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19가 세상을 변하게 하고 있기 때문이다. 비대면 시대 굳이 국회를 가지 않고 영상으로 시정연설을 할 수도 있지만, 새해 예산안에 대한 시정연설인 만큼 대통령의 국회 출석은 불가피했고 이를 직접 경청하는 몫은 국회였다. 대통령에게 따질 일이 있거든 입법으로 대응하는 게 국회이다. 90조 원의 적자 국채 발행을 포함한 555조8천억 원의 사상 최대 슈퍼예산편성 역시 그렇다. 가감의 결정권이 국회로 넘겨졌기 때문이다. 그 예산이 대통령의 시정연설처럼 '빠르고 강한 경제회복'에 투입하겠다고 하는 게 맞는지 꼼꼼히 살피는 책임이 국회에 있다. 어제 대통령의 시정연설은 코로나 19로 인한 고용절벽 완화를 위한 일자리 창출, 내수 진작, 투자 및 수출 회복 등에 적절하게 편성했는지를 경청하는 자리였다. 선도국가를 지향한 국가대전환사업인 '한국판 뉴딜'을 강력히 추진하고, 미래성장동력을 확충할 수 있는지 듣는 모습을 보여줘야 했다. 듣다 보면 답을 구하는 이치를 깨닫는 국회여야 했다.
대통령의 시정연설 중 '경제'라는 말이 43번째로 많았고, '위기' 역시 28번째로 반복해서 쏟아냈다. 압축하면 경제 위기로 요약할 수 있다. 우리는 코로나 19로 경제 위기를 맞고 있다. 그래서 편성한 사상 최대규모의 예산안이다. 300명의 국회의원이 각 지역을 위해 써야 할 예산을 대통령이 보고하는 자리에서 피켓시위, 삿대질과 야유로 응하는 것은 국회의 모습은 아니었다.
코로나 19는 한시라도 방심하면 어느 때든지 대유행으로 변할 수 있다는 것을 미국과 유럽 등에서 보여주고 있다. 미국의 경우 하루 8만 명에서 10만 명의 확진자가 발생하고 수천 명이 숨지는 등의 대유행이 재발하는 등 코로나 19는 우리가 모두 함께 대응해야 할 엄중한 상황을 요구하고 있다. 코로나 19가 앗아간 서민과 빈곤층의 고달픈 삶을 치유하고 되살려야 할 자영업자와 소상공인, 중소기업 등에 내년 예산안이 적기에 투입될 수 있는지를 따질 수 있는 듣는 자리여야 했다.
코로나 19로 올해 513조5천억 원의 예산도 모자라 4차례에 걸쳐 모두 67조 원의 추가경정예산을 투입해 긴급재난지원금으로 투입했지만, 수마와 태풍이 할퀴고 간 자리는 여전히 아물지 않은 상처로 남아있다. 내년 예산으로 첩첩이 쌓인 문제를 이렇게 해소해보겠다는 자리에 야당 의원들의 돌출 쇼는 문제 해결 의지가 없다는 것을 고백한 것이다.
때와 장소를 구별할 줄 모르는 국회의 모습은 그들 스스로 낙선이란 부메랑으로 되돌아올 뿐이다.
최종걸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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