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강도 정부 규제·은행 리스크관리로 신용대출 상승은 꺽여

▲ 자료=한국은행

[일간투데이 이욱신 기자] 지난달 은행권 가계대출이 6조5000억원 또 늘었다. 정부의 고강도 대출규제와 은행의 자체 리스크(위험) 관리 등으로 신용대출 급증세는 멈췄지만 주택담보대출을 중심으로 여전히 전체 가계대출 증가 속도는 크게 떨어지지 않고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14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금융시장 동향'에 따르면 3월 말 기준 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1009조5000억원으로 2월 말보다 약 6조5000억원 증가했다. 3월 증가 폭으로는 지난해 3월(9조6000억원)에 이어 역대 두번째 기록이다.

가계대출 가운데 전세자금 대출을 포함한 주택담보대출(잔액 739조원)이 한 달 사이 5조7000억원 불었다. 증가액이 2월(6조5000억원)보다 줄었지만 3월 기준으로는 역시 지난해(6조3000억원) 다음 2위였다.

전세자금 대출 증가 폭은 한 달 새 3조4000억원에서 2조8000억원으로 6000억원 축소됐다. 신용대출이 대부분을 차지하는 기타대출(잔액 269조6000억원)은 2월 말보다 8000억원 늘었다. 전월(3000억원)보다는 증가 폭이 커졌지만 지난해와 올해 1월까지 달마다 2조∼3조원씩 불었던 것과 비교하면 증가 속도가 한풀 꺾였다.

한은은 주택담보대출 증가 배경으로 지난해 4분기 늘어난 주택매매와 전세거래가 3개월 정도의 시차를 두고 3월 주택담보대출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신용대출을 포함한 기타대출이 2월에 이어 3월에도 준 것은 가계대출 규제, 은행의 자체적 리스크 관리 등에 따른 것으로 보고 있다.

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의 '가계대출 동향'에 따르면 은행뿐 아니라 금융권 전체 가계대출은 3월 중 9조1000억원 늘었다. 2월(9조7000억원)보다 증가폭이 6000억원 줄었지만 1년 전인 지난해 3월과 비교하면 가계대출 규모가 8.4% 늘었다.

대출 종류별로는 전 금융권의 주택담보대출이 2월보다 6조5000억원, 신용대출이 9000억원 증가했다. 2월 증가 폭과 비교하면 주택담보대출이 1조3000억원 감소한 대신 신용대출은 2000억원 불었다. 상호금융 등 제2금융권의 3월 가계대출 증가액(2조6000억원)은 전월보다 줄었다.

기업 대출을 보면 3월 말 기준 기업의 은행 원화 대출 잔액은 999조709억원으로 2월보다 4조6000억원 늘었다. 3월 증가액으로는 지난해(18조7000억원) 이후 두번째로 많다.

특히 코로나19 관련 자금 수요 등으로 중소기업 대출이 개인사업자 대출 3조6000억원을 포함해 한 달 새 7조3000억원 증가했는데 역시 3월 기준 역대 2위 기록이다.

반면 대기업의 경우 2월보다 은행 대출 잔액이 2조7000억원 오히려 줄었다. 분기 말 재무비율 관리를 위한 일시 상환, 회사채·주식 발행 등 직접금융을 통한 재원 조달 확대 등의 영향이라는 게 한은의 분석이다.

실제로 대한항공(3조3000억원), 한화솔루션(1조3000억원), SK바이오사이언스(1조5000억원) 등 일부 대기업의 유상증자, 기업 공개 등에 따라 3월 주식발행 규모는 6조6000억원이나 늘었다.

여신(대출)이 아닌 은행의 수신 잔액은 3월 말 현재 1983조8000억원으로 2월 말보다 20조원 불었다.

수신 종류별로는 언제라도 빼서 필요한 곳에 쓰기 쉬운 단기자금 성격의 수시입출식예금이 19조3000억원 증가했고 정기예금에도 1조6000억원의 자금이 흘러들었다.

자산운용사의 수신은 3월 한 달간 3조1000억원 감소했다. 정부와 은행이 각 재정집행, BIS(국제결제은행) 비율 관리 등을 위해 자금을 빼면서 머니마켓펀드(MMF)가 5조2000억원 줄었고 채권형펀드에서도 1조4000억원이 빠져나갔다.

국고채 3년, 10년물 금리의 경우 지난 13일 기준으로 1.14%, 2.03% 수준이다. 2월 말과 비교해 각 0.12%포인트(p), 0.07%포인트 높아졌다.

한은 관계자는 "미국 국채금리 상승, 외국인 국채선물 순매도 등에 국고채 금리가 큰 폭으로 올랐다가 3월 중순 이후 미국 금리 하락, 저가매수세 유입 등으로 상승폭이 축소됐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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