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15일 상장 후 급락을 이어가는 '빅히트 주가'(출처=MTS 캡처)

[일간투데이 장석진 기자] “애널리스트는 일일 주가를 맞추는 사람이 아닙니다!”

지난 15일, 시장의 기대를 모았던 BTS 소속사 ‘빅히트’의 유가증권시장 상장 첫날 주가 흐름이 신통치 않자 담당 애널리스트에게 전화를 걸었던 기자는 핀잔을 들었다.

질문 당시는 ‘SK바이오팜’과 ‘카카오게임즈’ 등 앞선 IPO대어들이 각각 공모가 두배의 시초가를 기록 후 각각 3일과 2일 연속 상한가를 기록한 것에 대한 기대감으로 투자자들이 빅히트의 상장일 상한가를 기대하던 때였다.

흥행이 기대에 미치지 못한 이유를 묻는 기자의 질문에 애널리스트는 이미 반복되는 질문에 시달린 듯 짜증 섞인 반응을 보인 것이다.

애널리스트의 설명은 이렇다. 본인은 목표주가(TP) 추정을 당장 주가가 얼마 간다는 뜻이 아닌 중장기적인 전망에 기초해 산정한 것이고, 상장일 무조건 그 주가에 간다는 뜻이 아닌데 왜 상장일 성적을 가지고 본인에게 책임을 묻는 질문이 나오냐는 것이었다.

일견 틀리지 않은 설명이다. 당장 곤두박질 친 주가가 기나긴 시간이 지나 제2 제3의 BTS를 길러내고 수익의 규모가 더 커져 애널리스트가 말한 주가에 도달할 날이 올지 모르니 평가를 유보해야 할 지도 모른다.

금융투자협회가 집계한 통계에 따르면, 연초인 1월 2일 29조8599억원 수준이던 투자자예탁금이 지난 9월 4일 63조2582억원까지 두배 이상 늘어난 후 현재 50조원 대를 유지 중이다. 고점 대비 다소 줄긴 했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주변에 주식이 뭔지 모르던 사람들이 식당에 앉기만 하면 주식 이야기부터 꺼내는 풍경이 펼쳐지는 이유다.

평생 한번도 주식투자를 안 하던 사람들은 자신들이 접근 가능한 정보에 의존도가 커지기 쉽다. 더군다나 믿을 만한 대형증권사의 베스트 애널이 가치를 그렇게 본다는데 이를 꺾을 자신만의 논리를 세운다는 건 어불성설이다.

애널리스트의 주 고객이 개인고객 한명 한명이 아니라 큰 돈을 굴리는 기관과 법인에 있다는 것은 알만한 사람은 다 아는 상식이다. 애널리스트 보고서가 외계어 수준의 전문용어로 점철된 이유도 읽어보고 이해 못할 사람은 관심을 갖지 말라는 우회적인 메시지를 담고 있는지 모른다.

하지만 올 한해 시장의 흐름을 주도하는 세력이 ‘개미’로 불리는 개인투자자임은 자명한 사실이다. 언택트 상황에서 수익의 효자역할을 하던 투자은행(IB) 부문의 축소에도 증권사들이 호실적을 낼 수 있는 근원이기도 하다.

또 각 사의 HTS와 MTS, 홈페이지를 통해 애널리스트 보고서는 공개된다. 누구나 손쉽게 접근 가능한 정보다. 이들이 올 들어 각 사가 운영하는 방송 채널이나 유튜브 채널에 나와 투자정보와 전망을 하는 것은 아주 일상화된 모습이다.

이런 상황에서 내 보고서는 주가 맞추는데 쓰는 용도가 아니니 책임을 묻지 말라는 답변은 무책임한 말이다.

애널리스트는 자신의 주장을 한참 성토한 후 기자에게 말했다.

“아, 방금 한 코멘트 인용하시면서 제 이름 집어넣으시면 안됩니다.”

기자도 한마디 하겠다.

“자기 이름 걸고 하지 못할 이야기는 하지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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