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간투데이 장석진 기자] “이번에도 이겼다.”

18일 금융당국이 공모주 배정 방식에 대한 개정안을 내놓자 한 포털사이트 관련 기사에 투자자가 올린 댓글이다.

‘이번에도’라는 말은 앞서 대주주 자격 요건 완화 반대, 공매도 금지 연장 등 그간 개인투자자들이 증시 관련 정책에 대해 정부를 향해 낸 목소리가 정책으로 반영된 것을 지칭하는 말이다.

공모펀드 규모 축소와 보유 주식 비중 조절을 위해 차익실현에 나선 기관들이 시장을 움직이는 주도세력에서 한발 물러나고, 외국인과 개인들의 기싸움이 된 주식시장에서 개인들의 달라진 위상을 실감케 하는 대목이다.

연일 이어지는 부동산 대책에도 집값을 잡지 못하고 ‘영끌’, ‘빚투’에 올인해 은행들의 예대마진이 늘어나는 아이러니가 펼쳐진다. 여기서 주가마저 떨어진다면 정부는 레임덕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개미들의 소원수리 신문고가 힘을 발휘하는 이유다.

이번 공모주 제도 개편안의 핵심은 개인투자자 물량을 늘려주고 균등배정을 통해 공모주 수혜가 개인투자자에게 더 가게 해주겠다는 것이다.

SK바이오팜, 카카오게임즈 등 소위 대박 IPO에서 개인들이 억단위 자금을 어렵게 동원해도 한두주 획득에 그치는 아쉬움을 해소하기 위한 조치의 일환이다. 특히 정부는 개편안에 돈 많은 사람들이 자본력을 통한 우위의 횡포(?)를 막기 위해 ‘균등 배정 방식’을 도입하는 세심한 배려까지 녹여 넣었다. 진정한 개미들의 상대적 박탈감까지 어루만져 준 결과다.

이 모든 개편안의 가정은 ‘공모주는 대박’ 이라는 가정에 근거한다.

가용한 자금을 다 끌어모아 투자해도 그 기회비용을 수십, 수백배 능가하는 과실을 안겨준다는 ‘즐거운 상상’의 결과다.

지금과 같은 활활장이 오기 전까지 공모주 시장의 대박 신화는 이미 수년전 사라졌다. 아줌마 부대가 증권사에 돈 보따리를 싸가지고 다니며 투자를 했던건 공모주 대박 신화가 가능했기 때문이었고, 개인 청약률이 수백대 1을 넘나들었기 때문이었다.

그 뒤로 공모가 현실화가 이뤄지며 결과가 신통치 않자 공모주 대란은 조용히 막을 내렸다.

하지만 올해 사상 최고치를 향해 주가지수가 오르고, 코로나19 상황의 언택트 수혜주 일부가 시장에 등장하는 과정에서 다시 신화가 고개를 들고 있다.

빅히트 사태로 꺼질 뻔했던 공모주 신화가 교촌이 날개를 펴며 다시 군불을 지폈다.

폭탄돌리기에 참여하는 사람은 아무도 폭탄이 자기 손에서 터질 거라고 믿지 않는다. 그 폭탄이 그저 축제를 알리는 불꽃놀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폭탄이 커지면 다 같이 위험하다는 것도 알아야 한다.

정부가 개인들에게 주는 선물이 진정 선물로 기억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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