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바이오 의약품 생산역량이 다시 주목을 받고 있다는 소식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의 조기 진단 장비 덕분에 대량 검진체계를 구축한 K-방역이라는 성과에 이은 낭보이다. 이른바 K-바이오이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기술수출, 임상시험 등이 성과로 이어지지 못해 시장에서 퇴출되는 등 시련의 연속이었지만 코로나 19로 다시 국내 바이오 의약품 기업들이 주목받고 있기 때문이다. 끝나지 않았다는 신호탄이다.

세계 코로나 19 치료제·백신 생산기업들이 우리나라에 위탁생산기지로 지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시련에도 불구하고 국내 의약품 생산기업들이 그동안 연구개발에 이어 대량생산 능력을 갖춘 성과로 풀이할 수 있다. 특히 바이오 의약품 생산기술은 반도체생산 못지않은 고도의 설계기술과 청정 환경을 요구한다는 점에서 위탁생산은 바이오산업을 한 단계 격상시킬 기회이기도 하다.

바이오 의약품 위탁생산(CMO)은 바이오의약품을 대행 생산한다는 뜻으로 화학합성 의약품과 달리, 유전자 재조합 기술과 세포배양 기술 등 새로운 생물 공학 방식을 이용해야 하므로 기술 난이도 면에서 반도체 파운드리와 유사한 개념이라고 한다. 그만큼 제조 공정이 까다로와서 기술 축적이 단기간에 쉽지 않다고 한다. 그런면에서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고품질의 바이오 의약품을 신속하게 생산할 수 있는 능력과 시설을 갖췄다고 볼 수 있다.

대량의 설비능력을 보유한 삼성바이오로직스, SK바이오사이언스, GC녹십자, 지엘라파(GL Rapha) 등이 다국적 제약회사와 백신 기업들로부터 코로나 19 항체치료제와 백신 위탁생산 주문을 받았다는 점에서 국내 바이오산업에도 훈풍이 불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코로나 19와 K-방역이 국내 바이오제약 기업에 우군 역할을 한 셈이다. 까다로운 임상시험으로 수십 년이 걸릴 수 있는 사용승인이 폭증하는 확진자 때문에 의약품의 긴급사용승인에 따른 것이다.

그간 국내 의약품 회사들은 바이오시밀러(biosimilar 단백질 복제약)라는 살아있는 세포 내에서 만들어진 천연 생물학적 기질을 모방한 의약품 생산을 통해 치료제와 백신에 도전해왔다. 업계에 따르면 이 같은 바이오시밀러도 평균 개발 소요기간이 최소 5-10년 정도 걸리고 개발비용도 수천억 원에 달해 진입 장벽이 높다고 한다. 국내 의약품 회사들이 그만큼 연구개발에 투자를 아끼지 않았음을 보여준 위탁생산 주문이다. 산업적 측면에서도 바이오의약품 시장은 지난해 기준으로 2625억 달러로 바이오의약품 상위 10개 품목은 전체 시장에서 약 45%를 차지할 만큼 성장해왔다. 이는 코로나 19 이전 통계인 만큼 포스트 코로나는 전혀 다른 상황으로 전개되고 있다는 점에서 바이오산업은 반도체에 이는 또 다른 미래 산업으로 부상하고 있다.


국내 주요 바이오시밀러 생산 기업인 셀트리온, 삼성바이오로직스, 종근당, 동아쏘시오홀딩스, 대웅제약, CJ헬스케어 등이 국외 주요 바이오시밀러 생산기업과 치열한 경쟁을 벌일 만큼 국내 바이오의약품 산업화도 기대가 되는 대목이다. 코로나 19 백신 개발에 나선 다국적 의약품 기업인 화이자나 사노피-아벤티스 등도 바이오시밀러를 통한 축적된 연구개발에서 비롯된 만큼 국내 바이오 의약품 기업들의 자체 개발성과도 가능할 것이라는 청신호이다.

미국 일라이릴리사의 경우 코로나 19에 감염됐다가 회복한 환자의 혈액에서 항체를 추출해 만든 코로나 19 항체치료제를 삼성바이오로직스에 위탁생산을 주문했고,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단기간에 생산해 납품한 것을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긴급사용승인을 받았다는 소식은 국내 바이오 의약품 기업들의 생산 기술을 입증한 셈이다. SK바이오사이언스, GC녹십자, 지엘라파(GL Rapha)가 코로나 19 백신 개발회사로부터 위탁생산을 받은 물량이 수억 명을 접종할 수 있는 양이라고 한다. 그만큼 생산 설비가 가능할 정도로 규모화했다는 점도 K-바이오산업의 가능성을 엿보게 한다.

미래를 보고 과감한 연구개발의 투자가 성과로 나온 만큼 위탁생산을 넘어 자체 개발성과로 이어지기를 바란다. 여러 분야에서 세계 표준에 도전해 성과를 거둔 만큼 K-바이오도 못하라는 법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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