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1일부터 정기국회가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기획재정부가 국회 국정감사 자료로 내놓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5년간 정부가 예산을 편성하고도 집행하지 않고 반납한 규모가 23조 원인 것으로 드러났다. 1천200개 사업에 투입하려다 못다 쓴 예산이다.

예산은 내년에 이렇게 투입하겠다 해서 편성한 만큼 안 쓰고 반납한 것은 한마디로 아니면 말고 식 예산 편성이라 해도 할 말이 없을 것이다. 특히 추가경정예산(추경)까지 받아놓고도 미집행했다면 흔히 말하는 업무상 배임에 해당한다. 기업인들을 엮어 넣을 때 쓰는 징벌이 자금의 유용과 전용 등을 빌미로 적용하는 업무상 배임죄이다.

예산은 국민의 혈세로 구성되는 만큼 정확한 용처를 편성 시에 적시한 만큼 쓰지 않고 반납할 수 없다는 측면에서 지난 5년간 23조 원이나 반납했다는 점은 이해하기 어렵다. 혈세로 구성된 예산을 엿장수 엿 자르듯 주먹구구로 편성했다가 아니면 반납하면 되지라는 생각이 만연한 수치라고 본다. 한해 살림살이를 알뜰하게 운용해서 선순환 효과로 이루어지도록 하는데 예산이 마중물 역할을 한다는 점에서도 불용예산을 연례행사처럼 처리하는 것은 반드시 그 책임을 물어야 할 사항이다.

각 부처와 지자체에서 신청한 예산에 비해 들어오는 세금이 부족할 경우 이를 맞추기 위해 국가가 국채라는 빚을 내 예산 수요를 맞추는 만큼 지난 5년간 23조 원이라는 발행하지 않아도 될 국채를 발행한 셈이다.

지난 2015년부터 2019년까지 5년간 예산 집행률이 50% 미만인 사업은 1천237개였다. 해당 사업들은 총 32조7천476억 원의 예산을 배정받아 22조9천163억 원을 쓰지 않았다. 전체 예산 중 불용액 규모가 70%에 이른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가운데 327개 사업은 예산 집행률이 0%로, 배정받은 예산을 전혀 집행하지 못해 5조2천617억 원이나 반납했다는 것이다.

나라 살림살이 곳간 열쇠를 쥐고 있는 기획재정부를 포함한 정부 부처들이 신청한 예산이 그렇다. 불용액 규모는 기획재정부가 9조3천646억 원으로 가장 많았고 그 외 통일부(4조4천235억 원), 국토교통부(2조301억 원) 등 순이었다. 가장 꼼꼼히 따져서 예산의 불용을 막아야 할 기획재정부부터 반납했다고 하니 할 말이 없다. 일반 기업이나 자영업도 그렇게 주먹구구식으로 안 한다. 개개 가계도 가계부를 작성할 때 추정해서 지출하는 마당에 세금으로 편성하는 예산이 연례적으로 반납하는 규모가 누적으로 23조 원이나 발생했다는 것은 정부의 예산관리에 허점이 있다는 것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코로나 19사태로 추경 편성 시에 곳간을 책임지고 있는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울먹이며 추경 편성의 불가피성을 역설한 적이 있다. 그 추경마저도 현재까지 미집행되고 있다는 지적은 이대로는 안 된다는 지적처럼 들린다.

예산 규모가 올해 513조5천억 원에다 코로나 19로 인한 추경까지 포함하면 700조 원이 넘고, 내년 예산안도 올해보다 40조 원 이상 증가한 555조 원 이상 편성이 예상되는 만큼 예산 규모가 늘어나면 날수록 지난 5년간 추이로 볼 때 불용 규모도 늘어날 수밖에 없다.

불용예산이 발생하면 반납만이 능사는 아니다. 예산의 본래 기능을 살리기 위해서는 사업목적의 전용을 통해 선순환 효과가 예상되는 분야에 전용해서라도 예산의 본 기능을 살려야 한다. 그렇다고 한겨울 혹한에 보도블록을 교체하는 어처구니없는 상황을 연출하라는 것이 아니다.

각 부처나 지자체의 경우 애초 예산 신청 시 사업들이 차질을 빚을 수 있는 상황이 발생하면 연속사업으로 인해 예산이 필요한 분야에 전용하는 것도 한 방법일 수 있다. 그러면 그 전용 부분만큼 다음 해의 예산에서 줄일 수 있으므로 국채 발행 부담도 줄어든다. 현재 정기국회가 열리고 있는 만큼 국회에서 이를 철저히 따지되 이를 해소할 수 있는 묘안도 마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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