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50년 한국전쟁에 참여했던 미군 참전용사들이 죽기 전에 (한반도에서) 평화를 보게 해달라는 뜻을 모아 유엔에 종전선언을 촉구한다는 소식이다. 북한 및 중공군과 맞서 한국전에 참전한 이들 노병이 뜻을 모았다는 점에서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이들의 평균 나이는 82세로 ‘노병은 죽지 않고 다만 사라질 뿐이다’라는 삶의 임계점을 향해 걷고 있는 이들이 결자해지에 나선 셈이다. 지난 1953년 전쟁 당사국인 북한과 참전한 중공 및 유엔군이 맺은 휴전 협정은 잠시 전쟁을 중단하자는 협정이니 전쟁을 끝내자는 것이 아닌 만큼 종전선언을 통해 한반도에 평화를 되찾도록 하자는 이들의 호소는 그래서 울림이 크다.

남북 분단 75년과 한국전 발발 70년의 분단과 전쟁 이후 끊임없는 대결 구도 속에 한시도 바람 잘 날 없는 한반도 땅에 대한 노병들의 희망은 남북 모두와 이해 당사국들이 더는 외면하기 어려운 시기이기도 하다. 보도에 따르면 참전용사 고(故) 글렌 페이지 하와이대 교수가 제안하고 한국전쟁 유업재단(이사장 한종우)이 추진하는 종전선언 및 평화협정 체결 촉구 유엔 청원에는 여기에 뜻을 같이하는 미 참전용사들도 그 뜻을 지지하고 있다고 한다. 이들이 촉구한 유엔 청원 초안에서 "우리가 20세기의 해결되지 않은 비극에 대해 해야 할 일은 공식으로 전쟁을 끝내고 모든 관련 당사국 사이의 평화협정을 상호 인정하고 정상화하는 일"이라고 밝혔다.

노병이 죽음을 앞두고 한반도에 평화를 호소하는 청원을 유언처럼 당부하고 떠났지만 살아 있는 참전 노병들이 그의 뜻을 받들어 잇고 있는 만큼 그 불씨는 살려야 할 이유이기도 하다.


한반도에 종전을 바라는 또 하나의 기류는 미국 의회 쪽에서도 이어지고 있다. 한국전 종전선언 결의안에 차기 미국 민주당 하원 외교위원장 후보 전원이 서명하고 하원의원들 상당수도 이에 동조했다는 소식이다. 오는 12월 미국 대통령 선거 이후 미국 외교정책에 영향을 미칠 하원 외교위원장 후보 전원과 의원들이 지지했다는 점에서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가 선전할 경우 종전선언에 영향력을 미칠 수 있다. 한반도에서 종전선언을 통해 평화협정으로 가는 길에 참전 노병들뿐만 아니라 외교정책에 영향력을 미치는 의원들까지 나서는 데는 한반도 평화를 바라는 이들의 진심 어린 호소가 통했다고 본다.

때마침 전쟁 당사국인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조선노동당 창건 75주년 기념 열병식이 지난 10일 자정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열린 가운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연설 중 전쟁억제력을 계속 강화해야 한다고 하면서도 사랑하는 남녘 동포와 다시 손 맞잡는 날을 기원한다는 두 가지 메시지를 동시에 던졌다. 어디든 타격할 수 있는 대륙간탄도탄 미사일을 포함한 신형무기들을 열병식에 동원했다. 연설문에서 선제타격이라는 문구 대신 외부 위협에 맞서 자위적 전쟁억제력을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북한이 공개한 신형무기들은 비대칭뿐만 아니라 대칭적으로도 대응할 수 있음을 보여줬다는 점에서 그 무기개발이 평화를 지키는 위한 길이라면 종전선언과 평화협정에 못 나올 이유가 없다.

무기는 평화를 지키기 위한 마지막 보루이지 무기가 밥이 아니기 때문이다. 남녘 동포와 다시 손 맞잡는 날을 맞이하기 위해서라도 서로 살아야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남북이 생존을 위해 몸부림치는 이 엄중한 시기를 보내고 있는 만큼 남북 모두는 무기는 무기고에 눠두고 싸우지 말자는 종전선언과 평화협정을 위한 지난 분단 75년과 남북전쟁 70년은 너무 긴 세월이었다.

남북은 물론 전쟁 당사국인 중국과 미국도 무기보다 더 무서운 바이러스와 전쟁을 치르는 중이다. 남과 북, 그리고 중국과 미국이 이번 기회를 통해 한반도 종전선언과 평화협정을 위해 나서주기를 촉구하는 이유이다. 세계가 보이지 않은 바이러스에 속수무책으로 사투를 벌이는 동안 밥이라는 경제는 벼랑 끝 절벽으로 추락하고 있고, 하루에도 수천 명씩 죽어가고 있는 세상이다. 우리가 지금 살아가고 있는 세상은 신형무기 보다 보이지 않는 또 다른 바이러스 창궐을 더 우려하는 뉴노멀의 시대이다.

세계는 지금 북한이 야밤에 선보이는 신형무기보다는 코로나 19 방역지침에 따른 방역 대응에 노심초사하고 있다는 점을 북한 당국도 절절하게 체감하고 있을 것이라고 본다. 이때 남북만이라도 무기를 통한 대결보다 상생을 위한 공존의 길이 무엇인지 찾는 기회로 여기기를 바란다. 남북 분단과 전쟁 당사국인 남북이 종전선언과 평화협정을 맺겠다는데 지난 75년과 70년 남북을 이용했던 이해 당사국들도 이젠 다시는 마다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만약 이유가 있다면 그건 염치없는 욕심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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