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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훈 칼럼] 북한 원전건설 USB 전달? 코미디 영화 시나리오
  • 김종훈 칼럼리스트
  • 승인 2021.02.04 09:34
  •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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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종훈 박사(서경대학교 나노융합공학과 학과장)
[일간투데이 김종훈 칼럼리스트] 이미 이전 정권에서 검토된 바 있는 북한 원전건설 추진방안의 문건이 공개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야당은 국정조사를 비롯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실체적 진실을 밝히겠다고 엄포를 놓고 있다.

북한 원전건설 추진을 검토하는 것만으로도 누군가에게는 북한의 무기로서의 핵사용 중지에 대한 현명한 반대급부 정책의 준비이고 누군가에게는 이적행위다.

대학교에도 이른바 스토브 리그가 존재한다. 학기가 끝난 후 새해가 시작되는 1월에는 졸업, 전과, 휴복학, 강의 편성, 수강신청, 실험실습 기자재 구입 등의 일들이 바쁘게 벌어진다. 학과를 바꾸는 일은 학과 입장에서나 학생 개인 입장에서 매우 중차대한 일인지라 꼭 면담을 하고 전과 추천을 하게 된다.

전과 추천문과 직인을 찍어주면서 학생들에게 ‘이력서의 전공란에 적힌 전공이 중요한 것이 아니니 다른 학과에 가서 압도적인 실력을 쌓는 것으로 승부하라.’ 고 말해준다.

학과의 학생수가 줄어드는 일은 학과 평가점수에 악영향을 미치는 지라 솔직히 반길 만한 일은 아니다. 특히 공대에서 연극영화 쪽이나 미디어 창작 관련 전공으로 전과를 하는 일은 전혀 추천하고 싶지 않은 케이스였다.

공대 2학년 말에 연극영화 분야로 전과를 하겠다고 찾아온 학생과의 첫 면담에서는 엔지니어로만 자라온 스스로의 한계를 극복하지 못하고 핀잔을 준 기억이 있다.

‘공대 수업에 적응도 잘 했고, 친구들과 눈부시게 잘 놀고, 팀 과제를 해도 잘 해내고, 공대생으로 아무 것도 부족한 것이 없는 네가 왜 이제 와서 기초도 없고 분야도 다른 연기자가 되고 싶어 하니?

이미 2년이라는 시간이 지났는데 그 쪽으로 전과를 해도 적응할 수 있을지 확실치 않고, 적응이 안 되면 연기 전공으로 흐지부지 학부를 졸업해서 확실한 전공 분야를 갖기도 힘들고, 또, 그리고…’ 이야기를 하다 ‘아 내가 스스로 ‘미끄러운 경사 논리’ 오류에 빠져 있구나!’ 자각하여 학생 지도 방향을 바꾸었다.

전과를 하고 싶다고 울먹이는 이 친구와 찬찬히 대화를 나눠 본 결과, 이미 연극영화 전공 관련 여러 과목을 청강하며 해당 세부 전공 주임교수님 눈에 든 상태였고, 그 분과 의논하여 다음 한 학기 동안 온전히 연기 전공 강의 18학점을 수강해 보기로 하였다.

한 학기 후 성적도 우수해서 전과는 해피앤딩으로 마무리되었고, 교정에서 마주치면 마스크 너머로 배우 이광수씨를 똑 닮은 길다란 녀석의 환한 눈웃음을 볼 수 있게 되었다.

단편적인 선입견보다 더 진도를 나가는 ‘미끄러운 경사’ 논리 오류는 오류의 방향성이 생기면 그 방향의 연장선 위로 오류들을 양산한다. 양자택일과 같은 좁은 폭의 선택을 강요하는 거짓 딜레마 오류가 방아쇠를 당기면 미끄러운 경사 논리 오류는 거침없는 오류의 급류를 만든다.

최근 대통령과의 기자회견에서 예를 찾아보자면 이렇다. 기자: 대통령님께서 백신 접종의 불안감을 해소하기 위해서 가장 먼저 백신 접종을 하실 생각이 있으신지 먼저 질문드리겠고요.

