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을 포함한 아시아·태평양 지역을 하나의 자유무역 지대로 통합하는 ‘아세안+6’ 자유무역협정(FTA)인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 Regional Comprehensive Economic Partnership)이 지난 15일 타결됐다. 협의를 개시한 지 8년 만이다.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 10개국과 한·중·일 3개국, 호주·뉴질랜드·인도 등 16개국이 참여했지만 지난 2019년 11월 4일 인도를 제외한 15개국 간 협정에 이어 이날 최종 협정 타결 및 서명이 이뤄진 것이다. 각국이 국회 등의 비준 절차를 마무리하면 무역 거래 때 관세장벽 철폐 수준으로 자유무역이 가능하게 된다. 우리에게 유리한 수출품목도 있지만, 수입에 따른 타격을 입을 수 있는 농수산물 분야도 있는 만큼 명암은 동시에 노출될 수밖에 없는 또 다른 자유무역체제에 접어든 셈이다.

RCEP 참가국의 무역 규모, 인구, 총생산(명목 GDP)이 전 세계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30%에 달할 만큼 거대 시장이다. RCEP의 체결로 역내 인구 34억 명, 무역 규모 10조 1310억 달러(약 1경 1043조 원), 명목 국내총생산(GDP) 19조 7640만 달러에 이르는 자유무역 벨트가 조성된 것이다. 이는 명목 GDP 기준으로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18조 달러)과 유럽연합(EU, 17조 6000억 달러)을 능가하는 세계 최대규모의 경제공동체라 할 수 있다. 여기에 향후 RCEP에 인도까지 가세할 경우 그 규모는 커질 수밖에 없다.

RCEP는 아태 지역 16개국 정상들이 지난 2012년 11월 20일 캄보디아 프놈펜 평화궁전에서 열린 동아시아정상회의(EAS)에서 발표한 공동선언문을 계기로 2013년 협상을 개시해 각국의 이해득실에 따른 미세 조정을 거치는 지난 7년 동안 28차례 공식협상, 16차례 장관회의, 3차례 정상회의 끝에 그야말로 최대 공동시장을 연 것이다.

시장을 개방한 만큼 선택은 소비자들에게 달렸다. 우리의 수출구조가 중국을 포함한 동남아시아 비중이 크게 확대되고 있는 시점에 RCEP 타결은 수출 주도형 한국 경제에 청신호일 수 있지만 동시에 떠오르는 중국과 일본과는 가격과 품질면에서 무한 경쟁에 나설 수밖에 없다. 또한, 자유무역의 사각지대에 놓인 농수축산물 시장을 어떻게 방어해야 하는가의 과제도 놓여있다. 우리 농산물 분야도 공산품과 함께 품질과 가격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정책적 고려도 지속해야 할 과제를 던진 셈이다.

그동안 각국끼리 산발적으로 자유무역협정(FTA)을 맺어왔지만, 이번 RCEP 협정으로 우리나라와 일본이 자연스럽게 FTA를 맺게 됐다. 그간 한일 간 무역갈등을 관세로 벽을 친 것도 모자라 아예 대놓고 한국 수출품목을 규제한 조치들도 해소될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역대 한일 간 무역 거래 시 만성적인 무역적자를 기록한 대일 교역의 적자 폭이 늘어날 가능성과 함께 농수산물의 안전성 여부도 당장 살펴야 할 부분이다. 아베 정권 시 대한 수출규제조치 품목들은 한국의 소재부품 산업의 아킬레스건이었다는 것을 보여준 만큼 국산화와 함께 경쟁력을 회복할 수 있는 대책도 강구돼야 할 분야이다. 자국 기업 보호를 내세워 관세와 수출입규제라는 장벽이 없어진 만큼 품질과 가격 경쟁력만으로 자유무역의 길을 가야 하기 때문이다.

특히 회원국 간 관세의 문턱이 낮아져 중국에 이어 우리의 제2 교역 상대인 아세안과의 협력과 교류가 더욱 확대될 수 있다는 점은 이번 협정 타결이 낳은 성과일 수 있다. 수출입 의존도를 완충할 수 있는 지렛대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협정의 정식 발효를 위해선 회원국들의 국내 비준 절차까지 시간이 남아있는 만큼 정부와 산업계는 산업 전반에 걸친 파급 상황을 점검하는 계기로 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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