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시장, 대형3사 균분돼 시장집중도 높다는 평가
"업계 특성·시장 상황 등 고려, 진입확대 보다 경쟁촉진 주력"

▲ 금융위원회 로고.
[일간투데이 이욱신 기자] 금융당국이 오랜 기간 대형3사가 균분해 시장집중도가 높은 국내 신용평가시장 제도 개선을 추진한다. 다만 업권 특성과 시장 상황 등을 고려해 급격한 진입확대 정책보다 경쟁촉진에 주력하기로 했다.

12일 금융위원회는 금융산업 경쟁도 평가위원회에서 이 같은 내용이 담긴 '신용평가업 등 경쟁도 평가 및 진입규제 개선방안'을 확정했다고 밝혔다.

국내 신용평가시장은 연간매출 1400억원 규모로, 한국기업평가, 한국신용평가, 나이스신용평가 등 주요 3개사가 3분의 1씩 시장을 차지하고 있다. 부분인가를 받은 서울신용평가의 점유율은 매출액 기준 약 2.5% 수준이다.

평가위 분석 결과 국내 신용평가업 시장은 '고집중 시장'으로 나타났다. 시장집중도 지수(HHI)는 약 3200, 상위 3개사의 점유율(CR3)은 약 97.5%였다. HHI가 2500 이상이면 고집중 시장으로 분류된다. 공정거래법은 CR3가 75% 이상인 경우 3개사를 독과점적 지위에 해당하는 시장지배적 사업자로 추정한다.

다만 그동안 시장 상황 변화, 제도 개선 노력 등으로 경쟁은 심화하고 품질개선 효과도 어느 정도 나타난 것으로 평가됐다. 최근 발행사의 평가사 교체 수가 증가하고 수수료도 낮아졌다. 같은 대상을 두고 평가사별로 평가등급이 다른 비율(스플릿)로 소폭 늘었다. 신용평가를 받은 기업의 연간부도율도 꾸준히 하락했다. 설문조사 결과 기관투자자와 전문가의 만족도도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 바탕으로 평가위는 정책 검토 시 신용평가업 특수성과 국내 시장 상황 등을 고려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평가위는 "신용평가업은 새로운 서비스나 낮은 수수료보다는 높은 품질의 신용평가 정보를 안정적으로 제공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이를 위해 오랜 평가 경험 축적을 통해 장기간 평가능력을 검증받는 게 필요하다"고 평가했다.

또 "신용평가사의 평가 결과가 금융계약·감독 등에 폭넓게 활용돼 공공적 성격이 강하다"며 "일정 요건을 갖춘 사업자에 진입을 허용해야 하고 이해 상충 방지와 내부통제 강화 등 적절한 영업행위 규제도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평가위는 발행사 우위인 구조에서 시장규율 기능이 충분히 작동하지 않는다면 추가 신용평가사의 진입을 촉진하는 것만으로는 품질 개선을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진단했다. 이에 따라 급격한 진입 확대보다는 제도 개선 과제에 정책 역량을 집중하고 인가제도 개선을 중장기적으로 검토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금융위는 제도개선에 집중하기로 했다. 발행사 또는 제3자의 요청 없이도 금융투자상품이나 발행사의 상환 능력을 평가하고 그 결과를 구독회원(투자자) 등에게 제공하는 '무(無) 의뢰 평가제도' 도입을 검토할 방침이다.

아울러 이해상충 방지 강화, 신용평가사에 대한 관리·감독 체계 개선 등을 검토과제로 선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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