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실상장사 최대주주들이 유상증자 가장납입을 통해 이른바 폭탄돌리기 행각을 벌이다가 덜미를 잡혔다.

25일 서울남부지검 형사5부(부장검사 김주원)에 따르면 코스닥상장사 P사 대표 이모(45)씨는 2008년 8월 110억원 규모 유상증자를 하겠다며 금융감독원 공시심사실 2팀에 유가증권신고서를 제출했다.

이씨는 명동 사채업자 최모(56·여)씨 등으로부터 자금을 조달해 유상증자 주식대금을 납입한 후 신주 발행 뒤 곧바로 주식을 처분하는 수법으로 돈을 챙기기로 작정했다.

금감원의 단속을 피하기 위해 이씨는 전직 금감원 공시심사실 선임조사역 A(41)씨를 뇌물 5억6000만원에 포섭했다.

사주를 받은 A씨는 옛 동료이자 현직 금감원 선임조사역인 B(41)씨와 C(42)씨에게 각각 3000만원, 1000만원을 전달했고 이후 P사가 금감원에 제출한 유상증자를 위한 유가증권신고서는 별 제재 없이 수리됐다.

이후 주식을 처분해 부당이득을 챙긴 이씨는 부실화된 회사를 유명 대기업의 사위인 박모(38)씨에게 넘기기로 결정했다.

검찰에 따르면 박씨는 자신이 유명 대기업의 사위라는 점을 이용해 투자자들의 기대심리를 부추겨 주가를 끌어올린 후 305억원 규모 유상증자를 추진했다.

이번에도 금감원은 P사에 별다른 제재를 가하지 않았고 박씨는 전 대표와 동일하게 주금을 납입했다가 신주 발행 직후 처분하는 수법으로 수백억원을 챙겨 미국으로 달아났다.

이처럼 폭탄돌리기 행각을 벌인 이씨는 상법 위반과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고 도피 중인 박씨도 같은 혐의로 검찰의 추적을 받고 있다.

이밖에 이씨로부터 뇌물을 받은 전직 금감원 직원들을 비롯해 사채업자 등은 알선수재와 특가법상 뇌물, 상법 위반 등 혐의로 구속기소됐다.

수사를 맡은 검찰 관계자는 "부실상장기업의 유상증자와 관련해 기업사냥꾼, 사채업자, 전현직 금감원 직원 등으로 이어지는 총체적 비리구조를 적발했다"고 의의를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 금감원 유가증권신고서 수리업무와 관련해 명확한 기준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며 "나아가 사채업자 자금을 활용한 가장납입 유상증자에 대한 특별한 관리감독방안도 요구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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