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검찰총장의 징계 여부와 수위를 논의한 법무부 검사징계위원회(이하 징계위)가 윤 총장에 대해 4가지 징계 사유를 들어 정직 2개월이라는 결정을 내렸다. 장장 17시간 30분에 걸친 밤샘 심의 끝에 내린 결론이라지만 과하다는 측과 싱겁게 끝냈다는 의견이 분분하다.

징계위는 법관 사찰, 채널A 사건 관련 감찰 및 수사 방해, 정치적 중립 훼손 등 4개 혐의를 인정했지만, 언론사 사주와의 부적절한 교류, 감찰에서 협조 의무 위반에 대해서는 징계 사유가 있지만, 불문(不問) 처분을 내렸고, 채널A 사건 감찰 정보 유출과 한명숙 전 총리 사건 감찰 방해는 무혐의로 결정했다. 하지만 검찰 사에 현직 검찰총장이 징계 사유로 정직을 당한 예는 처음 있는 일이라는 점에서 정직 2개월은 무거울 수 있다.

현직 검찰총장도 지휘권 발동이 부당할 경우 징계를 받을 수 있다는 것을 이번에 보여줬다는 점은 정직 2개월 이상의 상징성을 갖는다. 헌법과 법률하에서 누구도 예외는 아니었지만 유독 현직 검찰총장만은 그 예외 대상이었기 때문이다. 예상한 대로 윤 총장은 15일 내려진 정직 2개월 소식에 취재진에 보낸 반박문에서 징계위의 정직 결정을 "임기제 검찰총장을 내쫓기 위해 위법한 절차와 실체 없는 사유를 내세운 불법 부당한 조치"라고 반발하면서 향후 법정 대응도 불사하겠다는 태도를 밝혔다. 그러면서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 독립성과 법치주의가 심각하게 훼손됐다"라며 "헌법과 법률에 정해진 절차에 따라 잘못을 바로잡을 것"이라고도 했다. 징계내용을 정면으로 부정하는 대목이다. 징계위원 간에도 사안에 따라 인정되는 부분과 인정되지 않는 부분으로 나눴다는 점에서 윤 총장이 취재진에게 공개적으로 반박문을 낸 것은 검사다운 모습으로 보일지는 몰라도 보통 사람들의 시각은 그리 보지 않는다. 선출직 대통령도 탄핵당해 쫓겨나는 세상에 임명직 공무원이 공무 중 부당한 사유로 징계를 받는 것을 두고 반발하는 모습은 공직자의 모습은 아니라고 본다. 그 자리가 어울리지 않는다는 뜻이다.

검찰은 현 검찰총장 정직 2개월을 무겁게 받아들여야 한다. 모든 검사에게도 해당하기 때문이다. 총장의 지휘권이 부당하게 행해진 데 따른 것이기 때문이다. 부당한 지휘를 받지 않을 수도 있었지만 따랐기 때문에 대표해서 검찰총장이 징계를 당했다는 점에서다. 직속 장관 가족 수사에서 촉발된 법무부와 검찰총장 간 갈등은 권력을 행사하는 권력기관의 치부를 여과 없이 드러냈고, 이 과정에서 검찰도 제어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 검찰권의 남용도 단죄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점을 검찰은 뼈아프게 받아들여야 한다. 검찰 위에 법무부라는 상급기관이 있다는 것을 이번에 처음 알았을 것이다. 역대 검찰총장들은 부당한 지휘권이 행사될 때면 그에 항의의 뜻으로 검찰총장이 사표로 대응했지만, 이번에는 법리 공방으로 맞섰다. 상급기관에 삿대질이나 다름없는 행태는 검찰의 최후 모습을 보는 듯하다. 검찰이 정당한 법 집행을 해왔다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도 필요 없었을 것이다. 여야 모두 역대 정권에서 줄기차게 공약으로 내세운 게 공수처였다. 공수처의 수사 범위에는 검사와 판사가 적시돼 있다. 이는 검찰권의 행사에 대한 공정성을 지켜보겠다는 것이다. 공수처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통과된 만큼 이제 검찰도 부당한 검찰권 남용에서 벗어나지 못하게 됐다. 끝까지 사수하려 했던 무소불위의 검찰 아성이 개방 됐기 때문이다. 현 검찰총장 정직 2개월 사이 공수처까지 출범하면 권력기관 간 견제와 균형이라는 시대를 맞게 된다.

올해 초 검찰청법 개정으로 검찰의 수사범위가 부패·경제·공직자·선거·방위사업 범죄와 대형참사 등 6개 분야로 한정된 가운데 고위공직자에 대한 수사권마저 공수처가 맡게 되면 검찰의 수사 범위는 양분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누구 탓할 이유가 없다. 자초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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