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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훈 칼럼] 국민이 준 독점적 정보 부동산 투기하라고 준 것이 아니다.
  • 김종훈 칼럼리스트
  • 승인 2021.03.04 09:49
  •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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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종훈 박사(서경대학교 나노융합공학과 학과장)
[일간투데이 김종훈 칼럼리스트] 내부자인 LH 직원의 광명·시흥 3기 신도시 땅 투기 의혹으로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긴 꼴'이라는 여론의 공분이 쏟아지고 있다.

부동산 투자는 누구나 할 수 있는 것이니까. 일면 범죄 같지 않아 보인다. 그러나 국민이 준 기회는 부동산 투기하라고 준 것이 아니다.

토지개발과 관련된 독점적인 정보에 접근이 된다는 것은 국민의 편익을 위해 국민이 부여한 기회다. 그 기회로 국민의 삶을 어떻게 풍요롭게 할 지 아이디어가 없으면 그 정보로 부동산을 살 것이다.

아이디어가 없으면 극도로 높아진 공권력의 연장선상에서 정치계를 바라보게 된다. 누구나 그렇게 하니까.

그러나 국민이 준 공직자의 권력은 정부에게는 국민에게 이로운 행정에 대한 아이디어를, 국회의원에게는 국민에게 이로운 입법을 늘리기 위한 아이디어를, 검찰에게는 국민 범죄의 총량을 줄이기 위한 아이디어를 내라고 주어진 것이다.

기업이나 공기관에서 자신이 일하고 싶은 의사와 상관없이 정해진 나이에 이르면 직업에서 물러나는 것이 널리 알려진 좁은 의미의 은퇴다.

은퇴 이후의 삶이 길기에 스포츠 선수의 은퇴는 무척이나 극적이다. 2009년에 모교에는 내게 매우 특별한 기억으로 남은 두 선수가 입학했다. 김연아 선수와 안모 선수다.

지난 일이라 이야기할 수 있지만 지도교수님께서 김연아 선수의 면접관 이셨다. 김연아 선수가 4대륙 선수권 대회와 세계 선수권 대회를 석권한 것은 입학이 결정되고도 해를 넘긴 입학년도의 일이라, 그런 이력이 생기기 전에 그 많은 경쟁자들 사이에서 어떻게 합격점을 주셨는지 가볍게 여쭌 적이 있다.

“난 그 친구가 누구인지 잘 몰랐어. 전혀 긴장 하나 하지 않고 조용히 앞에 앉아 있는데, 이미 우리 학교 학생, 훌륭한 선수가 가져야 하는 멘탈 저 너머에 가 있더라고. 합격시킬 가치가 있는 한 사람으로 봤어.”

같은 해 입학한 안모 선수는 나의 권총사격 스승이다. 열여섯 살에 포트베닝의 세계선수권 대회에서 우승했다. 이 후배의 공기권총을 인수하면서 처음 만났다.

전문가에게 대가를 지불하지 않고 부탁하기 미안했지만 한 번만 거총자세를 보여 달라고 간청했다. 아직도 자그마한 체구에 태산같이 권총을 들어 올리던 모습을 잊지 못한다.

북경올림픽 때는 자신의 시드를 양보하여 우리나라에 금메달을 안기는데 조용히 기여했다. 은퇴 후의 김연아 선수는 완숙한 스타로 자리 잡았고, 안모 선수는 지도자 생활을 하다 꿈결에서나 봄직 한 공주님의 엄마로 살아가고 있다.

불꽃같은 스포츠 스타의 은퇴는 나이가 들면서 축적되는 경험으로 감퇴하는 체력을 상쇄할 수 없을 때 이루어진다. 더 현역으로 뛰고 싶은 의사와 상관없이 물러났다는 점에서 사전적 의미의 은퇴와 공통점이 있다.

요즘 새로운 은퇴의 기준이 생겼다. 은퇴를 하고 싶은 사람들이 나타난 것이다. 정확히는 은퇴를 삶의 목표 근처 어디 즈음에 가져다 두는 분들이 생긴 것이다. 경제적 자립을 하여 일찍 은퇴하겠다는 파이어족도 출현했다.

40대 은퇴론을 보면서 충분히 설득력이 있다고 느끼는 한 편, 무언가 허전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이 허전한 느낌의 실체는 ‘성취하지 않아도 살 수 있는 삶으로의 진입 자체를 성취로 보는 것’이다.

