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비겁은 또 다른 비겁을 낳는다 - 공직사회가 지방선거 후유증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6.2 지방선거가 끝나고 각 지자체마다 민선4기의 정리작업이 한창인 가운데 공직사회 안팎으로 보복성 인사와 논공행상 인사가 뒤따를 것이라는 소문이 나돌면서 공무원 사회가 바짝 얼어 있다. 지금까지 지방선거의 경험으로 볼라치면 단체장이 바뀌는 경우, 코드인사는 당연시(?) 되어왔다. 그리고 선거기여도에 따라 이뤄지는 코드인사로 공직사회 내부의 갈등과 반목은 물론 대민서비스 질 저하로까지 이어져 그 폐해가 만만찮은 경우를 그 역시 당연히 보아왔다. 6.2 지방선거가 끝난 지금, 단체장이 바뀐 자치단체는 예외없이 미확인 ‘살생부’가 나돌고 있다는 소문이고 그 배경에는 현 단체장에게 충성을 다 바쳤던 일부 공무원들에 대한 행위와 거취에 대한 논란이 중심에 자리하고 있다. 그렇다면 ‘살생부’라 명명돼 떠도는 실체의 정체는 무엇인가? 그것이 누구에 의해 작성되었으며, 감춰진 의도는 무엇이며, 그 파장은 어떻게 결말이 날 것인가? 도대체 이 살생부가 어떠한 과정으로 안팎으로 뜨거운 관심으로 부상 되었으며, 또 어떠한 시각에서 분석해야 하는가에 대한 매우 본원적이고도 구조적인 문제가 지금 우리들의 관심이다. 이런 구조적 분석(structural analysis)의 방편으로 우리는 매우 상반되는 내용의 두개의 탄생과정을 상정해 볼 수 있다. 비전없는 공직자들, 낡은 가치관의 투구를 벗어내지 못하고 단순 출퇴근에 안주하는 공무원들을 과감하게 청산하는 작업이 없이는 개혁은 이루어질 수 없다. 그런 의미에서 살생부는 당연한 개혁의 첫 출발점이고 귀중한 데이터베이스다. 또 다른 하나는 이 기회에 그간의 개인적 설움이나 털어내보자는 보상적 한풀이 차원의 조악한 데이터인 것이다. 소위 살생부는 정치적 변곡점마다 역사의 이면으로 어떤 형식과 경로로든 표출돼 유통된 커뮤니케이션의 한 방편이기도 했다. 문제는 이런 산발적 논의가 구체성을 확보하지 않은채 가벼이 떠돌거나 본질의 얼굴을 가린채 저자거리의 항담(巷談)으로 생명력을 마친다면 이 또한 심각한 폐해다. 옥석은 분명히 가려져야 한다. 경박하고 비겁한 커뮤니케이션으로 본질적 변화와 개혁의 수단을 논의하기에 세상은 이미 변했다. 현대사회를 움직이는커뮤니케이션의 채널은 이제 다양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한비자(韓非子)의 “치자는 개인적 호오(好惡)를 쉽게 노출시켜서는 아니되는 것”이라는 금언을 오늘 되새겨 보는 것이다. 도대체 ‘살생부’가 무엇이란 말인가? 이제 차라리 당당하게 그 얼굴을 그 목록이 갖는 진정함을 밝히라. 성남시의 경우도 예외는 아니어서 이미 검증되지 않은 ‘살생부’가 나돌고 있다는 소문이다. 그간에 충성을 다했던 일부 마피아(?)들에 대한 거취와 찬밥으로 세월을 씹었던 일부의 중용(?)설이 끊이질 않고 있다. 이재명 당선자는 “그런(보복성 인사 또는 논공행상식 인사) 일은 절대 없을 것”이라며 “ 편가르기식 언행과 유언비어를 퍼트리는 인사에게는 고하를 막론하고 불이익을 받을 것이며 엄중 경고하고 처벌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당연한 의지의 표명이고 정당한 인사원칙을 견지한 자세다. 그럼에도 취임이 가까워질수록 선심성 인사 논란은 끊이질 않는다. 바로 살생부의 폐해다. 당선자의 분명한 인사와 공평한 원칙을 기대한다.

저작권자 © 일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