영권 승계혐의로 서울중앙지검 경제범죄형사부는 지난 1일 자본시장법상 부정거래행위 및 시세 조정, 업무상 배임 등 혐의를 적용해 이 부회장을 비롯한 삼성 관계자 11명을 불구속으로 기소했다. 한마디로 범죄혐의가 다분하다는 이야기다.

검찰은 자체 수사가 아닌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증선위)의 고발에 따라 수사에 착수한 지 1년 9개월 만에 이재용 부회장을 불구속 기소 처분했다. 이 사건은 지난 2018년 11월 증선위가 분식회계 의혹으로 삼성바이오를 고발하면서 불거졌다. 증권선물위원회는 삼성바이오가 지난 2015년 말 자회사인 삼성바이오에피스(삼성에피스)와 관련한 회계 처리 기준을 바꿀 때 4조5천억 원 규모의 고의적 분식회계가 있었다고 봤다.

증선위는 증권·선물시장(자본시장)의 불공정거래 조사와 금융위원회가 수행하는 주요 사항을 사전에 심의하기 위해 금융위원회에 설치된 기구이다. 자본시장의 불공정 거래조사, 기업회계의 기준 및 회계 감리에 관한 업무, 금융위원회 가심의·의결하는 증권·선물시장의 관리 감독 및 감시 등과 관련된 주요 사항에 대한 사전심의, 자본시장의 관리·감독 및 감시 등을 위하여 금융위원회로부터 위임받은 업무 등을 다루는 그야말로 금융 분야 검찰이라 할 수 있다. 증선위가 삼성전자의 경영권 확보를 위한 삼성그룹 계열사의 조직적인 불법 거래를 포착하고 이를 검찰에 고발한 것이다. 분식회계는 기업이 재정 상태나 경영 실적을 실제보다 좋게 보이게 할 목적으로 부당한 방법으로 자산이나 이익을 부풀려 계산하는 회계로 경제범죄 중 가장 죄질이 무거운 분야이다. 여기에 삼성그룹 계열사가 동원된 것으로 증선위는 보고 이를 수사해달라고 검찰에 통보했고 검찰은 수사결과 불법이 맞다고 봤다.


분식회계로 회계장부를 부풀리면 자본시장의 본고장 미국의 경우 해당 기업은 사상누각처럼 한 방에 간다. 그만큼 자본시장을 좀먹게 하는 부정한 행위로 보기 때문이다. 미국 에너지기업으로 미국 내 재계 순위 한때 5위까지 올랐던 엔론도 지난 2007년 파산한 것도 성장 과정에서 분식회계가 밝혀졌기 때문이다. 이번에 검찰이 수사 과정에서 압수·분석한 디지털 자료만 2천270만 건에 달했다고 한다. 검찰은 수사의 출발점이 된 제일모직 자회사 삼성바이오로직스의 회계사기 의혹 역시 고의적 '분식회계'로 판단하고 이 부회장 등에게 주식회사 외부감사법 위반 혐의도 적용했다. 삼성바이오는 당초 자회사 삼성바이오에피스에 대한 미국 합작사 바이오젠의 콜옵션(주식을 미리 정한 가격에 살 수 있는 권리)을 회계에 반영하지 않고 있다가 2015년 합병 이후 1조8천억원을 부채로 잡으면서 회계처리 기준을 바꿔 4조5천억원 상당의 자산을 과다 계상했다고 봤다. 검찰은 이런 식으로 회계처리 기준을 바꿔 삼성바이오로서는 자본 잠식 위기를 피하고, 나아가 불공정 합병 논란을 잠재웠다고 판단했다. 이 과정에서 제일모직 주가는 띄우고 삼성물산 주가는 낮추기 위해 거짓 정보 유포, 중요 정보 은폐, 허위 호재 공표, 주요 주주 매수, 국민연금 의결권 확보를 위한 불법 로비, 자사주 집중매입을 통한 시세조종 등 각종 부정 거래를 일삼았다고 기소를 한 것이다.

결국, 이로 인해 삼성물산은 기업가치를 제대로 평가받지 못했고, 삼성물산 투자자들에게는 손해를 끼쳤지만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의 경영권은 더 강화된 것으로 본 것이다. 분식회계가 경영권 승계 또는 강화에 동원된 대한민국 1등 기업의 삼성에서 벌어진 사건이다.

한국식 자본주의에서 기업들의 회계 또는 장부는 지난 1998년 국제통화기금(IMF) 체제에서 미국식 회계기준으로 전면 수정됐기 때문에 엿장수 엿 짜르기식으로 기록할 수 없게 됐다. 회계 투명성이 국제기준으로 표준화됐기 때문이다. 삼성이 이를 모를 리 없지만 삼성그룹의 취약한 경영권 방어를 위해 현금을 쌓아 두고도 분식회계를 통한 주가 조작 등 불법을 동원한 것은 대단히 유감스러운 사태이다. 특히 전 국민이 피 땀 흘려 노후를 위해 매달 내는 국민연금까지 손을 댄 것은 어떤 이유로도 변명의 여지가 없는 불법 행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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