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그룹이 전북 새만금지역 그린에너지 분야에 7조원을 투자키로 전격 합의하면서 수년째 신재생에너지를 역점 추진해온 전남도가 직격탄을 맞을 위기에 놓였다.

특히 글로벌 기업 삼성의 새만금행(行)은 행정기관의 끈질긴 유치 노력의 성과물로 알려지면서 전남이 정치력 부재와 함께 "너무 안이했던 것 아니냐"는 지적을 면키 어렵게 됐다.

28일 전남도 등에 따르면 정부와 삼성그룹은 전날 서울 세종로 정부중앙청사에서 새만금지역 그린에너지 개발을 골자로 한 투자양해각서(MOU)를 맺었다. 이날 MOU체결에는 김순택 삼성그룹 미래전략실장 겸 신사업추진단장(부회장), 김완주 전북지사, 국무총리실장, 농림수상식품부 1차관, 지식경제부 에너지자원실장 등이 참석했다.

삼성은 새만금지역 11.5㎢(350만평)에 2021년부터 20년에 걸쳐 풍력과 태양전지, 연료전지 등을 포함하는 그린에너지 종합산업단지를 구축하기로 하고, 2021년부터 2025년까지 1차로 4.1㎢(125만평) 부지에 7조6000억원을 쏟아부어 ▲풍력발전기 ▲태양전지 생산기지 ▲그린에너지 연구개발(R&D) 센터 등을 건설할 방침이다.

1차 투자만으로도 2만여 명의 고용 창출 효과가 기대되고 있다.

삼성은 이어 2026-2030년 2차로 새만금 3.3㎢에 에너지 스토리지 시스템(ESS, 대용량 에너지 저장시스템)과 풍력발전기, 태양전지 증설에 투자할 계획이며, 2031-2040년까지는 4.1㎢ 부지에 연료전지 분야 등을 추가 투자해 새만금 일대를 그린에너지 종합산업단지로 완성해 나간다는 복안이다.

2020년께 새만금 1단계 사업이 완료될 경우 교통과 물류, 인력 등의 기본적인 인프라가 확충된다는 점과 그린에너지 최대수요처로 예상되는 중국와의 교역에 편리한 입지조건, 사업 특성상 필요한 대규모 사업부지를 확보하기 용이한 점 등이 투자 결정의 배경으로 꼽힌다.
▲ `새만금 그린에너지 산업단지 조성` 부지


한국을 대표하는 글로벌 기업 삼성이 새만금을 신성장 사업의 메카로 구축하겠다고 공언함에 따라 이웃한 전남도의 선도산업 추진에 빨간불이 켜지게 됐다.

실제 전남도는 정부가 5 2 광역경제권 호남권 선도산업으로 신재생에너지를 배정한 이후 지난 2008년부터 풍력과 태양열을 미래 새로운 에너지원으로 판단하고, 가능한 행정력을 총동원해 신재생에너지 육성에 올인하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풍력의 경우 해상풍력 발전의 필수요건인 풍부한 바람(7∼8m/s·국립기상연구소 조사 결과)과 서남해안에 포진된 2200개의 섬, 6109㎞에 달하는 해안선 주변의 얕은 수심(연안에서 20㎞까지 평균 수심 20m)으로 전국에서 가장 많은 풍력발전 잠재량(14GW)을 보유한 점을 차별화된 자원으로 내세워 왔다.

또 대형 조선 2개소, 중형 조선 7개소 등 모두 56개(전국의 14%)의 조선소와 220개의 조선기자재 공장을 보유해 풍력 설비산업 육성에 최적의 인프라를 갖추고 있는 점도 그린에너지 메카로서 더없는 조건이라고 주장해 왔다.

이와 같은 천혜의 조건을 뒷받침하기 위해 전남도는 행정부지사 직속으로 녹색성장정책실과 녹색에너지담당관실을, 경제산업국 산하에 신성장동력과를 배치하는가하면 대규모 투자유치를 위해 투자정책국 산하에 5GW 풍력산업유치계까지 갖췄다.

특히 글로벌 금융위기 등 여파로 서남해안 조선산업이 공멸 위기에 놓이자 풍력분야, 특히 해상풍력 분야로 정책방향을 전환해 신재생에너지 관련 30대 그룹 계열사와 국내 100대 기업 유치전을 본격화하기도 했다. 지난 6일에는 세계 1위 풍력발전기 제조기업인 덴마크 베스타스(Vestas)사와 풍력발전기 설비 투자협약을 이끌어내기도 했다.

그러나 거대 자본력과 시장 지배력, 인적 네트워크 등을 두루 갖춘 삼성이 새만금을 미래 투자처로 낙점함에 따라 전남도 신재생에너지 산업, 특히 양대축인 풍력과 태양열의 경우 심대한 타격을 입을 수 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투자유치 강화와 대규모 프로젝트의 차질없는 준비 등을 위해 지식경제부 통(通)을 지난해 경제부지사로 영입, 해상풍력 실증단지 영광유치 등에 사실상 올인했음에도 주도권을 새만금에 빼앗겨 정치력 부재 논란을 면키 어렵게 됐다.

업계 일각에서는 "전남의 해상풍력이 비교우위인 것만은 분명하지만, 이를 볼모로 관련 기업들에게 전남밖에 없으니 공장은 당신들이 지으라는 식의 고압적인 태도도 없진 않았던 것으로 안다"며 "5년간 낮은 자세로 삼성 문턱이 닳도록 뛰어다닌 전북의 노력과 비교된다"고 꼬집었다.

관련 업계에 미치는 파급효과도 우려된다. "막강한 자금력과 기술력을 지닌 삼성이 새만금에 둥지를 틀 경우 관련 기업들의 새만금 러시도 자연스레 이뤄질 것"이라며 "결국, 전남은 영세기업들만 남을 수 있다"는 게 업계의 한결같은 고민이다.

전남도 관계자는 "호재는 결코 아니다"며 "주도권을 빼앗길 수도 있는만큼 다양한 대책을 강구해야 할 때"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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