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욱신 정치부 기자.

[일간투데이 이욱신 기자] '앞선 자 뒤에 서고 뒤선 자 앞에 선다'고 했던가. 누군가는 초반 기세 좋게 잘 달리던 토끼가 여유 있다고 방심하며 낮잠을 잤더니 끊임없이 움직인 거북이에 추월당했다고 한다. 우리가 항상 따라 하기 바빴던 서유럽과 북미의 선진국들이 우왕좌왕 헤매고 있을 때 우리가 새로운 기준을 제시한다며 뿌듯해 하던 일이 엊그제 같다. 현 정부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에 대한 평가가 1년새 이렇게 달라졌다.

21일 0시 기준 국내 코로나19 확진자는 926명을 기록했다. 앞서 나흘 연속 1000명을 넘긴 것에 비하면 잠시 한 숨을 쉴만도 하다. 하지만 주말이어서 검사 건수가 2만6000건 정도 줄었는데도 확진자수는 비슷하게 나와 마음을 놓을 수 없다. 게다가 앞서 확진자가 크게 늘었던 때와 달리 요양원 등 건강취약시설을 중심으로 집단전파가 이뤄지면서 사망자들이 급증해 불안감이 고조되고 있다.

투명한 정보공개를 통한 '3T전략'(Test(검사)-Trace(추적)-Treatment(치료))으로 1일 코로나 확진자수를 100명대로 틀어막는 가운데 미국이나 서유럽처럼 '록다운(Lock-Down·전면봉쇄령)'을 하지 않고서 방역과 경제 모두 챙겼다는 찬사를 들은 'K-방역'의 위상이 흔들리고 있다. 정부는 자신이 만들어놓은 '거리두기 3단계'의 요건이 차곡차곡 쌓이고 있는 가운데도 이번 고비만 넘겼으면 하는 심정으로 결단을 내리지 못하면서 하루하루 넘기고 있다.

게다가 미국과 영국 등 일부 국가를 중심으로 코로나 백신 투입이 시작되면서 그동안 우리 정부가 백신 확보에 적극적이지 못한 점도 많은 비판을 받고 있다. 먼저 승인받아 공급된 화이자나 모더나 제품이 초저온 상태에서 운반해야 하기 때문에 비용 측면에서 보편성을 얻기 쉽지 않지만 이미 백신 투입을 시작한 나라와의 '백신 격차(Vaccine Divide)'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야당 국민의힘에서는 "K방역은 '킬'방역이었나(김병욱 의원)"라는 거친 말까지 나왔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지난 20일 한 방송에 출연해 "지난 7월 확진자가 적어 백신 의존도를 높일 생각을 못했다"며 그 동안 백신확보 노력이 미진했음을 인정한 뒤 "(이미 공급계획을 마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은 빠르면 2월, 늦어도 3월에는 접종이 시작된다"고 밝혔다.

정부는 연초의 성공을 잊고 다시 코로나대책을 재정비해야 할 것이다. 특히 백신확보에 총력을 기울이며 관련된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함으로써 국민들의 이해를 구해야 할 것이다. 야당 또한 흠집내기용 비판보다는 건설적인 대안을 제시하며 정부·여당과 협력해 이 위기를 함께 극복해 나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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