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분쟁조정위, 손실 미확정펀드 배상 결정
"과도한 수익 추구·내부통제 미흡·투자자 보호 노력 소홀 등"

▲ 금융감독원 표지석. 사진=연합뉴스
[일간투데이 이욱신 기자] 금융당국이 신한은행이 판매한 '라임 사모펀드'에 투자했다가 피해를 본 고객들에게 손실액의 40∼80%를 배상하도록 결정했다. 고객의 투자성향을 제대로 반영하지 않고 회사의 과도한 수익 추구, 내부통제 미흡, 투자자 보호 노력이 부족했다는 판단에서 책임을 물은 것이다.

20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금융분쟁조정위원회는 전날 신한은행의 라임 CI(Credit Insured) 펀드 사례를 안건으로 올린 회의 결과를 토대로 배상 기준을 마련했다.

이날 회의에서 분조위 위원들은 부의된 2건 모두 신한은행의 손해 배상 책임을 인정했다. 원금 보장을 원하는 고령 투자자에게 투자 성향을 공격투자형으로 임의 작성해 위험 상품을 팔고 불완전판매 여부 등을 점검하는 '모니터링 콜'도 부실하게 한 사례에는 손실의 75%를 배상하라는 결정이 내려졌다. 안전한 상품을 원하는 소기업에 원금과 확정금리가 보장된다며 최저 가입금액 이상의 투자를 권유한 사례에는 배상 비율이 69%로 정해졌다.

과도한 수익 추구 영업 전략, 내부통제 미흡, 투자자 보호 노력 소홀 등으로 고액·다수의 피해자를 발생시킨 책임이 크다는 분조위 판단이다.

두 사례에 적용된 기본 배상 비율은 55%다. 영업점 판매직원의 적합성 원칙과 설명의무 위반에는 기존 분쟁조정 사례처럼 30%가 적용됐다. 여기에 본점 차원의 투자자 보호 소홀 책임 등을 고려해 25%가 더해졌다.

분조위에 안건이 오르지 않은 나머지 투자자들은 기본 배상 비율을 토대로 투자자별 투자 경험 등에 따라 가감 조정된 배상 비율을 적용받는다.

금감원은 이번에 나온 배상 기준을 바탕으로 투자자별로 적합성원칙 위반여부, 투자경험 등에 따라 40∼80%(법인 고객은 30∼80%)의 배상 비율로 조속히 자율 조정이 이뤄지도록 할 계획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조정 절차가 원만하게 이뤄지면 환매 연기로 상환되지 못한 2739억원(458계좌)에 대한 피해 구제가 일단락될 것"이라며 "현재 검찰에서 라임 펀드 관련 수사가 이뤄져 향후 수사나 재판 결과에 따라 계약 취소 등으로 배상 비율이 재조정 가능한 점을 조정 결정문에 명시했다"고 설명했다.

분쟁조정위의 배상 결정은 강제성이 없어 양측 모두 조정안 접수 후 20일 이내에 조정안을 받아들여야 효력을 갖는다.

신한은행은 조만간 분쟁조정안 수용 여부에 대한 입장을 밝힐 예정이다. 신한은행의 분쟁조정안 수용 여부는 오는 22일 열리는 금감원의 라임 사태 제재심의위원회와 맞물려 주목받고 있다.

금감원 제재심에서 징계 수위가 낮아진 우리은행 사례처럼 신한은행도 소비자 피해 구제 노력을 인정받아 감경될지에 관심이 쏠리는 가운데 신한은행이 분쟁조정안을 받아들일 가능성이 커 보인다. 신한은행과 진옥동 신한은행장은 각각 중징계를 사전 통보받았다.

펀드는 원칙적으로 환매나 청산으로 손해가 확정돼야 손해배상을 할 수 있다. 대규모로 환매가 중단된 라임 사태에서 손해 확정까지 시간이 오래 걸리는 펀드들이 많아 금감원은 추정 손해액을 기준으로 분쟁 조정하는 방안을 마련했다. 판매사의 사전 동의를 거쳐 열리는 분쟁 조정을 통해 신속하게 피해자를 구제하자는 취지에서다. 지난해 말 KB증권이 첫 사례였고 은행권에서는 우리·기업은행에 이어 신한은행이 이번에 분쟁조정 심판대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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