존재하지 않아도 환물가치로 존재하는 암호화폐를 보는 느낌이나 노력하지 않아도 다른 사람의 노력을 모아 충분히 잘 살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듣는 느낌과 비슷하다고 할까.
이런 세태에서 가장 우려되는 부분은 ‘아이디어’의 부재다.
단편적인 예겠지만 엔지니어에게 자발적 은퇴는 ‘더 이상 아이디어가 없다. – 더 이상 하고 싶은 일이 없다.’는 의미를 갖는다.

자발적 조기은퇴가 나쁜 것이라고 말하려는 것이 아니라 자기 삶에 대한 아이디어가 없는 상태는 피해야 한다는 말이다.

40대에 연지출의 30배를 축적하여 은퇴하겠다는 분들보다 훨씬 오래 전부터 더 짧은 기간 안에 은퇴를 준비하는 분들도 있었다. 권력을 가진 분들의 은퇴 준비다.

은퇴는 문제의 본질이 아니다. 아이디어가 없는 것이 본질이다. 정보력을 포함한 권력을 가진 사람에게 아이디어가 없으면 다음 단계의 삶에 대한 준비로 인해 국력이 소모된다.

아이디어는 배움에서 온다. 필자가 두 번째 박사과정에 들어갔을 때 친한 동기들은 ‘넌 무슨 자격증 따듯 학위를 따냐!’고 놀렸고, 심지어 화끈하게 1년 퇴짜를 맞은 학위 심사에서도 심사위원 교수님께 ‘소재 쪽 전공했으니 좀 특이한 소재 써서 이쪽 센서 만든 게 뭐 대수냐!’고 대놓고 꾸지람을 들었다.

학교 후배 중에서는 ‘박사 두 개가 자랑이냐!’ 대놓고 비아냥대기도 한다. 내가 기억하는 두 번째 학위의 이유는 15년 만에 학교 엘리베이터 앞에서 만난 고등학교 은사이자 당시 모교 교수님이자 현재는 서울대에 계신 안광석 교수님 말씀 한 마디 때문이었다.

"‘너 고등학교 때 진짜 생물 좋아했잖아. 그런데 왜 반도체 했어?"하시면서 "미국에서도 흔한 일이니 박사 하나 더 해"라고 하셨다.

똑똑하고 훌륭한 인품을 가진 선후배들을 남들보다 두 배나 더 갖게 된 덕분에 연구개발을 감당할 때 몇 배 더 수월하게 목표점에 도달할 수 있게 됐다. 함께 공부하고 연구한 경험이 새로운 배움의 기회와 아이디어를 주기 때문이다.

교육과정을 통해 배우는 것도 좋지만 경험을 통해 배움의 폭을 넓히는 것이 훨씬 중요하다. 개인적으로 ‘실패한 것보다 배운 게 많으면 실패한 게 아니다’라고 생각하며 살기에 경험이 우리 삶에 주는 아이디어는 깊고 강력하다.

화성에 지구인의 정착촌을 만드는 것이 필생의 목표인 일런 머스크가 그의 꿈을 이루었다고 만족하며 은퇴할 리 없다.

아마도 그는 화성 이주의 경험에서 배운 기술과 화성의 자원을 이용하여 항성 간 여행을 계획하지 않을까?

지난 달 피아니스트 조성진이 248년 만에 모차르트의 미발표 곡을 연주했다. 그에게 주어진 기회는 완벽한 연주만을 기대하며 주어진 것은 아니었을 것 같다.

17세의 청년 모차르트가 가졌던 감성을 이어 우리에게 더 아름다운 미래의 음악을 들려줄 수 있는 적임자가 누구일까 고민한 끝에 청년 연주자인 그에게 곡을 맡기지 않았을까? 초연의 경험이 그의 연주에 미칠 영향과 그 연주를 누릴 우리의 행복까지 포함된 결정이었을 것이다.

오래 전 김용옥 교수님이 강연에서 “어떻게 사람이 자연을 보호하냐, 자연이 사람을 보호하지”라고 하셨던 것처럼 국가의 권력과 헌법의 가치는 국민이 수호하는 것이다.

우리에게는 은퇴 후에 자신의 안위만을 생각지 않고 자신의 경험과 아이디어를 국민에게 봉사하고 섬기는 성실한 공직자의 자세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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