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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미국 반란을 선동하는데 왜 태극기가 등장했나
  • 최종걸 주필
  • 승인 2021.01.10 11:53
  •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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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일(현지 시각) 미국 의회 내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지지자들 수천 명이 난입, 제46대 미국 대통령으로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을 인준하는 과정을 저지하는 수 시간 동안의 난동이 있었다.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을 인정하지 않는 트럼프 지지자들이 트럼프 대통령의 지휘 아래 의사당을 난입한 것이다. 이 시위대에 수백 명의 한국계 미국인들이 태극기와 성조기를 들고 함께 했다는 뉴스가 뒤늦게 알려져 충격을 주고 있다. 왜 그 반란 같은 상황에서 태극기가 등장했는지. 엄숙한 존중의 대상이 되어야 할 태극기가 대의 민주주의를 상징하는 미국 의회를 짓밟는 곳에서 펄럭이는 사태는 어떤 이유로도 납득할 수 없다. 반란 세력들이 미 의회 상하 양원 의장석을 점거하는 등 그야말로 아수라장 같은 폭력사태로 경찰을 포함한 수명이 사망하고 수십 명이 부상하는 그 현장에 왜 하필 태극기란 말인가. 반란을 선동한 건 바로 트럼프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였다. 페이스북, 트위터, 구글 등 미국이 자랑하는 SNS가 그 선동의 전파자였다. 트럼프 대통령의 경우 계정에 따르는 지지자들 소위 팔로워들이 9천만 명에 이를 만큼 강력한 우군이 화근이 됐다. 선거결과를 부정투표라고 선동하고 이를 무효라고 주장하는 글을 자신의 SNS에 올리자 이를 맹목적으로 믿은 지지자들이 의회를 마비시켰기 때문이다. 반란은 수 시간 만에 진압됐지만 오는 20일 퇴임을 앞두고 미 의회 심지어 트럼프가 속한 공화당 의원들까지 탄핵안을 들고나올 정도이다.

대통령 선거와 함께 치러진 미 의회 상하원을 장악한 민주당은 오는 11일 트럼프 탄핵안 상정을 추진하리라는 것과 함께 탄핵안의 요인으로 트럼프 대통령의 "반란 선동"을 적시했다는 보도도 나오고 있다. 선동의 도구가 된 페이스북, 트위터, 구글 등은 즉각 "트럼프 계정 영구 정지”로 표현의 자유를 제한시켰다. 오는 20일 취임하는 조 바이든 미 제46대 대통령 취임식 때 트럼프 지지자들의 시위설을 유포할 위험이 있다는 이유이다. 미국이 그토록 세계 인권의 수호자로서 들고 있는 "표현의 자유"를 서슴없이 차단하는 조치를 취한 것이다. 이제 세계에 뭐라 이야기하는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현직 대통령의 입이나 다름없었던 SNS를 차단하는 대단한 미국이라고 해야 하나. 중국이 개발한 틱톡이라는 SNS를 미국이 앞장서서 미국 내에서 사용을 못 하게 하더니 이젠 페이스북, 트위터, 구글 등 자국의 SNS가 대통령 계정을 차단하는 어처구니없는 표현의 자유를 차단했다.

남북한 상호 비난을 자제하자는 남북관계발전법 개정안이 대한민국 국회에서 통과하자 미국이 표현의 자유를 침해했다고 발끈한 지 1개월도 못 돼 미국에서 벌어진"반란 선동"이라는 핑계로 대통령 계정을 차단하는 사태를 어찌 이해해야 하는지 아이러니하다. 또 거기에 태극기가 왜 등장했는지 도무지 알 길이 없다.

그 장면에 대한 해답을 찾는 데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불과 1년 2개월 전인 2019년 12일 16일 대한민국 국회에서도 비슷한 난동이 있었기 때문이다. 국민의힘 전신인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이끄는 이른바 "태극기 부대"들이 태극기와 성조기를 앞세우고 국회에 난입한 사태가 겹쳤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와 선거법 표결을 저지하기 위해 태극기 부대들이 국회에 난입, 난동을 부린 사태이다. 다행히 이들은 국회 본청을 무단 진입을 시도했지만 강력한 경찰 저지선을 뚫지 못했다. 그날 시위를 선동한 공안검사 출신 황교안 대표는 규탄대회에서 “국회에 오실 때 막히고 고생했지만 이렇게 국회에 들어오신 것은 이미 승리한 것”이라며 “목숨을 걸고 자유대한민국을 지켜야 한다. 저희가 앞장서겠다. 저희와 함께해주시기 바란다.”라고 했다. 이들 참석자의 태극기와 성조기를 앞세운 깃발에는 ‘○○시 태극기 지킴이’, ‘구국연대’, ‘나라 지킴이 고교연합’ 등 쓰여 있었다. 한국기독교총연합회장을 맡았던 전광훈 목사는 앞서 자신이 운영하는 유튜브 등을 통해 16일 국회로 모여달라고 선동했다. SNS가 미국이나 한국이나 선동의 도구로 전락한 비극적 사례이다. 가짜뉴스를 유포하고 이를 부추겨서 체제를 부정하고 반란을 선동하는데도 이를 표현의 자유라고 용인하는 한국 법원과는 달리 미국은 트럼프를 포함한 반란 세력들에게 철퇴를 내리는 모양이다. 미국 수정헌법 25조는 대통령이 직을 수행할 수 없다고 판단될 경우 부통령이 직무를 대행하도록 허용한다는 점을 들어 탄핵에 나섰고, 미 연방수사국(FBI)은 시위 가담자들을 가려내 즉각 구속시키고 있다.

국기를 모욕하는 집단은 그 국가의 구성원이 될 수 없다는 것을 인식하는 계기가 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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