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법원은 "피고인을 징역 4년 및 벌금 5억 원에 처한다."라는 판결을 했다. 이같이 법원이 조국 전 법무부 장관 부인 정경심 동양대학교 교수에게 실형 선고와 함께 법정구속이라는 판결을 내렸다.

같은 날 다른 결정도 나왔다. 정부에 비판적인 문화예술인의 명단, 이른바 '블랙리스트'를 만들고 지원을 받지 못하도록 한 정부의 공권력 행사는 헌법에 어긋난 것이라는 헌법재판소(헌재) 결정이다. 헌재는 23일 박근혜 정부 때 '블랙리스트'가 정치적 표현의 자유와 평등권을 침해했다며 제기된 헌법소원 심판에서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위헌 결정을 내렸다. 블랙리스트에 오른 문화예술인들은 지난 2017년 4월 "야당 지지를 선언하거나 '세월호 참사' 등 특정 이슈를 주제로 작품을 만들었다고 정부 지원에서 배제하는 것은 표현의 자유와 예술의 자유를 침해한다."라며 헌법소원을 냈었다. 박근혜 정부 당시 김기춘 대통령 비서실장 등은 정부에 비판적인 단체나 예술가의 이름과 지원배제 사유 등을 정리한 문건을 작성하도록 지시하고 이들을 정부 지원금 지급 대상에서 제외한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다. 헌재는 국가가 개인의 정치적 견해에 대한 정보를 수집·보유·이용하는 것은 개인정보에 관한 자기 결정권에 `중대한 제한'인 만큼 법적 근거가 필요함에도 블랙리스트는 법적 근거 없이 이뤄졌다고 지적했다. 또 정보수집 행위가 정부에 비판적인 예술인에게 지원을 차단하는 위헌적 지시를 위한 것인 만큼 헌법상 허용될 수 없는 공권력 행사라고 판단했다. 정치적 견해를 기준으로 특정 예술인을 정부 지원사업에서 배제한 것 역시 `자의적인 차별'이라며 평등권을 침해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헌재는 "특정 견해나 이념에 근거한 제한은 가장 심각하고 해로운 표현의 자유 제한"이라며 헌법의 근본원리인 국민 주권주의와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반한다."라고 판시했다.

법원에게 묻고 싶다. 윤석열 검찰총장이 부하 검사들에게 재판에 영향을 미칠 판사들의 성향을 수집한 행위는 적법했는지 묻고 싶다. 헌재는 위 처럼 위헌이라고 결정을 내렸는데 법원은 어떤 의중인지 거듭 묻고 싶다.

법원과 헌재의 두 판결을 보고 든 단상은 이중잣대이다. 법원은 과연 정의로운가이다. 행정부, 사법부, 입법부로 3권이 분리된 대한민국이라지만 법원인 사법부는 그들만의 세계에서 멋대로다. 여기서 한 판사를 생각나게 한다. 그게 아니었다고 법복을 벗고 승가로 출가한 이다.

효봉(曉峰)스님이다. 효봉스님은 출가 전 일제 강점기 한국인 최초로 판사였다. 1914년 일본 와세다대학 법학부를 졸업하고 당시 일제 감점기시절 한국인 최초의 판사였다. 평양 복심법원에서 10년 동안 판사시절 법정에 나온 어느 한국인 죄인에게 사형 선고를 내린 것에 번민하다가 돌연 가족과 직장동료 등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고 종적을 감춘 뒤 엿장수로 변신해 3년여를 떠돌다가 출가했다고 한다. 사람이 사람에게 죽으라는 판결을 내린 그 죄책감으로 속죄를 하기 위해 절로 떠난 것이다. 당시 최고의 엘리트였지만 그도 사람이 사람을 사형이라는 중죄를 물어야 했는가를 두고 깊은 사유를 했었나 보다. 오죽했으면 다 버리고 떠났겠는가. 법 이전의 사람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통찰이었나 싶다.

그는 법복을 벗고 3년 동안 엿을 파는 엿장수로 변장해 세상 사람을 봤다고 한다. 이후 금강산 유점사로 출가 후 자신의 지난 판결을 참회했다고 한다. 효봉 평전에 나온 압축적인 그의 삶의 궤적이다.

효봉스님은 이후 구산 법정 스님 등 수많은 제자에게 묵직한 법문을 남기고 떠났다. 법원은 판결을 남기기 전에 깊고 깊은 사유를 해야 함을 효봉 스님이 스스로 보여준 예이다. 그런데도 여전히 일제 강점기 못된 관습에 젖어있는 사법부인 법원에 묻고 싶다. 한 번이라도 판결에 앞서 번민해본 적이 있는지. 믿을 건 헌법재판소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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