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욱신 정치부 기자.
[일간투데이 이욱신 기자] 이제나 저제나 '언제 결과가 나올까'하며 아침마다 일어나면 확인하는 일과였던 미국 대선이 지난 8일(현지시간 지난 7일)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의 승리로 일단락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깨끗이 승복하기 보다는 여전히 아무런 근거도 없이 '선거부정'을 언급하며 지리한 소송전을 예고하고 있지만 대세의 흐름이 바뀔 것 같지는 않다.

바이든 후보의 당선으로 세계는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전임 오바마 대통령 시절 백악관에서 근무했던 밴 존스 미국 CNN 정치평론가는 언론에서 일제히 바이든 후보의 당선을 발표하자 방송에 출연해 "오늘 아침은 부모 노릇을 하기에 더 쉬운 날이다. 성격은 중요하고 진실을 말하는 것이 중요하고 좋은 사람이 된다는 건 중요하다고 아이들에게 말하기 더 쉬워진 날이다. 우리가 조금의 평온을 찾게 됐다는 것은 큰 일"이라고 말하며 울먹이기도 했다.

비록 트럼프의 재선은 저지됐지만 바이든 대통령의 앞길도 결코 순탄치 않을 전망이다. 이번 선거는 그 어느 때보다 양 후보자에 대한 지지·반대 진영이 팽팽히 맞선 가운데 치러졌기에 66.8%라는 120년만의 최고 투표율을 기록했다. 그 결과 바이든 당선인이 7535만표라는 역대 당선인 중 최다 득표를 한만큼 패자인 트럼프 대통령도 7108만표를 얻는 괴력을 발휘했다.

지난 4년간 지속된 유색인종·여성 등 소수자들에 대한 혐오 발언과 선동, 세계경제를 뒤흔든 중국과의 끝없는 무역전쟁, 무수한 경고에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적절한 대응을 하지 않아 24만명이 넘는 사망자가 발생했음에도 트럼프는 지난 선거보다 500만명이 더 넘는 지지자를 투표장으로 불러 들였다. 그만큼 미국 백인 노동계층에서 오바마 집권기간 동안 사회·경제 양극화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했던 민주당 엘리트그룹에 대한 반감·거부 정서가 컸다는 반증이리라.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미국 대선과정을 마냥 '강 건너 불구경'해선 안 될 것이다. 우리 방역당국이 코로나19에 비교적 대응을 잘하면서 뜻밖에 176석이라는 절대 안정의석을 확보했지만 요동치는 민심의 흐름을 제대로 읽지 못하면 미국 민주당이 지난 4년 동안 겪은 일이 어느 순간 자신의 일이 될 수 있다. 지난해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자녀 대학 특혜 입학논란으로 국민들의 현 정부에 대한 거부감이 커지면서 총선 참패의 불안감이 만연했던 것이 올 초의 일이다. 국민의힘도 트럼프의 급부상과 몰락을 보면서 국민들의 불만만을 자극해 요행으로 집권할 수 있지만 안정적인 정권 유지는 쉽지 않다는 것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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