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석유선 취재팀장

한 번 그 맛을 보면 세상에서 가장 끊기 힘든 것이 바로 '돈맛'이라고 한다.

늦게 배운 도둑질이 무섭다고 청렴을 최고 덕목으로 생각하며 절제해 온 사람이 한번 그 맛을 보면, 오죽 끊기가 힘들까. 최근 그 돈맛에 길들여진 곳이 있으니 바로 '국토해양부'가 아닐까 싶다.

제주도 룸살롱 향흥 파문 보도에 이어 국토부 현직과장이 버젓이 과천청사 앞 식당에서 산삼과 현금을 받아 검찰에 전격 구속되는 민망한 사건이 벌어졌다.

권도엽 국토부 장관이 취임한 지 보름만에 이같은 비리 사건이 터지자, 권 장관 뿐만 아니라 소속 직원들 모두 민망함을 참을수 없다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이에 국토부가 부랴부랴 '윤리강령'을 만들고 있다고 한다.

윤리강령에는 국회, 산하기관과 단체, 언론 등 대외기관과의 식사ㆍ술자리 문화와 최소한의 행동지침 등이 포함된다고 한다. 개인적인 술자리에 2차 금지, 음식값 3만원 이하 제한, 더치페이, 양주 지참 금지 등의 안을 검토한 뒤 세부안을 이달 중 확정한다는 입장이다.

그런데 이같은 윤리강령 제정 조치가 국토부가 여론의 뭇매를 피하기 위한 '보여주기식 쇼'처럼 보이는 것은 왜일까.

이는 '뒷북 윤리강령'의 현실성을 떠나, 국토부가 여전히 문제의 실마리를 제대로 풀 생각을 못하고 있다는 판단이 들기 때문이다.

현재 공무원의 청렴을 위한 윤리강령은 국무총리 지시사항인 '공직자 10대 준수사항' 등으로 엄격하게 시행되고 있다. 또 대통령령으로 제정된 부패방지위원회의 부패방지법 제8조에 의해 법적 구속력도 있다.

국토부의 일련의 비리 사건은 부처 자체의 윤리강령이 없어서 발생한 것이 아니라, 막강한 인허가권을 제대로 운용하지 못했기 때문에 벌어졌다.

국토부는 현재 1,600여개나 되는 막강한 인허가권을 갖고 주택 건설과 토목 건설 등 굵직굵직한 사업에 관여하고 있다. 특히 현 정부 들어 해양수산부까지 흡수하면서 말 그대로 '육해공' 모두가 국토부의 관리 감독을 받고 있다.

권한이 크면 유혹의 손실도 많을 수밖에 없다. 때문에 비리의 사슬을 끊기 위해서는 구호에 그치는 윤리강령 보다 근본적인 수술이 필요하다.

사후 처벌보다는 제도 개선을 통해 공무원에 집중된 권한을 분산 조치를 시급히 강구하는 것이야말로 권도엽 장관이 취임 첫날 국토부 직원들에게 '청렴하면서도 매사에 분수를 지키는 스마트하고 매력적인 부처"가 되는 지름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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