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역대 어느 전직 대통령도 검찰이 부르면 당당히 임했다. 검사들이 부르면 가서 검찰이 청구한 혐의를 소명했다. 하지만 윤석열 검찰총장이 자신이 출석해야 할 법무부 검사징계위원회에 불출석한다고 한다.

한마디로 비겁하다. 무소불위의 검찰 권한을 남용할 때는 언제고 그 검찰 권한이 잘 못 된다고 책임을 물은 법무부 장관이 소집한 징계위원회에 왜 당당히 나서지 않는지 묻고 싶다. 골목길 두목들도 그렇게 하지 않는다. 먼저 나서 일 합을 겨눈다. 숱한 영화 속의 건달과 깡패들도 적장과 먼저 대적해서 부하들에게 두목의 자존감을 각인시킨 장면이다. 적어도 우리 세대 속 영화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그랬다.

10일 법무부 검사징계위원회는 윤 총장의 6가지 비위 혐의에 대한 심의를 통해 징계 수위를 결정한다. 검찰 수사대상인 언론사 사주와의 부적절한 접촉, 조국 전 장관 사건 등 주요 사건 재판부 불법 사찰, 채널A 사건·한명숙 전 총리 사건 관련 감찰·수사 방해, 채널A 사건 감찰 정보 외부유출, 총장 대면조사 과정에서 감찰 방해, 정치적 중립 훼손 등 6가지가 징계 청구 사유이다. 이를 보면 최근 검사 출신 이연주 변호사가 펴낸 '내가 검찰을 떠난 이유'가 이해된다. 그 책 일부 내용 중 '특수통 검사들은 총장이 자신의 자리를 지키려고 중수부를 희생시키려'라는 대목이 있다고 한다. 법무부가 적시한 윤 총장의 6가지 비위 혐의를 예나 지금이나 같다는 대목이다. 이 변호사는 지난 2002년 검사가 된 지 1여 년 만에 사표를 냈고 이번에 내가 ‘검찰을 떠난 이유’라는 책을 낸 장본인이다.

여기서 묻고 싶다. 그렇게 당당하다면 징계위원회에 가서 반론을 펼치는 게 맞지 않나. 역대 검찰총장 중 당신 같은 비겁한 총장은 처음 봤다. 징계 청구 사유를 보면 가장 정의로워야 할 국가 기강을 문란한 모든 책임이 윤 총장에게 있다. 그런데도 애써 이를 회피하려는 불출석은 이게 검찰이었어! 라는 비웃음이 나올 뿐이다. 국민에게는 한 없이 괴각으로 대했던 검찰이 그것도 수장이 국민이 부른 징계위원회에 숨는다니 어처구니가 없다.

검찰에 불려갔다가 나온 수많은 사람이 분을 참지 못해 자살로 그 억울함을 토했다. 노무현 대통령이 그랬고 최근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당 대표 부실장 이경호 씨도 세상을 버렸다. 석고대죄해야 할 검찰이 대한민국은 나뿐이야라는 오만은 이제 끝내야 한다.

대한민국의 검찰은 행정부인 법무부 산하 일개 청일뿐이다. 하지만 세간에는 검찰당 이라는 소리가 나온다. 바로 윤 총장을 빗대어 나온 소리다. 유력 대권후보 여론조사에 윤석열 총장이 버젓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란다. 깜냥도 안되는 인물이 여론조사에 등장하는 것만으로도 국민의 피로도를 높일 뿐이다.

다시 징계위원회의 징계 청구 사유로 돌아보면 대검찰청 수사 정보정책관실이 지난 2월 작성한 문건에 사건 담당 판사 37명의 출신 고교·대학, 주요 판결, 세평 부분이다. 이건 검찰이 또는 깡패들이 상대방을 협박할 때 쓰는 카드이다. 실화를 소재로 한 영화에서, 삼국지 등 소설에서 자주 봤던 대목이다. 피의자로 소환 대상에 올랐던 언론사 사주들과 겁도 없이 만난 점도 또 그 언론들이 윤 총장을 두둔하고 있는 것도 뭔가 이상하다. 이러라고 국민이 정의를 검찰에게 맡긴 것이 아니다.

세상을 살아가는 데는 염치라는 게 있다. 그러나 윤석열 총장에게는 그런 모습을 찾기가 어렵다. 권력의 언저리에서 윤 총장을 지키려는 무리에 취해 안하무인 격의 모습은 검찰의 오만과 독직으로 상징되는 괴물과도 같아 보인다.

검찰에 끌려갔다 형장의 이슬로, 자살로 그리고 감옥으로 사라진 수많은 이들에게 한 번이라도 “내가 잘 못 했다”라는 그 흔한 말 한마디가 그렇게 어렵나. 그 말이 듣고 싶은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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