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당 추천 몫을 그대로 두면 국민의힘 당이 거부권을 거두지 않는 한 현 21대 국회에서는 공수처는 출범할 수 없다. 국회는 법을 만들기도 하지만 법을 폐기하는 곳이다. 그 때문에 국회가 개정안을 내서 본회의에 상정하는 것은 당연한 입법부의 의무이자 책임이다. 국회가 대통령도 끌어내리는 판에 스스로 본인들의 범죄 여부를 따지는 공수처 출범을 시키겠다고 하는데 마다할 이유를 찾기 어렵다.
사실 공수처는 아이러니하게도 검찰발 공수처라 할 수 있다. 검찰의 망나니 같은 활극을 보다 못한 촛불이 이건 아니라고 불을 켰기 때문이다. 우리 근현대사를 살펴보면 권력기관의 부침 속에서도 오직 검찰만 그 칼날의 광기를 멈추지 않았다. 그런 검찰부터 단죄할 수 있는 게 바로 공수처이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다. 공수처법에는 검사 판사도 수사 대상이다. "추락하는 것은 날개가 있다"는 소설 속 제목은 바로 검찰을 두고 하는 말처럼 보인다. 높이 오르면 후회를 하게 된다는 항룡유회라는 말도 있다. 바로 검찰이었다. 그들만의 리그는 국민을 괴롭히는 조폭이나 다름없었다. 이를 바로잡기 위해 공수처가 나온 것이다. 국회는 공수처법 개정안을 바로 통과 후 즉각 국회 추천 인사를 내야 할 이유이다. 우리 사회의 악을 바로잡기 위해 수사와 기소권을 쥔 검찰이 미친개처럼 주인인 국민을 무는 시대는 다시는 용인해서는 안 될 이유이기도 하다.
법과 제도도 결국 사람이 만들었지만, 그 사람 때문에 옥상옥으로 변질한 게 검찰이었다. 국민에게는 한없이 봄바람처럼 부드럽게 대하고 자기에서는 가을 서릿발처럼 엄중해야 할 검찰이 없는 죄도 만들어 뒤집어씌우고, 본인들의 온 갖 악행은 덮는 작태는 지금도 여전하다. 그 때문에 공수처의 첫 범죄 수사 대상은 바로 검찰이다.
우리는 4년 전 오늘 국회가 한 일을 알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 결의안을 당시 집권 여당인 새누리당이 앞장서서 자신의 주군인 박근혜 대통령을 끌어 내리는 데 동의했다. 현 국민의힘 당 뿌리인 새누리당이 정의를 바로 세우겠다고 무능한 대통령을 사실상 하야시켰다. 그런 국민의힘 당이 정작 본인들에게 들이댈 수도 있는 공수처의 정의는 왜 외면하려고 하는지 알 수 없다. 국민의힘 당은 오늘 국회에서 늘 봐 왔던 추태를 보여줘서는 안 된다. 4년 전 그 모습 보여주시라.
국민의힘 당도 대한민국의 정의를 세우는데 우리도 역사의 한 페이지를 남겼다는 것을 당당하게 보여주기 바란다.
최종걸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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