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간투데이 장석진 기자] “애널리스트는 일일 주가를 맞추는 사람이 아닙니다!”
질문 당시는 ‘SK바이오팜’과 ‘카카오게임즈’ 등 앞선 IPO대어들이 각각 공모가 두배의 시초가를 기록 후 각각 3일과 2일 연속 상한가를 기록한 것에 대한 기대감으로 투자자들이 빅히트의 상장일 상한가를 기대하던 때였다.
흥행이 기대에 미치지 못한 이유를 묻는 기자의 질문에 애널리스트는 이미 반복되는 질문에 시달린 듯 짜증 섞인 반응을 보인 것이다.
애널리스트의 설명은 이렇다. 본인은 목표주가(TP) 추정을 당장 주가가 얼마 간다는 뜻이 아닌 중장기적인 전망에 기초해 산정한 것이고, 상장일 무조건 그 주가에 간다는 뜻이 아닌데 왜 상장일 성적을 가지고 본인에게 책임을 묻는 질문이 나오냐는 것이었다.
일견 틀리지 않은 설명이다. 당장 곤두박질 친 주가가 기나긴 시간이 지나 제2 제3의 BTS를 길러내고 수익의 규모가 더 커져 애널리스트가 말한 주가에 도달할 날이 올지 모르니 평가를 유보해야 할 지도 모른다.
금융투자협회가 집계한 통계에 따르면, 연초인 1월 2일 29조8599억원 수준이던 투자자예탁금이 지난 9월 4일 63조2582억원까지 두배 이상 늘어난 후 현재 50조원 대를 유지 중이다. 고점 대비 다소 줄긴 했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주변에 주식이 뭔지 모르던 사람들이 식당에 앉기만 하면 주식 이야기부터 꺼내는 풍경이 펼쳐지는 이유다.
평생 한번도 주식투자를 안 하던 사람들은 자신들이 접근 가능한 정보에 의존도가 커지기 쉽다. 더군다나 믿을 만한 대형증권사의 베스트 애널이 가치를 그렇게 본다는데 이를 꺾을 자신만의 논리를 세운다는 건 어불성설이다.
애널리스트의 주 고객이 개인고객 한명 한명이 아니라 큰 돈을 굴리는 기관과 법인에 있다는 것은 알만한 사람은 다 아는 상식이다. 애널리스트 보고서가 외계어 수준의 전문용어로 점철된 이유도 읽어보고 이해 못할 사람은 관심을 갖지 말라는 우회적인 메시지를 담고 있는지 모른다.
하지만 올 한해 시장의 흐름을 주도하는 세력이 ‘개미’로 불리는 개인투자자임은 자명한 사실이다. 언택트 상황에서 수익의 효자역할을 하던 투자은행(IB) 부문의 축소에도 증권사들이 호실적을 낼 수 있는 근원이기도 하다.
또 각 사의 HTS와 MTS, 홈페이지를 통해 애널리스트 보고서는 공개된다. 누구나 손쉽게 접근 가능한 정보다. 이들이 올 들어 각 사가 운영하는 방송 채널이나 유튜브 채널에 나와 투자정보와 전망을 하는 것은 아주 일상화된 모습이다.
이런 상황에서 내 보고서는 주가 맞추는데 쓰는 용도가 아니니 책임을 묻지 말라는 답변은 무책임한 말이다.
애널리스트는 자신의 주장을 한참 성토한 후 기자에게 말했다.
“아, 방금 한 코멘트 인용하시면서 제 이름 집어넣으시면 안됩니다.”
기자도 한마디 하겠다.
“자기 이름 걸고 하지 못할 이야기는 하지 마세요!”
장석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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