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현지시각 치러진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미국인은 제46대 대통령으로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를 선택했다. 미국의 대통령 선거인단 538명 중 과반인 270표를 얻은 후보가 당선되기 때문에 바이든 후보가 270표를 사실상 확보했다는 소식이다. 공화당 후보인 현 미국 대통령인 도널드 트럼프 측에서 개표 중단 소송을 제기하는 등의 혼란이 이어지고 있지만, 그 결과를 뒤집기에는 역부족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바이든이 이끄는 미국호의 방향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미국도 대통령이 바뀌면 시골 면장까지 갈아치울 만큼 철저한 승자 독식을 취해왔다는 점에서 트럼프 대통령과는 정책 면에서 궤도 수정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우선 바이든은 지역 의원으로 정계에 입문, 부통령까지 지낸 천상 정치인이다. 3수 끝에 대통령에 오른 백전노장이라 할 수 있다. 장사 잇속에 밝은 트럼프 대통령과는 여러 면에서 다른 면모를 보일 것이라는 분석들이다. 대통령이 지시하는 대로 따르는 톱다운 방식이 아닌 참모들이 조율해서 대책을 내놓으면 이를 승인하는 보텀업 방식을 선호한다는 면에서 우리의 대미정책도 정상화할 여지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미국 국익에 동맹과 우방을 헌신짝처럼 대했던 트럼프와는 달리 평생 표심을 관리해왔던 바이든의 외교정책도 이와 무관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동맹과 우방도 어찌 보면 표심을 관리해야 하는 것만큼 중요하기 때문이다.

한미 간 가장 큰 현안인 북한 전략에 어떤 대응책을 내놓을지 주목된다. 이는 비단 북한 전략뿐만 아니라 한미 간 주요 현안에서도 나타날 수 있다. 바이든 후보는 후보 유세 기간에 주한미군 철수로 한국을 협박하고 갈취하는 식의 행위는 하지 않겠다고 한 점으로 미루어 새로운 한미 동맹을 이끌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미·중 간 무역갈등을 넘어 기술전쟁을 벌이고 있는 상황에서 반중 전선에 대한 미국의 대외정책은 트럼프 시절과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중국을 둘러싼 주변국들을 내세워 대중 압박 강도를 높이는 과정에서 한국의 동참을 요구할 가능성이다.

바이든은 키신저 전 국무장관만큼 중국통으로 알려졌다. 키신저의 경우 중화인민공화국을 건국한 마오쩌둥부터 시진핑 주석까지 꿰뚫는 노회한 관료였지만 바이든 역시 이에 못지않을 만큼 마오쩌둥 외 역대 중국 주석들과 대적한 인물이라는 점에서 반중 전선에 어떤 전략을 써야 할지를 아는 인물이기 때문이다.

시진핑 주석이 40년 전 미국의 대통령을 만나 본 적이 없지만, 바이든 차기 미국 대통령은 덩샤오핑 이후 중국 주석들을 모두 꿰뚫고 있다는 점에서 반중 연합전선에 어떤 카드를 쓸지를 선택지가 다양할 수 있다는 것이다.

바이든은 지난 1979년 상원의원으로 의원외교를 하면서 덩샤오핑, 장쩌민, 후진타오, 시진핑 등 4명의 지도자와 회담하고 협상해본 중국통 정치인으로, 특히 시진핑 주석이 부주석 시절 바이든이 부통령일 때부터 협상해온 파트너였다. 그만큼 중국 지도부가 어떤 대응을 할 것인지를 꿰뚫고 있다고 분석한다.

미국이 국제 다자 체제로 복귀하는 과정에서 주도적 역할을 회복하기 위해 민주주의 및 자유와 같은 전통적인 미국 정치 개념을 옹호한다는 명분으로 이미 반중 전선의 윤곽을 밝힌 만큼 이에 대한 우리의 대미 외교도 가파른 길이 될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실무협상 전문가 출신을 상대하기가 그만큼 까다로울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 역시 다자주의 전략하에 국제간 공조체제를 명분 속에 국익 우선 정책에 외교 역량을 대비해야 할 시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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