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류 23% 급등, 작황부진·AI로 농수축산물 12%↑
홍남기, "기저효과·일시 공급충격…하반기 안정 전망"

▲ 자료=연합뉴스(통계청)

[일간투데이 이욱신 기자] 지난달 소비자 물가가 2.6% 오르며 9년 1개월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글로벌 경기 회복에 따른 국제유가 급등으로 공업제품 가격이 오른 데다 작황 부진과 조류 인플루엔자(AI) 여파로 인한 농산물 가격 인상분이 재료비에 반영되며 서비스 가격까지 덩달아 치솟았다. 하지만 정책당국은 하반기에는 물가상승 기조가 안정될 것으로 전망했다.

2일 통계청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5월 소비자물가지수는 107.46(2015년=100)으로 전년 동월 대비 2.6% 올랐다. 이 같은 상승률은 2012년 4월(2.6%) 이후 9년 1개월 만에 최고치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올해 1월(0.6%), 2월(1.1%), 3월(1.5%) 꾸준히 오른 뒤 4월(2.3%) 2%대로 올라서더니 지난달에 2% 중후반까지 이르렀다.

품목 성질별로 보면 상품은 한 해 전보다 4.0% 상승했다.

서민 체감물가에 큰 비중을 차지하는 농축수산물은 작황 부진과 AI 여파에 12.1% 오르며 지난 1월(10.0%) 이후 5개월 연속 두 자릿수 상승세를 이어갔다. 이 중 농산물은 16.6% 상승했다. 특히 '파테크'라는 말이 나오는 파는 생육 부진 탓에 130.5% 올랐다. 전월(270.0%)보다는 상승 폭이 크게 줄어든 모습이었다. 축산물은 10.2%, 수산물은 0.5% 올랐다.

공업제품 물가는 3.1% 올랐다. 2012년 5월(3.5%) 이후 최대 상승 폭이다. 석유류가 지난해 코로나19 충격으로 국제유가가 급락한 데 따른 기저효과로 2008년 8월(27.8%) 이후 가장 높은 23.3%의 상승률을 기록한 영향이다. 반면 전기료 인하 등이 반영되며 전기·수도·가스는 4.8% 하락했다.

서비스 물가는 한 해 전보다 1.5% 높아졌다. 개인서비스는 2019년 2월(2.5%) 이후 가장 높은 2.5% 상승했다. 운영비, 재료비 인상 등으로 전월(2.2%)보다 오름세가 커졌다. 개인서비스 가운데 외식 물가는 2.1% 상승했다. 재료비 인상으로 구내식당 식사비가 오른 영향이 반영됐다. 외식 외 개인서비스 물가 상승률은 공동주택 관리비, 보험서비스료 상승으로 인해 2.8%였다. 무상교육 등 정책 영향에 공공서비스는 0.7% 하락했다.

집세는 한 해 전보다 1.3% 오르며 2017년 11월(1.4%) 이후 가장 많이 상승했다. 전세는 1.8%, 월세는 0.8%의 상승률을 보였다.

지출목적별로 보면 교통의 상승률이 9.2%에 이르렀고 식료품·비주류음료(7.4%), 음식·숙박(2.0%) 등도 올랐다. 반면 통신(-2.1%), 교육(-0.8%) 물가는 낮아졌다.

물가의 기조적인 흐름을 보여주는 농산물 및 석유류 제외 지수(근원물가)는 1.5% 올랐다. 2017년 9월(1.6%) 이후 최대 상승폭이다. 체감지표인 생활물가지수는 2017년 8월(3.5%) 이후 가장 높은 3.3% 상승했다. 식료품 및 에너지 제외 지수는 1.2%, 신선식품지수는 13.0% 각각 상승했다.

어운선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인플레이션 우려에 대해 "석유류의 경우 지난해 국제유가 급락에 따른 기저효과가 완화될 것이고 농축수산물도 햇상품 출하 및 AI 발생의 부정적 영향이 줄어들면서 오름세가 둔화할 것"이라며 "하반기에 들어서면 (물가가) 안정세를 보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최근 물가 오름세는 기저효과와 일시적 공급 충격 등이 주도한 것"이라며 "하반기로 갈수록 점차 해소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홍 부총리는 "최근 소비 회복 흐름이 나타남에 따라 소비와 밀접히 연관된 개인서비스가격이 점차 상승하고 있는 점은 주목할 만한 부분"이라면서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1.8%), 국제통화기금(IMF·1.4%) 등 국제기구와 한국은행(1.8%), 한국개발연구원(KDI·1.7%) 등 주요 기관 모두 연간 물가상승률이 2%를 넘을 가능성은 제한적이라는데 의견을 같이 하고 있다"며 향후 물가상승전망에 대해 낙관했다.


저작권자 © 일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