이런 질문은 질문의 의도와는 상관없이 대통령이 백신을 먼저 맞을 지 안 맞을 지 양자택일 상황 안으로 답변을 몰아 거짓 딜레마로 이끌기 좋은 질문이다. 질문을 한 기자가 얼마나 심혈을 기울여 준비한 질문인지 알 수 있다.

대통령이 먼저 솔선수범해서 맞겠다고 대답하면 ‘아무리 솔선수범이라 해도 그렇지, 높은 감염 위험에 노출되어 있는 의료진들보다 먼저 맞겠다고 할 수 있나.’ 혹평이 쏟아지기 딱 좋은 상황이 되고, 고위험군 의료진 등 우선순위를 고려하여 자신은 후에 맞겠다고 하면 ‘부작용 등을 우려하는 겁쟁이’로 몰아갈 수 있다.

양자택일에 이은 미끄러운 경사 오류의 시작인 것이다. 이런 부류의 질문은 2천 년 전에도 있었다. 로마의 식민지배 상황에서 사회 지도층 사람들이 예수 그리스도께 ‘로마 황제에게 세금을 내야 하는가, 내지 말아야 하는가?’를 물었으니 그 역사가 얼마나 오랜 것인지 알 수 있다. 세금을 내야한다고 하면 ‘저런 매국노…’, 내지 말아야 한다고 하면 ‘저런 제국의 반역자…’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문재인 대통령의 대답은 자신을 비롯한 공무원들이 굳이 고위험군 방역 종사자보다 먼저 맞을 필요는 없으나 국민의 백신에 대한 불안감이 높아져서 솔선수범이 필요한 상황이 된다면 먼저 백신을 맞는 것을 피하지 않겠다는 것이었다.

대통령의 답변을 예로 들면서 든 생각은 ‘헛! 이 사람 대깨문(대가리가 깨져도 문재인 지지자)이군.’ 할 분도 있을 것이란 점이다. 내게 처음 ‘대깨문’이라고 한 제자이자 후배인 허물없는 친구는 이번에도 틀림없이 그럴 것 같다. 사실 ‘대깨문’의 뜻을 그 친구의 언급 때문에 일부러 찾아보고 알게 되었다.

어떤 정권에서든 대통령을 100% 지지할 사람은 찾기 쉽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대깨문이라 부르는 것은 전형적인 미끄러운 경사 논리 오류다.

바이오마이크로시스템으로 두 번째 박사과정일 때 한참 황우석 박사의 연구결과가 논란이 되었는데 주변 분들에게 ‘바이오 하는 너는 황빠냐, 황까냐?’ 질문도 자주 들었다. 그 전에는 온 나라가 노빠와 노까로 나뉘어 대립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있어야 할 것은 있고 없어야 할 것은 없는 화계장터를 가운데 두고 경상도와 전라도가 아웅다웅 하던 때도 있었다.

누군가는 스스로를 애국보수라고 부르지만 다른 사람들은 그들을 수구꼴통이라 불렀고, 수꼴이라 불리는 사람들은 자신들이 정한 기준 몇 가지에 맞지 않으면 인정사정없이 좌빨이라 불렀다.

심지어는 라이벌인 두 아이돌 그룹 사이 팬덤들의 다툼도 비슷한 논리적 오류를 바탕에 깔고 있었다.

개인의 취향은 사람의 수만큼 존재하는 것이 현대사회다. 대깨문에서 태극기부대 사이, 아니 그 범위 밖에도 대한민국의 인구만큼 성향이 존재한다. 줄임말 한두 단어로 개인의 인격을 단정 짓는 것은 자신의 부족한 논리력을 노골적으로 드러내는 부끄러운 일이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도보다리를 산책 하며 은밀히 원전 추친 계획이든 USB를 건넨 것처럼 기사를 내는 것은 워터파크 슬라이드처럼 코미디 영화 시나리오를 만들 때나 가능한 일이다.

전 세계에 생중계된 도보다리에서의 두정상간 대화중 USB 전달? 왜곡도 이런 왜곡이 없다. 은밀한 전달 자체가 불가능하다.

정보는 더욱 공개되어 통일정책과 이적행위 사이의 어느 한 지점에 국민 개개인의 의견이 자리 잡는 것이 좋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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