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장 후보 추천 1차 시한인 9일 후보추천위원들이 속속 후보 추천에 나서 빠르면 이달 중 공수처장이 임명될 것으로 보인다. 추천위원 중 대한변호사협회장도 추천했고 여당인 더불어민주당과 야당인 국민의힘 당도 이미 추천한 상태이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 법원행정처장도 이날 중으로 추천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예정된 일정대로라면 이달 중 공수처가 출범한다.


공수처는 고위공직자와 그 가족의 비리를 중점적으로 수사·기소하는 독립기관으로 검찰이 독점하고 있는 고위공직자에 대한 수사권·기소권·공소 유지권을 이양해 검찰의 정치 권력화를 막고 독립성을 높이고자 하는 취지로 추진됐다. 지난 1996년 국회와 시민사회의 요구로 처음 논의가 시작됐고, 2019년 12월 30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안(공수처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됐지만 검찰과 야당의 끊임없는 저지 여파로 처장 선임이 지연됐다. 공수처는 그야말로 살아있는 고위권력을 감시하고 그 범죄행위를 단죄하는 기관이다. 고위공직자의 부패를 막아보자고 발의했던 지난 1996년 이후 24년 만에 결실이다.

대통령·국회의원·법관·지방자치단체장·검사 등 고위공직자와 그 가족의 비리를 수사 및 기소할 수 있는 한마디로 검찰이 그동안 독식한 권력을 견제하는 기구이다. 어떤 권력도 독식에서 오는 피해는 국민이라는 점에서 공수처의 출범은 만시지탄이지만 환영할만한 일이다. 권력에 취한 역대 정권들은 군, 검찰, 국가정보원 등을 정권의 입맛에 따라 정권의 사냥개로 부려왔다. 그 과정에서 이들 권력 기관들도 부침을 거듭했다. 민주 정부가 들어선 지난 1996년 이후 검찰이 모든 권력을 견제하고 감시하기보단 정권의 입맛에 벗어나지 못했다는 비판이 그동안 끊임없이 제기됐지만, 출범 막바지에 공수처 역시 그런 우려가 있다고 검찰과 야당 측에서 제기해 출범이 4개월이나 지연돼왔다. 그간 권력을 휘둘러본 이들답게 지레짐작으로 본인들을 견제하려는 공수처 출범은 반길 리 없지만, 공정사회로 가는 길목에서 걸림돌은 걷어내야 할 필연이기도 하다.

문재인 정부의 선거공약이기도 한 공수처는 살아있는 권력을 스스로 감시받고자 하는 독립기관이라는 점에서 투명사회로 가는 이정표라 할 수 있다. 흔히 이야기하는 사냥이 끝나면 사냥개를 잡아먹는다는 토사구팽이 한때 유행어가 된 적이 있지만 요즘 검찰의 행보는 자기 권력을 보호하기 위해 주인인 국민을 겁박하는 소위 사냥개가 주인을 무는 아이러니한 모습이다. 그들만의 권력에 취해 안하무인 격으로 나서는 권력의 추한 모습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 공무원 사회가 지켜야 할 절제된 지휘계통을 무력화하면서 정부 시스템마저도 부정하는 모습이 그렇다.

가장 도덕적이고 가장 공정해야 할 검찰이 가장 부패 집단으로 보이는 건 권력의 남용에서 생긴 흔적일지도 모른다. 부끄러워해야 할 이들이 내가 어째서라고 대드는 행태는 반드시 교정돼야 할 권력이었다. 그 권력을 바로잡고자 시도한 지난 24년간의 고단한 여정이 결실을 보게 한 것도 국민이 국회에 보내준 힘이었다. 권력과 정권 스스로가 미룬 절제된 권력기관으로 거듭나라고 요청한 국민이 있었기에 공수처가 출범한 것이다.

이제 문제는 추천위원들이 살아있는 권력을 견제할 강단 있는 공수처를 지휘할 공수처장을 뽑는 일이다. 공수처는 대통령, 국무총리, 국회의원, 대법원장·대법관·판사, 헌재소장·재판관, 광역자치단체장·교육감을 비롯해 각 정부 부처 정무직 공무원, 대통령비서실·경호처·안보실·국정원 3급 이상과 검찰 총장·검사, 장성급(전직에 한함) 장교, 경무관급 이상 경찰 공무원뿐만 아니라 그 배우자와 직계 존·비속이고, 대통령은 4촌 이내 친족의 범죄행위를 수사하는 기관이기 때문이다. 기존에 검찰이 맡아왔던 일에 공수처는 이처럼 고위공직자만을 전담한다는 점에서 공정과 투명성 그리고 어떤 권력 앞에서도 굽힘이 없어야 한다. 그런 처장을 뽑는데 추천위원들의 역할은 공수처 출범의 마지막 유종의 미라는 사명감으로 임해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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