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의도 키움파이낸스스퀘어(제공=다우키움그룹)
[일간투데이 장석진 기자] 키움투자자산운용이 운용중인 재간접 공모펀드가 투자한 유럽채권펀드의 환매 중단 통보에 늑장을 부리다 뭇매를 맞고 있다.

재간접펀드란 다양한 투자자산을 효율적으로 운용하기 위해 판매사로부터 들어오는 고객들의 투자자금을 다양한 하위 펀드에 분산 투자하는 상품이다. 운용사가 직접 해당 자산의 포트폴리오를 조정하며 수익률을 책임지는 펀드가 아니라 이미 검증된 명성을 가진 유수 운용사의 상품을 가져다 묶음으로 파는 상품이다. 동네 과일가게에서 납품된 과일선물세트를 구성해 포장값을 얹어 파는 것과 비슷하다.

이번에 키움에서 투자해 문제가 된 상품은 유럽의 자산운용사 H2O가 운용하는 채권펀드로 프랑스 금융당국의 권고에 따라 지난 달 28일부터 4주간 펀드의 신규 설정 및 환매가 연기됐다. 문제는 키움운용이 9월 7일이 돼서야 이 사실에 기인한 환매 연기 결정을 판매사에 통보했다는 점이다.

회사는 환매통보가 늦어진 이유에 대해, “8월 28일(현지시각)에서야 환매연기 통보를 받았고, 문제가된 투자자산의 분리 운용(Side-Pocketing) 비중이 1.56%에 불과해 정상운용일 가능할 것으로 판단했다”고 항변하고 있다.

쉽게 말해 주방장이 재료를 납품 받아 요리를 만드는데, 재료가 일부 상했다는 것을 도매상으로부터 늦게 통보 받았고, 막상 물건을 받고 보니 그 재료로 요리를 만들어도 크게 문제 없을 줄 알았는데 요리하다보니 도저히 먹을 수 없을 것 같아 그제야 손님들한테 요리주문 넣지 말라고 말했다는 얘기다.

이미 주문을 넣고 요리가 나오기를 기다리던 손님들 입장에서는 난처하게 됐다. 만약 펀드 운용사인 키움 측에서 재료에 문제가 생겼으니 다른 곳으로 가시라는 말을 미리 해주었다면 손님들이 상한 음식을 입에 넣을 확률은 그만큼 줄어들었을 것이다.

그 옆 식당이라 할 수 있는 브이아이자산운용은 H2O의 환매 중단을 인지하자마자 투자자에게 그 사실을 알리고 환매중단의 원인, 경과, 향후 계획을 상세히 밝혀 대조를 보였다.

키움이 판매사에 해당 사실 전달의 늑장을 부린 이유에 대해, 업계에선 해당 펀드의 책임 매니저가 다우키움그룹 김익래 회장의 차녀 김진이 이사이기 때문 아니냐는 의문을 재기하고 있다.

82년생인 김진이 이사는 2010년 키움증권에 입사해 주식운용팀에서 일하다 2014년 그룹이 우리자산운용을 인수하자 관계사로 전배해간 인물이다. 이번에 문제가 된 대체투자(AI)펀드 관련 경력은 2016년 채권운용본부로 옮기며 시작됐다. 한마디로 경력 4년의 회장님 따님이 운용하던 반제품 펀드에서 사고가 나자 이를 쉬쉬하다 늑장을 부렸다는게 업계의 시각이다.

투자자들은 주식은 위험자산, 채권은 안전자산으로 분리해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주식은 주가가 빠져도 시간이 지나면 복구가 될 수 있지만 채권은 사고가 나면 디폴트가 나서 휴지가 되는 경우가 다반사다. 지난 카드채 사태 때를 돌이켜보면 어렵지 않게 알 수 있다.

키움이 투자자의 위험 확대를 등안시한 채 판매사 늑장고지를 했다는 키움글로벌얼터너티브펀드는 소위 AI라고 불리는 대체투자 펀드다. 중위험 중수익을 추구한다고 알려져 있지만 부동산과 원자재, 환율 등에 대한 전문성이 두루 요구되는 복잡한 펀드다. 거기다 직접 운용이 아닌 재간접 운용을 하니 편입 펀드에 대한 모니터링과 변화상황 리포트는 필수다.

펀드 환매중단 결정이 났다는 것을 뒤늦게 알았다는 것이 핑계가 될 수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주방장이 납품받는 재료에 문제가 있다는걸 뒤늦게 설명들었다는 것이 상한 음식이 나온 책임을 면할 수 있는 사유가 되겠는가! 납품처를 잘못 선택한 책임, 납품 받고 문제가 있어도 “어떻게 되겠지”라며 어물쩡 넘어가려 했던 책임은 고스란히 남는다. 그리고 그 주방의 총 지배인이 회장님 딸이라면 이야기는 더 달라진다.

고객 보호보다 공주님 쉐프의 명성이 더 중요하다면 그런 음식점엔 안가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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