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행정소송 김빼기·추-윤 갈등 조기 봉합 다중 포석
여, "검찰개혁' VS 야, "'답정너' 처분"…문 대통령, 재가할 듯

▲ 법무부 검사징계위원회가 16일 새벽 17시간의 마라톤 논의 끝에 윤석열 검찰총장에게 정직 2개월 처분을 내렸다. 윤석열 검찰총장이 이날 오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으로 출근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일간투데이 이욱신 기자] 법무부 검사징계위원회가 16일 새벽 17시간의 마라톤 논의 끝에 윤석열 검찰총장에게 정직 2개월 처분을 내렸다. '윤석열 찍어내기'라는 인상을 피하면서 향후 윤 총장 측이 제기할 행정소송에 대비하기 위해 절충점을 찾은 모양새다. 여당은 검찰 개혁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반응을 보인 반면 야당은 검찰의 정권수사를 막으려고 각본대로 진행됐다고 맹비판했다.

법무부 징계위는 이날 새벽 4시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지목한 6개 혐의 중 4개를 인정해 윤 총장에게 정직 2개월 처분을 부과하는 데 합의했다고 밝혔다. 징계위는 ▲재판부 사찰 의혹 문건 작성 및 배포 ▲채널A 사건 관련 감찰 방해 ▲채널A 사건 관련 수사 방해 ▲정치적 중립 훼손 등 4가지 혐의는 인정하고 ▲언론사 사주와의 부적절한 만남 ▲총장 대면조사 과정에서 감찰 방해 등 2가지 사유는 불문(不問) 결정을 내렸다.

징계위 개최를 앞두고 당초 정치권과 법조계에서 최고 수위인 해임이나 면직 대신 정직 3∼6개월 전망이 우세했는데 그보다 다소 낮은 정직 2개월 처분이 내려졌다.

이에 대해 법조계에서는 윤 총장에 대한 중징계 처분이 정권에 미칠 부담을 고려하지 않았겠느냐는 해석이 나온다. 감찰 및 징계위 준비 과정에서 여러 절차적 문제가 지적돼 여론이 좋지 않고 앞서 진행된 법무부 감찰위원회와 법원마저 윤 총장 측 손을 들어준 마당에 윤 총장을 강압적으로 물러나게 할 경우 오히려 정권에 역풍이 불 수 있다는 우려가 작용했다는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도 윤 총장 징계 관련 절차적 정당성과 공정성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한 바 있다.

여권 내에서는 추 장관과 윤 총장간 갈등으로 정권 지지율이 깎이고 있는 상황에서 윤 총장의 직무를 2개월간 중지시킴으로써 원전 수사 등 정권에 부담이 되는 검찰 수사의 예봉을 꺾어 놓는 것만으로 충분하다는 셈법도 나온다.

이와 함께 징계위가 윤 총장 측의 법적 문제 제기에 대비하는 차원에서 정직 2개월 처분을 내렸을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윤 총장이 징계 효력 집행정지 신청을 했을 때 법원이 정직 2개월 처분에 집행정지를 인용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윤 총장 측은 징계위원의 불공정성이나 방어권 미보장 등 여러 절차적 문제를 지적하며 징계위 결과에 법적 다툼을 예고해왔다. 당장 이날 윤 총장은 "임기제 검찰총장을 내쫓기 위해 위법한 절차와 실체 없는 사유를 내세운 불법 부당한 조치"라며 "헌법과 법률에 정해진 절차에 따라 잘못을 바로잡을 것"이라고 강경 대응 입장을 밝혔다.

윤 총장 징계에 대한 여야 반응은 극명하게 갈렸다. 최인호 더불어민주당 수석대변인은 논평에서 "징계 결정을 존중한다"며 "이번 결정이 검찰개혁으로 이어져 진정한 국민의 검찰로 거듭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반면 최형두 국민의힘 원내대변인은 "'답정너' 징계위원회의 '닥치고' 윤석열 정직 2개월은 해임은 두렵고 공수처 출범까지 '검찰의 권력비리 수사 차단'이 목적일 뿐"이라고 힐난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제청을 거쳐 윤 총장에 대한 정직 2개월 처분을 재가할 것으로 보인다. 이날 청와대는 윤 총장 정직 관련 특별한 입장을 내놓지 않은 가운데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은 '문 대통령이 언제 윤 총장에 대한 징계 처분을 재가하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법무부 장관의 제청 시간은 법무부에 문의하기 바란다"는 짧은 답변만 내놨다.

검사징계법 제23조에 '검사의 해임·면직·감봉의 경우에는 법무부 장관의 제청으로 대통령이 한다'고 규정돼 있는 만큼 추 장관의 제청에 따른 법적 절차를 이행하겠다는 입장이다. 그동안 청와대는 징계위가 결정을 내리면 대통령이 그 집행을 거부하거나 징계 수위를 가감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견지했다.
저작권자 © 일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