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대통령은 25일 성탄절에 윤석열 검찰총장의 정직 2개월 중징계 효력을 중지시킨 전날 행정법원의 결정에 대해 결과적으로 국민께 불편과 혼란을 초래하게 된 것에 대해서 인사권자로서 사과했다. 지난 1년 4개월 사이 사법 사태라 할만한 검찰총장과 법무부 장관 간의 오랜 갈등에 대한 사과라 할 수 있다. 검찰총장을 임명한 인사권자로써 어쩌면 인사를 잘못했다는 사과일 수 있다. 그런 사과라면 충분히 공감한다. 인사가 만사라는 말처럼 문재인 정부 들어 특히 권력기관이라 할 수 있는 대법원장, 검찰총장, 감사원장 등의 행보를 보면 각기 다른 정권에 소속된 집단처럼 보였다. 나는 이렇게 하겠다고 제시한 공약에 국민이 동의했고 이를 추진하는 것을 문제 삼은 감사원장, 검찰총장 이를 방관하는 대법원의 그간의 행태를 보면 그렇다.

입법, 사법, 행정 3권이 분리된 민주 공화국답게 국회와 법원은 그렇다고 치고 행정부 내에서의 민주적 통제가 지켜지지 않는 것은 분명 이게 아닌데 라는 국민의 피로도가 쌓이고 있다. 절대 의석을 확보하고도 절차적 정당성에 목메는 듯한 그 우유부단함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집권 이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이라는 초유의 사태 속에서 치러진 지난 4.15총선에서 국민은 사회 전반의 개혁에 속도를 내도록 압도적인 지지를 보냈다. 그 지지에 역행하는 인사권의 부재처럼 보이는 현상은 마땅히 사과해야지만 사과가 능사는 아니다. 대통령이 할 수 있는 책임 있는 조처해야 한다. 인사권이 잘 못 됐다고 판단되면 이를 바로잡는 인사를 통해 해소하면 된다.

검찰총장과 법무부 장관 간의 1년 4개월간의 지루한 혈투를 법원이 모호한 결정하는 과정에서 우리는 검찰의 기세등등을 봤고 법원의 이중잣대를 목격했다. 이를 대통령이 사과해야 할 사안이 아니었다. 통제할 수 없는 권력기관은 통제하면 되기 때문이다. 국민이 절대적 지지를 보인 국회에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법에 이어 최근 검경수사권 조정 법안까지 국회를 통과했기 때문에 추가 개혁 입법을 통해 민주적 통제 장치를 마련하면 된다..

사법제도를 운영하는 법원과 검찰은 일제 강점기 이래로 권위주의, 폐쇄성, 엘리트주의, 특권의식 속에서 독버섯처럼 자라고 있었다. 양승태 사법부의 재판거래, 법관 뒷조사 등 사법 농단이 그랬고, 검찰은 사법개혁에 끈질기게 저항했다. 폐쇄적인 특권계급에 편입되어, 재직 중에는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고, 도를 넘은 제 식구 감싸기와 퇴직 후의 전관예우라는 달콤한 열매를 누리는 이 기득권 체제에 흠집이 나는 것을 그들은 어찌 원했겠는가? 라는 어느 판사 출신 교수의 지적은 바로 법원과 검찰이 사과해야 할 대목이다. 유일한 기득권 집단으로 그 기득권을 지키려는 그들만의 세상을 사과가 아닌 개혁으로 대응해야 한다.

절대다수 의석이라는 든든한 우군이 서슬 퍼렇게 대기하고 있는데 무엇이 두려운지 답답한 사과는 거둬야 한다. 법원이 절차적 흠결을 이유로 윤 총장의 징계 처분을 정지시켰지만, 윤 총장의 징계 사유는 분명 문제가 있다는 점을 인정했다. 법원은 검찰의 판사 사찰 문건에 대해 '매우 부적절하다'라고 지적했다. 검찰권 남용, 불공정수사, 정치 개입 등을 막기 위한 검찰개혁이 공수처 출범을 앞두고도 멈추지 말아야 할 과제라는 것을 남겼기 때문이다.

지난 1년 4개월 동안 사법 과잉시대에 살고 있고, 검찰의 정치화가 현직 검찰총장이 대선후보 선호도에서 등장하는 것으로 표면화된 만큼 이를 통제할 개혁의 당위성도 확보하게 됐다.

문 대통령이 사과문에서 “법원의 판단에 유념해 검찰도 공정하고 절제된 검찰권 행사에 대해 성찰하는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라면서 "특히 범죄정보 외의 개인정보를 수집하거나 사찰한다는 논란이 더 이상 일지 않도록 하기 바란다."라고 밝혔듯이 국회도 더는 권력기관의 정치화를 차단할 개혁 입법에 속도를 내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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