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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정인이가 잊혀질까 두렵다
  • 양보현 기자
  • 승인 2021.01.07 1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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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박춘희 전 송파구청장

[일간투데이 양보현 기자] 정인이가 잊혀질까 두렵다.

16개월의 짧은 생을 마감한 정인이의 기억 속에는 아픔과 고통 그리고 공포만 남아 있을 것이다.

“자포자기랄까, 체념한 듯한 표정이었다”

정인이의 아동학대를 마지막으로 신고한 소아과 전문의의 안타까운 후회다.

정인이의 고통과 죽음에 대한 우리 기억의 유효 기간은 얼마일까?

계모의 학대로 찬물을 뒤집어 쓴 채 화장실에서 숨져간 ‘원영이’. 아빠의 동거녀에 의해 여행가방에 갇힌 채 숨져간 9살 아이. 손발을 케이블로 묶인 채 계부에게 목검으로 구타당해 죽어간 5살 아이.

정인이 이전의 또 다른 ‘정인이’들이다.

해마다 수십 명의 아이들이 가정 내 아동학대로 숨져가고 있다. 사건이 전해질 때마다 온 국민은 충격에 휩싸여 분노해 왔다. 분노가 하늘을 찔렀고 그렇게 ‘정인이’들은 잊혀져 갔다.

빵 한 덩어리를 훔쳐 절도죄로 즉결재판에 넘겨진 할머니에게 방청객들의 예상과 달리 10달러의 벌금을 선고했던 라과디아 판사. 라과디아 판사는 이어 ‘가난한 사람을 돌보지 않은 죄’를 물어 자신에게 벌금 10달러를 선고하고는 법정의 뉴욕시민들에게 각각 50센트씩의 벌금형을 내렸다.

정인이의 입양주선기관 홀트가, 양모의 정신병 치료 병력에도 입양을 허가한 법원이, 단순 구내염 진단을 내린 소아과 의사가, 3번의 학대 의심 신고를 받고도 소홀히 대처한 경찰이, 최소한의 관심과 노력만 기울였다면 ‘정인이’는 양모의 학대로부터 벗어날 수 있지 않았을까?

과연 우리가 ‘정인이’의 죽음에 대해 양심적인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있을까?

국회에서는 아동학대에 대한 형량강화에 초점을 맞춘 법안이 봇물처럼 터져 나오고, 양모에게 살인죄를 적용하라는 국민청원이 쏟아지고 있다. 당연하다. 그러나 사후약방문이다.

정인이는 죽음 이후에도 산자들에 의해 이용당하는 제2의 아동학대에 시달리고 있다. 정치 경제적인 이익을 위해 활용하려는 일각의 몰지각한 행태가 이어지고 있다.

우리는 조두순을 증오하며 분노하고 있다. 조두순에게 유린당했던 초등학생 나영(가명)에 대한 기억은 붙잡고 있는가?

여린 생명 하나 구하지 못하는 엉터리 나라를 멈추기 위해서는 가해자 처벌형량강화 이전에 더 이상의 피해자가 생기지 않도록 하는 노력이, 제도적 뒷받침이 선행되어야 한다.

‘즉시분리제도’를 강화하고, 보호쉼터를 증설해야 한다. 경찰 아동전문보호기관 구청전담공무원 등의 공조강화로 이중 삼중의 보호시스템을 구축하고, 아동학대 정보해석 전문가를 양성하는 등 현장 사람들이 일을 잘 할 수 있도록 하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제 2의 정인이’를 멈추게 할 것이다.

정인아 미안해, 잊지 않을게!

박춘희(전 송파구청장, 現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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