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건설경제팀 선태규 기자

북쪽 원수산 아래에 전월산이 건재한 위용을 뽐내고 있었고, 그 앞마당에 용 한마리가 북쪽을 향해 포효를 하려고 꿈틀거리고 있었다.

그 용은 북쪽으로는 원수산을 넘어 백두산을 향해 고개를 들려 했고, 서쪽으로는 국사봉을 넘어 서해의 푸른 물결 위에 왼쪽 발을, 동쪽으로는 매봉산을 넘어 동해의 넘실거리는 파도 위에 오른 쪽발을 디딘채 승천하려 했으며, 남쪽의 장군봉은 그 용의 기세에 눌려, 그 웅비를 멀리서나마 지켜보려고 멀찍이 비켜서 있었다.

한반도의 중심, 세종시의 한 복판에 용의 형상이 아로새겨지고 있었다.

산들을 병풍삼아 펼쳐진 허허벌판 위에는 흙들이 파헤쳐져 시뻘겋게 속살을 드러내고 있었고, 남쪽으로 이미 지어져 높이 솟은 첫마을이 휘휘거리며 바람에 쓸려나가는 하얀 눈발들에 파묻혀 그 모습을 묵묵히 지켜 보고 있었다.

세종시의 전경을 한눈에 내려다 볼 수 있는 밀마루타워에서 내려다 본 전경은 그러했다. 밀마루는 충남도 연기군 남면 종촌리의 옛지명으로, 낮은 산등성이를 의미한다. 밀마루타워가 낮은 산등성이 위에 세워졌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일까, 아니면 타워가 9층으로 낮게 설계됐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일까.

청사 서쪽에 자리한 밀마루타워를 뒤로 한채 1단계 공사가 끝나가는 청사 공사현장으로 가까이 다가갔다.

환경부, 국토해양부, 농림수산식품부, 공정거래위, 총리실까지 이어지는 청사가 또아리를 트는 모습으로 이어졌고, 점차 본래의 모습을 찾아가고 있었다.

환경부나 국토해양부 청사는 현재 꼬리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몸통 윗부분이다. 터파기 공사가 한창 진행중인 2단계 공사가 시작되면, 꼬리 부분은 교육과학기술부, 문화체육관광부 청사임이 드러날 것이다.

그 뒤를 따라 지식경제부, 보건복지가족부, 노동부, 국가보훈처가 나란히 들어설 것이고, 3단계 몸통 공사를 통해서는 법제처, 국민권익위 청사가 위아래 몸뚱이를 연결하며 하나의 용을 완성할 것임이 틀림없다.

청사의 아래로는 금강으로부터 흐르는 지류가 흐르고, 용의 머리에 해당하는 총리실 앞으로는 일산 호수보다 큰 9만8000평의 호수가 이 곳이 용이 머무는 신령한 곳임을 드러내리라.

7층 이하로 세워지고 있는 청사의 위로는 숲 길이 조성된다. 청사의 높고 낮음이 부드러운 언덕이 되고, 그 위에는 잔디와 나무가 심어져 풍요로운 숲길이 새겨지고 그 위에서 사람들은 걷고, 뛰고, 여기저기 옹기종기 모여 얘기꽃을 활짝 피우게 될 것이다.

국민들의 접근성을 고려한 설계로 보인다. 국민 위에 군림하는 정부가 아니라 국민을 떠받드는 정부가 될 것임을 그렇게라도 드러내고픈건 아닐까.

1단계 공사는 올해까지 마무리되고, 부처 이전작업은 내년 초에는 끝날 예정이다. 2단계는 2014년 초에, 마지막 3단계는 2014년 말에 각각 이전작업까지 마무리된다.

국세청, 소방방재청, 한국정책방송원, 우정사업본부 등은 독립배치기관으로 분류돼 청사와는 좀 거리를 둔 상업지구내에 자리 하게 된다.

김수일 LH 세종시 사업본부 부장은 "청사 공간이 부족하고, 각 부처와의 연계성이 적어서 따로 배치된 것 같다"고 했다.

60년만에 찾아온 흑룡의 해에 용이 한반도의 중심에서 머리를 들려하니 감회가 새롭다.

동양에서는 용을 9개 동물의 합성으로 보았다. 얼굴은 낙타, 뿔은 사슴, 눈은 귀신, 몸통은 뱀, 머리털은 사자, 비늘은 물고기, 발은 매, 귀는 소로 보았던 것이다.

동물의 특장점들이 절묘하게 조합한 것이 용이고, 그래서 용은 화합의 상징이라고들 한다.

금강이 가슴을 적시고 있는 세종시. 그 중심에 세워질 이 정부청사가 그 형상처럼 국민을 하나로 화합하게 하는 '영물'로 역사 속에 아로새겨지기를 기대해 본다.
저작권자 © 일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