③NH투자증권 정영채 사장…”고객 가치 창출로 새 성장방식 찾자”

▲ NH투자증권 정영채 대표(제공=NH투자증권)

[일간투데이 장석진 기자] 2020년은 전 산업이 코로나19라는 전대미문의 폭풍우 속에 경쟁력이 시험대에 오른 한해였다. 연초 존폐의 위기마저 거론되던 증권사들은 위기를 기회삼아 역대 최고의 실적을 올리며 면모를 일신하고 있다. 주요 증권사 수장들의 신년사를 살펴 그 실천 여부를 점검해보고자 한다.<편집자 주>

NH투자증권은 미래에셋대우, 한국투자증권과 함께 부동의 TOP3라는 인식이 있는 회사다. NH금융그룹이라는 든든한 배경, 과거 문어에서 차용한 ‘옥토’라는 브랜드를 통해 모든 분야 1등을 외치던 우리투자증권과의 결합, 여기에 IB분야 맏형 격인 정영채 사장의 이미지가 더해졌다.

NH투자증권은 실적에서도 변동성이 작은 것으로 유명하다, 올 한해 대형사들도 코로나19로 인한 부침을 크게 겪었지만, 유독 NH투자증권은 기복이 적었다. 지난 3분기(9월말) 기준 당기순이익을 증권사별로 집계해보면, 1위인 키움증권이 2634억원으로 전년대비 295% 성장, 2위인 한국투자증권이 2589억원으로 107% 성장한 것에 이어 2396억원으로 전년 동기대비 197% 성장을 이뤄 역시 톱3에 안착했다. 3분기 누적 5012억을 달성한 NH는 이미 전년 전체 당기순이익 4764억원을 넘어선 상태다.

정영채 사장은 연초 신년사에서 본인의 주전공인 IB부문에 대한 이야기는 잠시 뒤로 미뤄둔 채, 확보된 IB역량을 바탕으로 새로운 고객 가치 창출에 힘쓰고, 그 방법으로 디지털전환에 힘쓸 것을 주문했다. 특히 단순한 중개 비즈니스는 곧 상당 부분 디지털로 대체될 것이라며 시장구조 재편에 맞는 회사의 위치와 역할을 고민하라고 당부했다.

정 사장은 ‘지금까지와는 다른 성장 방식’을 언급하며, 자신의 장기인 ‘IB’에의 의존 보다는 이를 활용해 고객이 찾는 ‘어드바이저’가 될 수 있도록 솔루션을 제공하는데 힘쓸 것을 강조했다. 그를 위해 회사가 가진 52조원이라는 북을 어떻게 사용할 지 기준을 정하고, 아웃풋의 크기만큼 인풋의 수준과 기회비용을 함께 고려하라고 말했다.

산업은 어려움을 겪을 것이나 금융투자업은 더 커질 것이라는 예측, 업이 커진다고 해서 그것이 꼭 회사의 실적과 연결되지는 않는다는 혜안은 나아갈 방향을 찾기 위한 진단의 단계에서 주효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정 사장이 강조한 디지털 역량 강화를 통한 자산 증대는 효과적이었다.

회사측이 제시한 지난 11월말 기준 NH투자증권 디지털 고객은 총 84만명, 자산은 27조원 규모다. 전년 11월 기준 각각 35만명, 11조원에서 두배 이상의 성장이다.

일찌감치 뛰어들어 발행어음 비즈니스를 해온 NH는 이를 단순히 이자수익 획득수단으로 쓰기보단 개인고객 마케팅에 활용해 디지털 채널 ‘나무’와 연계해 고객 증대 시너지를 일으켰다.

지난 2018년 3월 사장에 오른 정 사장은, 당시 타 대형사로부터 영입 제의설이 심심치 않게 나왔던 스타IB맨이다. 대우증권에서 기획본부장과 IB담당 임원으로, 2005년부터는 우리투자증권의 IB를 이끌며 사업부 대표에 오른 스타 영업맨이다.

그런 그에게 2020년은 사모펀드 후폭풍과 함께 쉽지 않은 시간으로 다가왔다. 금융그룹의 일원이라는 것은 든든한 뒷배를 가졌다는 뜻도 되지만, 독자적 행보 보다는 시너지를 위한 그룹 색깔 맞추기가 요구될 수도 있다.

NH투자증권이 전년 선포한 새로운 브랜드 비전 ‘투자문화 창조자(Investment Culture Creator)’는 여전히 진행중이다. 정 사장이 IB라는 컨텐츠와 고객신뢰를 바탕으로 한 어드바이저로 자리매김해 투자문화를 바꾸는데 시간이 좀더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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