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 3차 대유행과 국내 정치 현안들을 놓고 난타전을 벌이고 있는 동안 미국의 대중국 압박은 옥좨오고 있는 형국이다. 미국의 정권 교체기에도 일관되게 미국 상하원은 대중국 제재의 강도를 높여가고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유예를 뒀던 미국증시에 상장된 중국기업에 대해서도 "외국기업책임법"을 오는 2022년부터 적용하겠다는 안을 미국 상하원이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지난 5월 상원에 이어 하원도 지난 2일(현지시각) 미국의 회계감사 기준을 따르지 않는 외국기업을 증시에서 퇴출할 수 있도록 한 것이 “외국회사문책법(The Holding Foreign Companies Accountable Act)”이다. 우리 국회와는 전혀 다른 모습이다. 국익을 위해서는 여야도 똘똘 뭉치기 때문이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2018년부터 벌인 관세 폭탄과 수입규제 등 그간 미·중 양국의 무역전쟁, 화웨이(華爲) 등 중국 기술기업 제재 등 다양한 경제·통상 분야의 갈등이 이제는 자본시장까지 확전되고 있다. “외국회사문책법”은 미국 내 상장된 외국 회사가 미국의 회계 감독 기구인 상장기업회계감독위원회(PCAOB)의 회계감사를 3년 연속 통과 못 하면 증시에서 퇴출한다는 법안이다. 하지만 중국만 예외 규정을 뒀기 때문에 이번 법안 통과는 사실상 중국기업을 겨냥했다는 분석이다. 이미 우리는 지난 1998년 국제통화기금(IMF)으로부터 구제금융을 받을 때 가장 먼저 회계기준부터 미국식으로 바꾼 터라 우리와는 별개지만 중국은 그렇지 않다.

미국 증권시장에 상장된 중국 관련 기업 357개(시총 2.5조 달러 규모)는 지난 2013년 미·중 양국이 체결한 양해각서에 따라 PCAOB 대신 중국 감독기관인 증권감독관리위원회(CSRC)의 감사를 받아왔지만 이젠 미국 회계 당국의 감사도 받아야 할 처지이다. 그런데 이 회계감사 기준은 중국당국이 꺼리는 내용만을 담고 있다는 점이다. ​​그간 중국기업들은 미국 자본시장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면서도 미국의 회계기준이 아닌 자국의 금융당국 회계감사를 받아왔다가 ‘중국판 스타벅스’로 불렸던 루이싱커피가 3억 달러 규모의 매출을 부풀린 것이 밝혀져 미국증시 상장 11개월여만인 지난 5월 나스닥에서 상장 폐지된 것이 이번 법안 통과의 빌미가 됐다는 지적이다.

미국의 "외국기업책임법“은 미국에서 주식을 발행해 상장된 기업은 반드시 외국 정부가 소유하거나 통제하지 않는다는 것을 입증해야 한다는 것을 담고 있다. 대부분 국유기업을 민영기업으로 탈바꿈한 중국 기업에는 아킬레스건일 수밖에 없다. 만약 PCAOB가 3년 연속으로 발행인의 회계법인을 점검 할 수 없는 경우 그 상장사는 거래소에서 거래가 금지된다. 이는 지금처럼 중국 금융당국의 감사결과를 미국 금융당국에도 받아야 한다는 조건이다. 또 미중시 상장기업이 설립 시 정부 기관이 소유한 주식의 비율, 이러한 정부 기관이 지배구조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재정적 이해관계를 가졌는지, 이사회 구성원 중 중국 공산당원이 포함되어 있는지에 관한 정보, 회사의 정관에 중국 공산당 헌장이 포함되어 있는지 등이다. 중국만을 꼬집어서 통과시킨 법안이 바로 ”외국기업책임법“ 이다. 이 법안이 2022년 1월부터 시행하면 2021년부터 연속 3년 재무제표와 관련된 정보를 PCAOB에 제출하지 않으면 상장 폐지된다. 2024년에 제출된 2023년 재무제표를 보고 2024년에 퇴출 여부를 결정하기 때문에 그사이 미국 회계 당국에 이를 입증하지 못한다면 상장 폐지되거나 그 이전에 홍콩이든 중국으로 돌아 와야 할 운명이 기다리고 있다. 또 있다. 미국 의회가 2021회계연도 국방수권법(NDAA)에 화웨이 등 중국 업체의 5G(5세대 이동통신) 기술을 사용하는 국가에 자국 군대와 주요 군사 장비를 배치하는 것을 재고 하도록 하는 내용의 새 조항을 넣었다는 소식도 있다. 화웨이의 5G 장비를 쓰는 기업들에는 군사보안을 이유로 제재를 가하겠다는 의도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LGU 플러스가 5G 장비 중 일부를 화웨이를 쓰고 있어 우리에게도 무언의 압력이 현실화했다. 대중 무역 규모가 갈수록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미국이 중국에 가하는 전방위 제재와 압박에 국내 기업에게 불똥이 튀지 않도록 대응하는 전략을 찾아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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