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한 상호 비난을 자제하자는 남북관계발전법 개정안이 대한민국 국회에서 통과하자 미국이 표현의 자유를 침해했다고 발끈한 지 1개월도 못 돼 미국에서 벌어진"반란 선동"이라는 핑계로 대통령 계정을 차단하는 사태를 어찌 이해해야 하는지 아이러니하다. 또 거기에 태극기가 왜 등장했는지 도무지 알 길이 없다.
그 장면에 대한 해답을 찾는 데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불과 1년 2개월 전인 2019년 12일 16일 대한민국 국회에서도 비슷한 난동이 있었기 때문이다. 국민의힘 전신인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이끄는 이른바 "태극기 부대"들이 태극기와 성조기를 앞세우고 국회에 난입한 사태가 겹쳤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와 선거법 표결을 저지하기 위해 태극기 부대들이 국회에 난입, 난동을 부린 사태이다. 다행히 이들은 국회 본청을 무단 진입을 시도했지만 강력한 경찰 저지선을 뚫지 못했다. 그날 시위를 선동한 공안검사 출신 황교안 대표는 규탄대회에서 “국회에 오실 때 막히고 고생했지만 이렇게 국회에 들어오신 것은 이미 승리한 것”이라며 “목숨을 걸고 자유대한민국을 지켜야 한다. 저희가 앞장서겠다. 저희와 함께해주시기 바란다.”라고 했다. 이들 참석자의 태극기와 성조기를 앞세운 깃발에는 ‘○○시 태극기 지킴이’, ‘구국연대’, ‘나라 지킴이 고교연합’ 등 쓰여 있었다. 한국기독교총연합회장을 맡았던 전광훈 목사는 앞서 자신이 운영하는 유튜브 등을 통해 16일 국회로 모여달라고 선동했다. SNS가 미국이나 한국이나 선동의 도구로 전락한 비극적 사례이다. 가짜뉴스를 유포하고 이를 부추겨서 체제를 부정하고 반란을 선동하는데도 이를 표현의 자유라고 용인하는 한국 법원과는 달리 미국은 트럼프를 포함한 반란 세력들에게 철퇴를 내리는 모양이다. 미국 수정헌법 25조는 대통령이 직을 수행할 수 없다고 판단될 경우 부통령이 직무를 대행하도록 허용한다는 점을 들어 탄핵에 나섰고, 미 연방수사국(FBI)은 시위 가담자들을 가려내 즉각 구속시키고 있다.
국기를 모욕하는 집단은 그 국가의 구성원이 될 수 없다는 것을 인식하는 계기가 되기 바란다.
최종걸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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