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공간에서 CBDC 제조·발행·환수·결제 등 테스트
한은, "발행 전제 실험 아니다"며 발행임박론 경계

▲ 자료=한국은행

[일간투데이 이욱신 기자] 한국은행이 오는 8월부터 가상 공간에서 '중앙은행 발행 디지털화폐'(CBDC)의 활용 가능성을 점검한다. 50억 예산을 투입해 CBDC 제조·발행·환수 및 전자지갑 관리, 송금·결제 등에 대해 테스트할 예정이다.

한은은 24일 CBDC 모의실험 연구 용역 사업자 선정 입찰 공고에 앞서 제안요청서를 공개했다. 사업기간은 착수일로부터 10개월이며 입찰방식은 일반경쟁(총액)입찰로 기술 평가 및 협상을 거쳐 사업자를 선정할 예정이다.

한은은 CBDC 관련 제도적·기술적 필요사항을 선제적으로 검토하기 위한 연구를 진행중이다. 올 3월에는 'CBDC 업무프로세스 분석 및 외부 컨설팅'을 완료했으며 이를 바탕으로 이번 CBDC 모의실험 연구 용역사업을 추진하는 것이다.

모의실험환경은 한은이 CBDC 제조·발행·환수 업무를 담당하고 민간이 이를 유통하는 2단계(two-tier) 운영방식을 가정하고 분산원장기술 등을 활용해 조성한다.

우선 1단계에서는 모의실험 수행 환경을 조성하고 CBDC 기본 기능을 점검한다. 구체적으로는 가상공간(공공클라우드)에 분산원장 기술 기반의 CBDC 모의실험 환경이 마련되고 여기에서 CBDC 제조·발행·환수, 은행 등 가상의 참가기관에 대한 거액결제용 전자지급 발급 등의 작업이 시도된다.

이들 참가기관이 이용자를 위한 소액결제용 전자지갑(스마트폰 앱 등)을 발급하고 전자지갑용 비밀 키(열쇠) 보관 등의 기능을 제공할 수 있는지, 이용자가 보유한 은행예금을 CBDC로 교환하거나 CBDC를 은행예금으로 바꿀 수 있는지, 송금인 전자지갑에서 수취인 전자지갑으로 CBDC를 전송할 수 있는지, 이용자가 CBDC로 상품·서비스를 구매할 수 있는지 등도 점검 대상이다.

2단계에서는 CBDC를 활용한 확장 기능과 개인정보보호 문제가 주로 다뤄진다. 주요 실험 과제는 ▲별도 정산 과정이 필요 없는 국가 간 CBDC 송금 ▲다른 분산원장 네트워크에서 유통되는 디지털 예술품·저작권 등에 대한 CBDC 구매 ▲인터넷 사용이 불가능한 환경에서 오프라인 CBDC 송금·대금결제 등이다.

한은 관계자는 "1단계에서는 분산원장 기반의 CBDC 모의실험 환경을 조성하고 발행·유통·환수 등 기본기능에 대한 기술적 타당성을 검증할 계획"이라며 "2단계에서는 중앙은행 업무 확장, 통신 불능 등 장애 환경에서의 결제 등 오프라인 결제 기능, 디지털자산 구매 등 CBDC 확장기능 및 개인정보보호 강화기술 등 신기술 적용가능성을 검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은은 오는 7월 중 기술평가와 협상 등을 거쳐 사업자와 계약을 체결하고 8월 모의실험 연구에 착수할 예정이다. 이번 연구 용역 사업의 예산은 최대 49억6000만원, 사업기간은 착수일로부터 10개월 이내로 내년 6월까지 실험이 진행된다.

하지만 한은은 이번 CBDC 모의실험이 'CBDC 발행 임박'으로 해석되는 것을 경계했다.

한은 관계자는 "이번 CBDC 모의실험은 발행을 전제로 한 것이 아니고 CBDC의 발행 필요성이 당장 크다고 볼 수 없다"며 "다만 앞으로 현금 이용 비중이 줄어들 때 안전한 자산과 지급수단으로서 CBDC가 활용될 수 있는 가능성을 보고 실험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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